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청한 마스크 제품을 가져가고 싶으면 기존 입금한 가격보다 더 지불하라."

인천의 물류·유통업체인 A사가 지난 28일 마스크 제조업체 B사로부터 출고 당일 받은 통보다. A사는 전날 마스크 70만 개에 대한 비용을 모두 입금했고, 해당 마스크는 중국 웨이하이시(威海)에 구호물품으로 보낼 예정이었다.

A사는 물품 출고 당일 오전에 갑작스럽게 물품 가격을 두 배 가까이 높인 B사의 어처구니없는 통보에도 손해를 감수하고 구매 의사를 밝혔지만 결국 물품을 받지 못했다. 결국 A사는 인천항에 대기 중이던 컨테이너와 작업인력 등을 모두 철수시켰고, 약속을 지키지 못해 중국 웨이하이시 측으로부터 원망을 들어야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에 수요가 급증한 ‘마스크’의 납품 단가를 둘러싼 실랑이가 외교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다.

A사는 웨이하이시 상무국으로부터 지난달 27일 마스크 등 구호물품 지원을 요청받았고 총 130만 장의 마스크를 수출하기로 했다. B사로부터 60만 장의 마스크 제품을 받았지만 나머지 70만 장은 받지 못했다.

A사는 "국내 물류업체가 중국 웨이하이시로부터 요청받은 마스크 물량은 300만 장이 넘지만 이 중 70만 장을 채우지 못했다"며 "웨이하이시 측에서 29일 긴급히 국내로 들어와 항의했으며 B사도 방문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날 웨이하이시 관계자는 "일본은 코로나 사태에 마스크 단가를 낮춰 대량 납품하는 상황에서 한국은 이익을 더 보려 한다"고 울분을 토한 후 한국 정부에 항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A씨는 전했다.

실제 이날 웨이하이시 관계자 등이 B사를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B사 관계자는 "A사와는 국내 유통 부문에 벤더(주력 공급사) 계약을 맺은 상태로, 국내 유통을 목적으로 하고 있고 재고가 없을 경우 물품 출하는 어렵다고 명시한데다, 구호물품 수출 등 자세한 상황은 알 수 없었다"며 "28일에는 설 연휴기간에 몰린 발주량에 대한 일부 착오로 재고가 부족해 A사에 납품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단가 부문 역시 재협의해야 하는 상황에서 기존 단가로 절반의 발주 물량을 A사에 제공했다"며 "회사를 찾은 웨이하이시 관계자들과 협의를 했고, 우선으로 물품을 생산해 공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국내 마스크 제조업계의 마스크 물품 원가는 설 연휴 전 280∼290원에서 연휴 이후 430∼440원까지 올랐다. 하지만 물품 수요가 대폭 늘어나면서 최대 650원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승훈 기자 hun@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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