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인천시교육청 앞에서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인천지부 당직분과 소속 당직경비원들이 명절기간 열악한 근무환경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홍봄 기자
21일 인천시교육청 앞에서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인천지부 당직분과 소속 당직경비원들이 명절기간 열악한 근무환경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홍봄 기자

설 명절에도 학교를 지켜야 하는 인천지역 각 학교의 당직경비원들이 열악한 근무 여건을 호소하고 있다.

21일 인천시교육청에 따르면 24일부터 27일까지 4일의 설 연휴기간 중 당직경비원들이 유급휴일로 쉴 수 있는 날은 24일과 25일 이틀이다. 명절 전날과 당일의 유급휴일은 연휴 때마다 장시간 근무에 시달려 온 경비원들의 처우 개선 차원에서 지난해부터 적용됐다.

하지만 당직경비원들은 말만 휴일이지 이번 설에도 쉬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체근무자를 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당직경비원 547명 중 67%인 364명은 혼자 한 학교의 당직업무를 맡고 있다. 교대 없이 이번 명절 근무를 하면 4일간 총 96시간을 학교에서 보내야 한다.

대체자를 구하면 교대가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 찾기가 어렵다. 명절에 일하려는 사람이 없는데다 당직경비원의 임금이 최저임금 수준으로 책정돼 있어서다. 용역업체나 시교육청의 대체인력풀 40명 내에서도 대체자 확보가 잘 되지 않아 명절에 쉬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시교육청이 권고하고 있는 무인경비 역시 온전한 대안이 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명절에도 학교를 찾는 방문객이 있다 보니 무인시스템만으로는 관리에 한계가 있다는 이유다. 보안 문제로 무인경비를 꺼려 하는 학교들도 있어 일부 경비원은 명절 근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여기다 당직경비원들은 명절근무 식비도 제대로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 시교육청은 휴일 24시간 근무하는 당직근무자들에게도 점심 한 끼 기준으로 책정된 급식지원비만 지급한다.

당직경비원들은 이같이 열악한 처우 개선을 위해 명절기간 1일 3식 식대 지급과 대체근로자 배치, 명절 연휴 전 기간에 유급휴일 적용 등을 시교육청에 요구하고 있다.

김원덕 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인천지부 당직분과장은 "이번 명절에도 당직노동자들은 1일 1식의 식비만 받으며 학교 안에서 96시간을 보내야 한다"며 "가족과 떨어져 찬밥으로 때워야 하는 명절에 식비와 추가 수당을 받을 수 있도록 처우 개선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 관계자는 "당직경비원분들이 명절에 쉴 수 있도록 학교에서 무인경비를 우선 해 달라는 공문을 21일 발송했다"며 "연휴기간 식비나 유급휴일 적용에 대해서는 올해 단체협약에서 지원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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