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에서 경영학자로 사는 길
상태바
이 땅에서 경영학자로 사는 길
김준우 인천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 기호일보
  • 승인 2020.01.28
  • 11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준우 인천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김준우 인천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경영학의 근간은 자본주의이다.  쉽게 말해 돈을 벌기 위한 기업의 운용론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근대 초기에 자본주의체제로부터 기업이 나타났고 이를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경영학을 고안한 것이다. 이러한 기업들의 부들이 모여 국부를 이루게 되고 기업이 잘되는 국가가 바로 패권국가로 된다고 역사학자 존 키건은 말한다. 사실 이탈리아의 베네치아나 영국 그리고 현재 미국이 각 패권국 시절에 가장 큰 상업이 번성했고 또한 그때 경영학이 잉태됐던 것이다. 

우리나라도 일본 치하에서 초기 기업 모습이 보이다가 해방 후에 본격적으로 기업활동이 시작됐다. 사실 지금과 같이 한국 경제가 발전한 것은 여러 요인들이 있겠으나 몇 가지만 꼽으라면 먼저 소련과 냉전에 따른 미국의 보호막, 월남전 참전에 따른 자본 유입, 스탈린식 작전과도 같았던 경제개발 계획 등의 합작품이라 할 수 있다. 단시일에 기업들이 외형적으로 커지다 보니 많은 인력이 필요했고 이를 공급할 경영학자들이 필요했다. 결과적으로 외국 특히 미국에서 공부한 경영학자들이 대거 대학으로 진출해 나름 기득권층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경제가 이제 어느 정도 올라와 있는 지금, 경영학자들이 직면한 것은 경영 경제논리보다는 가치논쟁 혹은 도덕논쟁이다. 강단에서는 경영학 교과서에서와 같이 경영 혁신 등을 통한 이윤창출에 대해 가르쳐야 하지만 실제 현실세계는 그렇지 않다는 데 고민스러운 것이다. 무엇보다도 선진 국가와는 달리 국내 기업들은 경영 효율성보다는 정치사회의 외적 요소에 더욱 크게 좌우되고 있는 경향이 있다. 아마 그 중 가장 큰 것이 기업을 압박하고 있는 각종 법과 규제 그리고 정부의 절대적 영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외부요인이 큰 상황에서는 경영이론이 끼어들 여지가 별로 없는 법이다.  

몇 가지 예를 보자. 최근 미디어에 따르면 최고 경영자가 회사 일로 형사입건이 될 수 있는 법이 무려 2천 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현 실정법에서는 기업에서 일어난 사소한 실수나 잘못도 전적으로 결국 회사 최고 경영자의 책임인 셈이다. 사실 이런 상황에서 경영자가 소신껏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런 법적 족쇄 외에도 탄력적이어야 할 노동 시장이 극도로 경직돼 있는 것도 문제다. 잦은 민노총 시위나 옆의 지엠대우 사태에서 보듯 부쩍 노동 투쟁이 늘고 있을 뿐 아니라 심지어 정치화 경향까지 보이고 있다. 또한 52시간 강제 근무, 최저임금제, 임시직의 정규직 전환 등 큰 이슈화 될 수 있는 일들이 최근 논의 없이 정치적으로 채택되는 바람에 기업은 더욱 운신의 폭이 적어지고 있다. 

각종 규제가 겹겹이 처진 환경에서 경영이론은 무용지물이 된다. 무엇보다 혁신적인 사업을 하려면 정부 차원에서 관련 규제를 풀어서 기업이 시장에 안착을 해야 하지만 실제 기존 시장과 이해가 맞물린 규제 그물망에 걸려 시작도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타다’나 원격의료가 바로 그런 경우다. 대학 운영에서도 경영이론이 발붙이기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매년 바뀌는 정부의 교육 정책 또한 정신 없게 만들고 있다. 정부는  대학 지원금으로 정부 입맛에 맞는 정책에 부응하는 대학에 지원한다. 

그 때문에 대학은 대학 지원금에 목매어 수시로 대학 구조를 바꾸고 커리큘럼을 새로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이렇게 형성된 조직 변화는 대부분 일시적으로 끝나기 때문에 몇 번 작업을 하다 보면 대학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정말 애매하게 된다. 이렇다 보니 대학에 먼저 적용돼야 할 선진 경영 이론이 실제 대학 운영에서조차 적용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그렇다면 교실에서는 어떠한가? 대학은 이미 스승과 제자 관계가 단순히 지식전달자 역할로 전락한 지 오래다. 대학이 학문의 도야보다는 취직을 위한 수단이 돼 버린 탓이다. 더욱이 수업 시간에 이념적인 의견이나 강한 주장을 하게 되면 그대로 인터넷에 올라 곤욕을 치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제는 학생들 앞에서 교과서 외에 말하는 것도 조심스러운 일이 돼 버린 것이다. 그래서 사회과학인 경영학의 특성과는 달리 사회 현상을 설명 못하는 결국 반쪽짜리 수업을 하고 있는 셈이다. 경영학은 기업을 위해 존재하는 학문이다. 특히 외국의 모든 학문이 항상 우리에게 옳은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소위 성경과도 같은 경영이론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사회에 전도하는 마당에 너무나도 다른 우리 현실과의 괴리를 함께 설명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귀 막고, 입 닫고, 눈 가리고 있는 일본 닛코의 원숭이 조각처럼 그렇게 단지 직업으로서의 경영학자로 살아가야 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되뇌일 수밖에 없다. 이 땅에서 경영학자로 살아가는 것은 참으로 답답하기만 하다.

기호일보, KIHOILBO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