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국 전·월세 가격이 14년 만에 처음으로 하락 전환했다.

 특히 조선업 부진의 직격탄을 맞은 울산 집세가 2.2% 하락했고, 서울 월세도 2년 연속 미끄러지고 있다.

 28일 통계청 품목 성질별 소비자물가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집세 지수는 104.04(2015년=100)로, 전년보다 0.1% 하락했다.

 전국 집세 지수가 하락세로 전환한 것은 2005년(-0.2%) 이후 14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전세와 월세로 나눠보면 월세가 2018년과 2019년 연속으로 0.3%, 0.4%씩 떨어지며 집세 하락세를 이끌었다. 지난해 월세 지수는 99.81(2015년=100)로, 2014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전세는 0.2% 상승해 상승 폭이 2005년(0.1%) 이후 가장 작았다.

 지역별로는 지난해 서울의 집세가 0.3% 상승했지만, 상승 폭은 2006년(0.3%) 이후 가장 작았다.

 서울 전셋값 역시 2006년(0.6%) 이후 가장 작은 수준인 0.8% 상승했고, 월세는 0.3% 떨어졌다. 월세가 2년 연속 하락한 것은 2005∼2006년 이후 처음이다.

 특별·광역시 가운데 집세 하락세가 가장 두드러지는 곳은 울산이었다.

 울산은 전세와 월세가 각각 2.3%, 2.1%씩 떨어지면서 전체 집세가 2.2% 하락했다. 낙폭은 2000년(2.9%) 이후 19년 만에 가장 컸다.

 울산은 조선업 경기 위축 등으로 유입인구가 꾸준히 줄면서 전·월세 수요가 꾸준히 감소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2년 연속 전세가가 하락하면서 역(逆)전세난 우려도 커진 상황이다.

 이외에도 부산 집세가 0.5% 내렸고 대전(-0.2%), 대구(-0.1%)에서도 하락세가 관측됐다.

 경기도의 경우 전월세가 고르게 0.1%씩 빠지면서 집세도 0.1% 하락했다. 경기도 집세가 하락세로 돌아선 것은 역시 2005년(-0.6%) 이후 처음이다.

 경남 집세가 1.9% 내려 2000년(-2.6%)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고, 경북과 충남이 각각 1.3% 감소했다. 충북(-0.6%), 강원(-0.3%), 제주(-0.2%)에서 뒤를 이어 전국적인 집세 하락 현상이 나타났다.

 주요시도 가운데 전셋 값이 상승한 지역은 서울, 인천, 광주, 강원, 전북, 전남 등이었으며, 월세가 상승한 지역은 전남이 유일했다.

 전셋 값 하락은 울산의 경우처럼 유입인구 감소에 따른 영향도 있지만, 최근 2∼3년간 빚어진 서울 등 수도권 부동산 시장이 과열과 맞물린 현상으로도 볼 수 있다.

 주택가격 상승 기대 속에 전세 수요가 매매 수요로 전환됐고 상대적으로 전셋 값이 하락하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실제로 KB부동산의 주택가 격동 향을 보면 과거 서울 주택 매매가격이 하락하거나 0%대 소폭 상승에 그쳤던 2010∼2013년에는 전셋 값이 평균 7% 가량 상승했다.

 반대로 전·월세 가격이 주춤하기 시작한 2018년에는 서울 주택 매매가격은 10.4% 올라 2006년 이후 처음으로 두 자릿수 상승했다. 각종 규제가 쏟아진 지난해에도 2.6% 오른 바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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