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올림픽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예선에 출전할 한국 남녀 국가대표들. <대한복싱협회 제공>
중국발 ‘우한 폐렴’ 사태가 확산되는 모습을 지켜보는 한국 복싱인들의 속은 타들어 간다. 올해 도쿄 올림픽 본선 티켓이 걸린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예선이 하필 사태의 진원지인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에서 2월 3∼14일 열리기 때문이다.

대한복싱협회는 지난해 12월 20∼21일 국가대표 최종 선발전을 통해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예선에 나설 남자 8명과 여자 5명을 선발했다. 4년 전 지역예선에서 남녀 전원이 탈락했기에 충남 청양에서 훈련 중인 대표팀의 각오는 남달랐다.

하지만 복싱협회는 27일 예정됐던 출국 일정을 전면 취소했다. 최희국 협회 사무처장은 "우한 폐렴이 갈수록 심각해지는데 갈 수도 없고 안 갈 수도 없어서 난감하다. 일단 출국을 31일로 미룬다"고 전했다.

협회는 지난 7일 대회를 주관하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복싱 태스크포스(TF)에 ‘우한 폐렴’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며 대회 개최 여부를 질의했다. TF는 세계보건기구(WHO)와 중국 질병당국이 발표한 내용을 근거로 대회가 예정대로 열릴 것이라며 우한에 오는 것을 환영한다는 답변을 보냈다.

하지만 충분히 통제 가능하다는 중국 질병당국의 발표와 달리 22일 기준 ‘우한 폐렴’ 확진자가 300명을 넘어서며 악화일로다. 게다가 사람 간 전염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리면서 대표팀의 걱정은 날로 커진다. 이에 따라 협회는 지난 17일 IOC 복싱 TF에 대회 개최 여부를 묻는 공문을 다시 발송했지만 아직 답변을 받지 못했다.

대회 참가국 중 한국만이 우려를 표한 것은 아니다. 필리핀은 지역예선을 자국에서 개최하겠다는 의사를 IOC 복싱 TF에 전달했다.

선수 안전과 생명이 최우선 요건이지만 TF가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배경 중 하나로 국제복싱협회(AIBA)의 기능 상실이 꼽힌다. IOC는 지난해 5월 23일 스위스 로잔에서 집행위원회를 열고 AIBA의 올림픽 복싱 주관 자격을 박탈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드러난 최악의 편파 판정 논란과 재정난, 비리 책임을 물은 것이다.

IOC는 AIBA 대신 와타나베 모리나리 국제체조연맹(FIG) 회장을 중심으로 TF를 구성해 올림픽 예선과 본선을 주관하기로 했지만 적절한 대처 능력을 보여 주지 못하고 있다.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IOC(국제올림픽위원회) 복싱 TF는 23일 대회 잠정 연기 또는 장소 변경과 관련해 최종 결정을 내리기로 결정했다.

TF는 22일 성명을 내고 "이 문제에 대해 23일 최종 결정을 내린 뒤 각 국가올림픽위원회(NOC)와 국가협회, 임원들에게 진행 상황을 즉각적으로 알리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