지윤석 한국교통안전공단 경기북부본부  안전관리처장
지윤석 한국교통안전공단 경기북부본부 안전관리처장

최근 운전자들의 생명을 연이어 앗아간 블랙아이스는 겨울철 도로 위의 치명적인 위험요소다. 해당 교통사고 사례들을 통해 블랙아이스의 위험 요소와 제거 대책은 무엇인지 제안하고자 한다.

지난 6일 오전 6시 46분께 경남 합천군 대양면 33번 국도에서 발생한 41대 추돌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사망자는 없었지만, 무려 10명이 부상을 당하는 아찔한 사고였다. 이 지역에는 불과 20분 전까지 1.8㎜의 비가 내렸고 기온은 영하 0.1도까지 떨어져 블랙아이스가 생겨나 사고를 유발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12월 14일 상주영천고속도로에서도 블랙아이스로 인해 차량 40여 대가 추돌하면서 7명이 사망하고 32명이 다친 사고가 있었다. 상행선 영천 방면 26.4㎞(상주 기점) 지점에서 차량 28대가 추돌한데 이어 5㎞ 떨어진 하행선 상주 방면 30.7㎞ 지점에서도 차량 22대가 연쇄 추돌하는 사고였다. 이날 새벽에도 기온 영하 1.5~0도 날씨에 0.7∼0.8㎜ 비가 내리면서 빗방울이 블랙아이스로 변했다.

이에 비춰볼 때 블랙아이스는 기상 및 도로, 도로 관리, 시간, 운전자 등의 요인으로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운전자가 주행 중에 어느 지점에서 블랙아이스가 있는지 예상할 수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피해자들은 블랙아이스 사고 시 "순식간에 차가 미끄러지면서 조향 및 제동을 전혀 할 수 없었다"고 입을 모은다. 때문에 위험 요인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먼저 비가 내리거나 안개가 많이 낀 다음 날 이른 아침 시간대에는 출발 전 기상 정보와 교통상황을 확인해야 한다. 

또 겨울용 타이어를 장착하고, 주행 시 커브길, 교량, 응달지점 등에서는 평소보다 20~50% 정도 감속하고 안전거리 또한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어쩌다 블랙아이스를 직면했을 때에는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고 양손으로 운전대를 잡은 뒤 최대한 차가 움직이는 대로 놔두면서 브레이크를 여러 번 나눠 밟아주는 ‘펌핑 브레이크’를 시도해야 한다. 이마저도 어렵다면 무조건 저단으로 기어를 바꿔 속도를 줄이고 엔진브레이크를 당기는 기지를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교량, 굽은 고갯길, 터널 등 블랙아이스 형성 지점에 ‘도로 살얼음 발생 지점, 서행운전’이라는 LED 사전경고 안내판을 설치해야 한다. 기상정보와 연계해 블랙아이스 형성이 예상될 경우 도로 전광판(VMS)에 안내하는 시스템도 구축해야 한다.

나아가 커브 고갯길, 교량 또는 터널 입출구, 상시 응달지점 등에 제설용 염수를 살포하는 ‘자동 염수분사 시스템’을 확대하거나, 일부 도로 구간에 대해 바닥열선을 설치해야 한다. 당장 예산 문제로 실행이 어렵다면 기상정보에 따라 구간별로 염화칼슘을 사전에 신속히 뿌려주는 기민한 예방 활동이 선행돼야 한다.

만약 블랙아이스로 인해 차량이 멈추거나 사고가 발생했다면, 운전자는 즉시 안전하게 도로에서 벗어나 갓길에 있는 가드레일 넘어 멀찌감치 피신해 안전을 지켜야 한다. 무엇보다 다른 사람의 생명을 지켜주기 위해 갓길이나 도로상에서 블랙아이스로 인한 사고 발생을 후방 차량들에게 경고해 주는 선행도 2차 사고 우려 탓에 그 때만큼은 삼가야 한다. 

또 독일 등 외국처럼 야광 안전조끼를 차안에 상시 비치하고 사고 발생 시 착용해야 하며, 불꽃 신호기나 비상 경광등을 차안에 비치하고 사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블랙아이스 사고 발생지점’ 또는 ‘결빙 취약지점’ 등의 안내 멘트를 내비게이션 등 프로그램에 추가시켜 블랙아이스 위험성을 운전자에게 적극 알려야 한다. 특히 차량에 멀티스펙트럼 카메라, 광검출기 등에 기반한 ‘지능형 가시 시스템(intelligent visible system)’을 설치해 주행 중 블랙아이스 탐지 기술을 향상시켜 차량과 운전자의 안전을 증진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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