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엔 미술관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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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엔 미술관에 간다
이재훈 겨레문화연구소 이사장/전 인천남부교육청 교육장
  • 기호일보
  • 승인 2020.01.21
  • 1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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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훈 겨레문화연구소 이사장
이재훈 겨레문화연구소 이사장

겨울방학. 아이들에게는 신나는 기간이지만 종일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하는 부모로서는 난감하기도 한 겨울방학이 시작됐다. 집안에서만 북새 놀다가도 문득 지루해 하는 아이들을 위해서 무언가 즐길 거리를 찾아야 하는데 그것이 딱히 쉽지 않기 때문이다. 마침 서울을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겨울방학맞이 행사와 축제를 다양하게 마련해 놓고 있어서 부모들의 걱정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고 있다. 그간 유난히 포근한 날씨 탓에 어려움을 겪던 곳에도 드디어 매서워진 강추위에 강물이 두껍게 꽁꽁 얼어붙었고, 아름다운 은빛 설원이 펼쳐진 탓에 눈꽃축제가 열리는 곳을 찾아가면 다양한 겨울 놀이를 골라서 즐길 수 있다. 

조금은 뜬금없고 잘 어울리진 않지만 산타썰매 타기와 겨울 전통 민속놀이를 뒤섞어 준비해 놓고 겨울 산타 마을을 운영하는 곳도 있다. 잔디마당을 스케이트장이나 눈썰매장으로 깜짝 바꿔 놓고 아이들을 불러 모으는 곳도 있고, 한겨울에도 열대 지방이나 지중해 기분을 느낄 수 있게 분위기를 바꾸고 방문객을 기다리는 식물원도 있다. 아이들 대상으로 마련한 음악회나 뮤지컬 공연도 여럿 있고, 재미있는 인문학 콘서트에도 함께 가 볼 만한 곳이다. 그 밖에 자녀들이 좋아할 만한 곳들이 의외로 많지는 않지만, 한겨울에 가족이 함께 가 볼 만한 곳으로는 뜻밖에도 미술관이 있다. 

미술관은 아름다운 그림이나 조각품, 공예품 등을 진열해 보여 주는 곳이다. 그러나 늘 같은 작품들만 전시하지는 않고 소장품을 중심으로 장기간 전시하는 상설 전시와 특정한 주제로 기획 전시를 하기도 한다. 미술관에서는 교과서나 책에서나 보던 작은 그림들을 훨씬 크고 선명하게 진품(眞品)으로 볼 수 있어서 자녀와 대화를 나누기에도 참 좋은 곳이다. 

게다가 특이하게 지어진 미술관 건물과 주변 경관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거니와 작품을 감상하기에 적절한 조명과 작품 배치, 그리고 온도와 음향까지도 잘 맞춰져 있어서 겨울 나들이 장소로 안성맞춤이다. 그림을 잘 이해하기 어렵다면 전시장에 놓인 전시도록(展示圖錄)을 참고하며 관람하다 보면, 그림을 보는 안목(眼目)이 높아지고, 뜻밖에도 그림이 우리 생활과 아주 가까운 위치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는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을 비롯해 국립현대미술관 분관인 덕수궁미술관, 그리고 서울시립미술관 같은 대형 미술관이 있고, 각 시도마다 시립, 도립미술관도 있다.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미술관들과 민간 사립 미술관도 많다. 유명 화가를 기리기 위해 후손이나 지자체들이 만든 미술관도 곳곳에 있다. 서울 성북동의 간송미술관이나 변종하 미술관, 환기미술관, 이종무 미술관, 이천시립 월전미술관, 대전시립 이응노 미술관, 서귀포시립 이중섭 미술관, 양구군립 박수근 미술관 등이 그것들이다. 

삼성미술관 리움, 아트센터 나비, 성곡미술관, 대림미술관, 금호미술관, 63스카이아트 미술관, 포스코미술관 등 기업들이 설립한 미술관도 많다. 그 밖에도 인터넷에서 찾아보면 화랑, 갤러리와 같은 작은 규모의 독특한 사설 미술관들도 수없이 많이 있다. 그런 미술관들을 모두 찾아볼 수는 없다. 우선 지하철이나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에 좋은 국립현대미술관이나 시립미술관과 같은 곳을 찾아가는 것이 좋다. 규모가 크고 주변 환경도 좋을 뿐만 아니라 고금(古今)의 많은 작가 작품을 소장하고 있어서 다양한 작품을 감상하기에 좋다. 게다가 가끔은 경험하기 어려운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기획전까지 볼 수 있는 호사(好事)도 누릴 수 있다. 

실제로 얼마 전에는 지방의 한 미술관에서 ‘미디어아트로 만나는 반 고흐’ 전을 열어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번 전시에서는 고흐의 창의성이 집중적으로 발현됐던 약 10년 동안 그가 남긴 800점 이상 작품들을 진품은 아니지만 웅장한 음악과 함께 영상으로 감상할 수 있었다고 한다. 처음부터 미술관과 쉽게 적응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처음에는 뜰이 넓은 미술관을 찾는 것도 바람직하다. 아이들이 지루해하면 안내원에게 양해를 구하고 뜰에 나와 바람을 쐬거나 미술관의 특이한 외양(外樣)도 살펴보고 다시 전시장에 들어가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야외 활동이 쉽지 않은 추운 겨울에는 자녀와 함께 집에서 가까운 미술관을 찾아보자. 한 번 두 번 좋은 전시회를 찾다 보면 특별한 겨울 여가를 품위 있게 즐기게 되고, 어느 사이 높은 수준의 심미안(審美眼)을 지닌 미술관 마니아(Mania)가 돼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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