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빠른 속도로 초고령화 시대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전체 인구 가운데 65세 이상 인구의 비율이 7% 이상인 경우에는 ‘고령화사회’, 65세 이상 인구가 14% 이상인 경우에는 ‘고령사회’라고 부른다. ‘초고령화사회’는 65세 이상 인구가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0% 이상인 경우를 뜻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이미 2017년 고령사회에 진입한 상태이며, 65세 이상 인구는 2045년 37.0%에 이어 2067년에는 전체 인구의 46.5%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특히 베이비부머가 65세 이상 고령인구에 진입하는 올해부터 고령인구의 급증이 시작된다는 분석이다.

반면 출산율은 급격히 감소하면서 우리는 저출산 고령화 문제에 직면해 있다.

그럼에도 젊은 세대는 노인들을 ‘꼰대(권위적인 사고를 가진 어른을 지칭하는 은어)’와 ‘틀딱(틀니딱딱의 준말)’이라 부르며 노인혐오마저 일어나는 등 우리 사회에서 어른과 노인들을 공경하고 배려하는 문화가 점차 사라지고 있는 모습이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도 스스로 지역 노인들을 찾아 봉사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어린 학생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2014년부터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 광명광성초등학교 자원봉사동아리 ‘손발사랑’이 그 주인공이다.

봉사활동 현장에서 직접 만난 이들의 표정에는 진심으로 노인들을 공경하는 마음이 한껏 묻어나고 있었다.

광명광성초 ‘손발사랑’ 동아리 학생들이 노인들을 대상으로 마사지 봉사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광명광성초 ‘손발사랑’ 동아리 학생들이 노인들을 대상으로 마사지 봉사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 외로운 노인들의 즐거운 말벗이 된 아이들

"할머니, 어디가 불편하세요?" 광명시 철산3동 주민센터 회의실에서는 10여 명의 노인들이 어린 학생들에게 스포츠마사지를 받고 있었다.

노인들의 다리와 발, 어깨 등 쑤리고 아픈 부위를 찾아 고사리손으로 정성껏 마사지하고 있는 학생들은 광명광성초 학생자율동아리 ‘손발사랑’ 회원들이다.

마사지크림과 지압봉 등을 손에 든 채 20여 분간 구슬땀을 흘린 끝에 마사지를 마친 학생들은 직접 준비한 과일과 음료수 등을 노인들에게 대접하며 쉬도록 한 뒤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던 또 다른 노인의 손을 잡고 마사지 매트로 이끈 후 불편한 부위를 물어보며 다시 마사지에 몰입했다.

이들의 마사지를 받는 노인들의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가 번졌고, 연신 학생들에게 "고맙다" 또는 "힘들 텐데 살살해도 된다" 등의 말을 건넸다.

‘손발사랑’의 장일영(53)지도교사도 학생들과 함께 노인들을 마사지하며 오순도순 대화하고 있었다.

2014년 장일영 교사의 아이디어로 탄생한 ‘손발사랑’은 매주 한 차례씩 주민센터와 노인정 등지를 찾아 지역 노인들을 대상으로 마사지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광명광성초 5∼6학년 학생들로 구성된 ‘손발사랑’ 회원들은 동아리 활동을 통해 노인들에 대한 존경은 물론 봉사활동의 참된 의미를 깨닫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동아리 회장을 맡고 있는 도윤서(6년)양은 "사실 처음 마사지 봉사활동을 시작할 때는 모르는 할머니·할아버지의 발을 만지는 행동 때문에 거부감이 있었다"면서도 "어르신들께 마사지 봉사활동을 하면서 행복해하시는 모습을 보게 되고, 봉사 횟수가 거듭될수록 많은 얘기를 나누며 거리감도 사라지는 등 봉사활동의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철산3동주민센터를 찾은 학생들이 어르신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철산3동주민센터를 찾은 학생들이 어르신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재웅(5년)군도 "동아리에 가입하기 전부터 아버지와 함께 폐현수막을 활용한 다양한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드는 봉사활동을 하면서 봉사에 관심이 많았다"며 "손발사랑 활동을 통해 크지는 않지만 어른들과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하다"고 얘기했다.

