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석 도시계획학 박사
김선석 도시계획학 박사

대학원에 다닐 때입니다. 어느 교수님께서 과제물을 손글씨로 써 오도록 했습니다. 학생들이 제출할 때, 한 과제물의 글씨가 유독 예쁘고 반듯해 눈에 확 띄었습니다. 그냥 스치지 못하고 학생에게 물었습니다. "이 글, 컴퓨터로 작성한 것 같은데, 맞아요?" 대답은 "아니요, 제가 직접 쓴 글입니다." "정말이에요?" 그때 저는 크게 감탄했습니다. 지금도 예쁜 글씨를 보면 그 과제물이 떠오릅니다. 이처럼 멋진 글씨는 글을 읽는 사람에게 감동을 주는 힘이 있으며 눈으로 볼 수 없는 그 사람 고유의 성격과 품위 등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예쁘게 글씨 쓰기를 원합니다. 하지만 손에 밴 평소 습관대로 글씨를 쓰다 보면 글씨는 타고난 재능이라고 체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오랫동안 그렇게 생각했지만 최근에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하루는 글씨를 바르고 예쁘게 써 봐야겠다고 마음먹고 방법을 익히며 틈틈이 연습했더니 예전보다 글씨를 훨씬 반듯하고 잘 쓸 수 있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자존감을 높이는 보기 좋은 글씨를 쓸 수 있을까요? 그 방법을 소개합니다. 여기서는 정서(正書)로 쓰는 방법입니다. 첫째, 가로와 세로로 긋는 획을 반듯하게 쓰도록 연습합니다. 다시 말해 ‘ㅡ’와 ‘ㅣ’를 쓸 때 반듯하게 선을 긋는 것입니다. 가로로 쓰는 ‘ㅡ‘의 예시라면 ‘쓰’, ‘으’, ‘소’ 등이고, ‘ㅣ’라면, ‘이’, ‘거’, ‘네’ 등이 되겠습니다. 특히 종성이 없는 글자는 세로획을 쓸 때 조금 길게 내려 씁니다. 이렇게 글씨의 가로획과 세로획이 반듯하면 훨씬 단정한 느낌을 줍니다. 

둘째, 한글은 삼각형, 마름모형의 글자가 많습니다. 따라서 이와 비슷한 형태의 글자는 위 두 가지 모양을 연상하며 씁니다. 예를 들면, 받침이 없는 ‘스’는 삼각형, 받침이 있는 ‘을’은 마름모형의 글자 형태로 생각합니다. 이러한 글씨는 안정감을 줍니다. 셋째, 한 글자에 같은 자음이 두 개가 들어 있다면(예, ‘응’, ‘를’, ‘국’ 등) 크기가 같도록 씁니다. 또한 ‘ㄱ’과 ‘ㄴ’ 같은 자음은 90도로 꺾지 않고 약간 곡선으로 쓰도록 노력합니다. 이렇게 쓰면 글자가 경직되지 않고 멋있게 보입니다. 위의 세 가지는 그리 어렵지 않지만 처음 연습할 때는 한동안 의식하며 쓰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연습 시간이 늘어날수록 글씨는 더욱 바르고 예쁘게 써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글씨를 어떻게 지속적으로 쓸 수 있을까요? 그 방법으로는 자신의 이름을 수시로 예쁘게 써 보는 것과 독서를 하다가 좋은 문장이 나오면 베껴 쓰는 것, 그리고 다산 정약용 선생이 강조한 ‘수사차록법’(隨思箚錄法)으로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글로 옮기는 방법’을 추천합니다. 예쁜 글씨는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가독성이 뛰어나 학습효과를 높이며 반복 학습을 이끌게 합니다. 대학 입시의 논술고사나 각종 논술식 시험 등에서도 합격에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아울러 이 습관은 차분한 마음을 갖게 하여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줍니다. 인간은 어느 분야에서나 아름다움을 추구합니다. 자동차 모형이나 건물 형태도 디자인과 세련미를 끊임없이 추구하듯, 예쁜 글씨도 우리에게는 자존감을 높이는 아름다운 기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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