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을 사흘 앞둔 21일 수원시 팔달구 미나리광시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홍승남 기자 nam1432@kihoilbo.co.kr

"항상 손님으로 북적였던 설 대목이지만, 요즘엔 평소와 똑같습니다."

설 명절을 사흘 앞둔 21일 오전 11시께 수원시 팔달구 못골종합시장에서 만난 상인 김모(67·여)씨는 "지난 30년간 이곳에서 장사를 해 왔지만 올해가 가장 저조하다"며 "가뜩이나 인건비도 올라 사람을 쓸 수도 없다. 그저 ‘울며 겨자 먹기’로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수원천을 끼고 못골시장을 비롯해 미나리광시장, 영동시장 등 다양한 전통시장이 모여 있는 이곳은 많은 행인들이 있었지만 대부분은 상가는 살펴보지도 않고 걸음을 재촉했다.

설 명절에 특히 잘 팔릴 것으로 예상되는 잡곡과 한과, 전 등을 취급하는 가게들은 물품들을 가판에 진열해 놓았지만 드문드문 손님이 오갈 뿐 바쁜 분위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이날은 1℃로 약간 쌀쌀한 날씨임에도 불구, 겨울마다 북적이던 분식집도 손님이 적었다. 생선이나 채소가게는 대형 유통업체와 비교했을 때 편의성에서 밀리면서 일부 가게를 제외하고는 한가해 보였다. 떡국의 재료인 가래떡을 취급하는 떡집 역시 평소와 다름없이 간헐적으로 손님이 오갔으며, 주문 건수도 크게 늘어나지 않았다. 이마저도 기존 손님이 ‘정’으로 떡 제작을 요청했을 뿐, 새로운 손님은 드물었다.

미세먼지도 문제였다. 이날 이들 전통시장 인근 지동과 행궁동의 초미세먼지는 나쁨 수치인 42㎍(마이크로그램)/㎥를 기록하면서 일부 행인들은 마스크를 낀 채 걸어다녔다.

대형 마트에 비해 주차공간이 크게 부족한 점도 눈에 띄었다. 팔달구와 수원중부경찰서는 설 명절 전후로 지동교 사거리부터 영동사거리까지 250m 구간 내 주정차를 허용했지만, 지정된 공간을 벗어난 주차는 단속차량에 의해 어김없이 단속되면서 상인들은 불만을 터뜨렸다.

올해도 설 대목이 찾아왔지만 전통시장을 찾는 시민들이 이전보다 크게 줄어들면서 상인들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수원시에 따르면 관내 전통시장은 22곳으로, 총 3천121개 상가가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경기 불황, 미세먼지, 대형 업체와의 경쟁 속에 이용인원은 나날이 줄고 있다. 특히 올해는 총선을 3개월 앞두고 설 연휴를 맞으면서 매년 이목을 끌며 진행해 오던 전통시장 윷놀이대회 등 각종 행사마저 취소된 상황이다.

가업을 이어 이곳에서 떡집을 운영하는 이정오(63)전 수원상인연합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선거철에나 후보들이 잠깐 전통시장을 방문할 뿐, 이후에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며 "지역 발전을 위해 정부가 나서 주차공간이나 각종 행사 마련 등 지원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종현 기자 qw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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