김예린(5년)양은 "평소에는 봉사활동에 관심이 없었는데 친구가 같이 ‘손발사랑’ 동아리에 가입하자고 해서 시작했다"며 "처음엔 마사지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힘들어서 재미가 없었는데, 봉사활동을 통해 어르신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다 보니 배우게 되는 점도 많고, 보람도 느껴져 지금은 매번 봉사활동이 기다려진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들의 봉사활동은 마사지에만 그치지 않는다. 직접 손뜨개질을 배워 제작한 목도리와 모자를 지역 노인들에게 전달하기도 하고, 교내에서 학교폭력 캠페인을 펼치거나 철산누리복지협의회와 함께 금연 캠페인을 실시한다. 또한 지역에서 열리는 마을축제 등에도 참여해 거리 청소 봉사를 하고 있다.

특히 2017년에는 ‘자원봉사 활성화 및 복지 사각지대 아동 발굴을 위한 철산3동 주민센터-광명광성초등학교 업무협약’을 통해 광명시에 재능기부 단체로 등록됐고, 철산3동 주민센터 누리복지협의회와 협력해 지역 안에서 다양한 봉사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 건강한 사회 일원으로의 성장을 위한 디딤돌

"우리 아이들이 ‘손발사랑’ 활동을 통해 건강한 사회 일원으로 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손발사랑’을 조직하고 수 년째 활동을 펼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는 장일영 교사는 학생들이 봉사활동을 통해 건강한 어른으로 자라길 기대하고 있다.

노인 고독과 소외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현 사회에서 어린 학생들이 마사지 등 봉사활동을 통해 나눔을 실천함으로써 소외된 이웃들에게 관심을 갖고 지역 노인들과 유대관계를 형성하며 어른에 대한 공경심을 갖고, 지역사회에서 스스로 할 수 있는 활동을 통해 소중한 삶의 경험을 느끼게 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이다.

광명광성초 ‘손발사랑’ 동아리 학생들이 노인들을 대상으로 마사지 봉사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광명광성초 ‘손발사랑’ 동아리 학생들이 노인들을 대상으로 마사지 봉사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장 교사는 "아이들이 어르신들을 부담스러워하며 거리를 두려는 모습을 목격하면서 아이들이 좀 더 어르신들을 이해하며 더불어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손발사랑’을 시작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또 "마침 전 근무지였던 광명광덕초등학교 재직 시절 발마사지와 스포츠마사지를 배워 개인적으로 봉사활동을 펼쳤던 경험을 바탕으로 아이들도 봉사의 의미를 깨닫길 바라는 마음에서 봉사활동 동아리를 만들게 됐다"고 덧붙였다.

처음부터 학생들의 참여가 활발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는 "2014년 동아리를 처음 만들었을 때는 5∼6명이 동아리원의 전부였지만, 그마저도 학원 등으로 인해 바빠 참여율이 저조했다"며 "직접 아이들의 발을 씻기면서 진심을 보였고, 교사가 먼저 성실하고 꾸준히 봉사활동을 펼치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의 참여도 점차 늘어 지금은 부모님들의 적극적인 지원도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봉사활동은 무엇보다 마음이 중요하다고 장 교사는 강조한다.

그는 "처음 ‘손발사랑’ 동아리에 가입해 마사지를 배울 때 기술로 배운 아이들과 마음으로 배운 아이들은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그저 기술로 배웠던 아이들은 어르신들을 상대로 한 봉사활동을 힘들어하고 이내 포기하기도 하는데, 마음으로 배웠던 아이들은 그 의미를 깨달았기 때문인지 봉사활동에 높은 열의를 보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결국 학년 초 동아리에 가입했던 학생들 가운데 학년 말까지 남아 있는 학생들은 봉사활동에 마음을 담았던 학생들"이라며 "‘손발사랑’ 활동을 통해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봉사의 참된 의미를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얘기했다.

다만, 학교 동아리 활동에 대해 부족한 사회의 관심에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장 교사는 "‘손발사랑’의 봉사활동은 교내 동아리 활동의 일환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학교 동아리 활동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줄어들고 있다"며 "혁신교육지구인 광명시에서는 학교 동아리 운영 예산을 시에서 지원해 주고 있으나 매년 그 규모가 줄어들면서 동아리 운영에 어려움이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어 "학창시절의 소중한 추억을 만들고 자신의 진로와 적성을 찾는 동아리 활동이 보다 활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사회가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교사는 "핵가족화 시대에 어른들을 대상으로 한 봉사활동을 통해 나눔을 실천함으로써 아이들의 품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올바른 인성을 가진 어른으로 자랄 수 있도록 앞으로도 학생 주도 하에 지역사회에 이바지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해 펼쳐 나갈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전승표 기자 sp4356@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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