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국 미추홀푸른숲 사무국장
정세국 미추홀푸른숲 사무국장

몽고(蒙古)와 몽골(Mongol)은 우리에게는 그게 그거 같아 몽골(Mongol)보다는 몽고(蒙古)라는 것이 편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독립된 나라의 국민 몽골인에게 몽고(蒙古)는 치욕적인 단어이다. 중국인이 몽골을 비하해 붙인 나라 이름이기 때문이다. 글자 의미대로 풀면 덮을 몽(蒙)과 옛 고(古) 즉 ‘몽매하고 고루하다’는 뜻이다. 지금도 이런 의미 차이를 모르는 많은 한국인이 ‘몽골과 몽골인’을 ‘몽고와 몽고인(蒙古人)’으로 혼돈하고 있다. 중국 자치구 중의 하나인 ‘네이멍구(내몽고, 內蒙古)’를 비롯 1960∼70년대 유명했던 몽고간장을 기억하며 몽골을 몽고(蒙古)로 잘못 알고 부른다. 

지상 1천500m 위에 있는 울란바타르(몽골어. 러시아어로 울란바토르)는 몽골 전체 인구의 절반인 150만 여 명이 살고 있다. 붉은 영웅이란 의미를 가진 곳으로 러시아혁명 이후 첫 번째 사회주의국가로서 1924년에 수도로 지정됐다. 우리나라 면적의 17배나 되는 나라의 인구 절반이 이곳에서 거주하고 있다는 것은 정치, 경제, 사회의 모든 면에서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 가운데 사람들이 숨 쉬어야 하는 공기의 질은 이 나라의 단면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가축 유목으로 생존해왔던 민족이 점차 빈부차가 확대되면서 가난한 유목민들은 수도로 집결하게 됐다. 10월부터 시작되는 겨울이 다음 해 4월까지 지속되며 특히 영하 40도를 넘는 몇 차례 혹독한 추위는 방목하던 가축 상당수가 동사하게 된다. 적은 수의 가축에 의존했던 유목민은 더 이상 생존할 여력이 없어져 도시로 진출하게 되는 것이다. 이들이 울란바타르의 외곽에 게르촌을 형성하고 물보다 저렴한 석탄으로 난방과 요리를 함으로써 심각한 대기오염을 발생시킨다. 여기에 급속하게 확대된 도시 유지를 위해 석탄화력발전소를 4기나 운용하면서 나오는 가스는 메케하다 못해 구역질까지 나오게 한다. 더구나 분지로 돼 있는 지형상 특징으로 인해 한번 깔린 가스는 봄철까지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런 매연 도시가 최근 숨쉬기 편해졌다는 소식이다. 울란바타르에서 고위공무원 교육을 하며 작년과 올해 2개월씩 머물었던 한국 인사교육 관련 컨설팅회사 대표의 전언이다. 메케한 것은 조금 남아 있으나 숨 막힐 정도는 아니었고 아침 호텔 밖으로 나오면 상쾌하기까지 했단다. 과거의 틀에서 벗어난 것으로 6차례 IMF 자금지원을 받은 몽골정부와 울란바타르 시민들의 노력이 있었을 것이다. 몽골 정부는 도심 외곽의 게르에서는 개량연탄을 연료로 쓰도록 했다. 물론 안전성 기준을 통과했고 여러 단계의 검증 절차를 거친 안전한 연탄이라고 하지만 우리나라 1960∼70년대 연탄가스 중독을 회피하지는 못해도 상당량의 대기오염을 줄였다. 

여기에 일산화탄소 측정기를 보급해 주민 스스로가 가스중독을 예방하도록 했다. 연탄난로가 냄새만큼은 잡는데 일조했다. 몽골 정부는 스모그 현상을 해소했다고 홍보하나 보이지 않는 미세먼지나 초미세먼지를 줄였다는 데이터는 발표하지 않고 있다. 한편으로 우리나라 기업을 운영하는 모 대표는 우연히 몽골을 방문했다가 메케한 공기를 접하고는 너무 심각하다는 생각으로 이를 해소하는 방법을 찾게 됐다. 2013년부터 이후 4년 가까이 그동안 모은 자산 몇 십억 원을 지원해 개량 석탄 난로와 전기 패널을 무상 제공했다. 개인 사업가의 사욕 채움 없는 헌신은 몽골 정부 환경정책 수립의 실마리를 제공했다. 몽골정부는 감사 표시로 그에게 금 광산 등을 개발하도록 허가했다. 더불어 그는 5기 석탄 화력발전소를 중유발전소로 변환하도록 제안했으며 이를 통해 한국의 프랜트 건설 기술이 몽골로 진출하도록 했다. 

몽골 국내외의 다양한 노력은 일단 울란바타르의 대기를 숨쉬기 편하게 했다. 외국으로부터의 지원은 한계가 있으므로 결국 자국의 정책적 지속성만이 해답이 될 수 있다. 정부 개발 원조(ODA)사업에 의한 해외 교류 외에 일반기업의 공헌으로 얻어지는 결과물은 자연스럽게 양국을 모든 분야에서 상호 협력하도록 하는 좋은 사례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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