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부평구 부평동∼장고개 도로 3-2공구 일대 지역 상인들이 시와 국방부의 철거 방침에 반발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인천시 부평구 부평동∼장고개 도로 3-2공구 일대 지역 상인들이 시와 국방부의 철거 방침에 반발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인천시 부평구 장고개길 도로 개설 부지에 철거 요청<본보 1월 22일자 19면 보도>이 계속되고 있지만 주민들은 쉽게 떠나지 못하고 속앓이를 하고 있다.

22일 오전 부평구 산곡동 도로개설부지 주변에서 만난 주민들은 설 명절을 앞두고 조만간 자진 철거해야 한다는 소식에 근심이 가득했다.

A(50)씨는 수억 원을 투자해 2016년 7월 식당을 개업했지만 이듬해 자진 철거 통보를 받았다. A씨와 국유지 유상 사유허가 임차 계약을 맺은 국방부가 미군기지 이전사업을 추진하면서 계약을 중단한 것이다.

그는 "계약이 1년도 유지가 안 될 곳인 줄 진작 알았다면 들어오지 않았을 텐데, 임대 과정에서 누구도 알려 주지 않았다"며 "사전 예고도 없이 사용 허가를 내주고 반년 만에 철거 통보한 것은 너무 무책임하지 않느냐"고 토로했다.

이어 "국유지를 사용하면서 임대료도 꼬박꼬박 냈고 개업하면서 들인 돈이 많은데 서류상으로는 보상해 줄 근거가 전혀 없다고 해 전부 날리게 생겼다"며 "다른 곳에 이사 간다 하더라도 단골손님 확보가 중요한 식당은 하루아침에 자리를 잡을 수도 없어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답답한 심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식당 바로 옆에서 자동차수리점을 운영하는 B(49)씨는 2010년 국방부와 계약 및 확약서를 작성하고 기존의 자동차수리점을 인수했다. 하지만 해당 부지는 자동차수리점을 할 수 없는 잡종지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하루아침에 불법 운영자가 된 B씨는 국방부에 임대료 환불과 계약 취소를 문의했지만 별다른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카드 단말기도 사용할 수 없어 운영에 큰 타격을 입은 그는 현재 고물상으로 업종을 변경해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B씨는 "사업자등록도 못 했고, 현재는 무단 점유 상태라 카드단말기는 물론 은행 대출도 불가능하다"며 "고물상으로 업종 변경해 가면서 겨우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아무런 보상이 없으면 자금 문제로 당장 다른 데로 옮길 수도 없다"고 말했다.

2009년부터 주방가구 공장을 운영 중인 C(45)씨는 어린 자식이 두 명이나 있어 한숨이 더욱 깊다. 그는 지난해 11월부터 12월까지 한 달 동안 행정대집행 계고장을 3차례나 받았다. 자진 철거 이행 기간이 이미 지나 버렸기 때문에 언제 강제집행 신청이 들어갈지 불안하다. 오는 2월 6일까지 행정심판을 청구하는 방법도 있지만 당장 이주 비용도 없어서 버티고 있는 C씨에게는 변호사 선임비가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C씨는 "전기가 끊어져서 공장 가동이 하루라도 멈추게 되면 거래처에 제품을 납품하지 못해 손해가 엄청나고 직원들도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된다"며 "임대차 보호법에서도 세입자들은 5년을 보호하는데, 우리는 대체부지나 이주 보상 등 아무런 준비도 없이 단 몇 달 만에 원상 복구하고 나가라 한다"고 호소했다.

김유리 기자 kyr@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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