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우 인천대학교 경영대학교수
김준우 인천대학교 경영대학교수

"국내 4번째 확진자. 172명 접촉", "2차감염 우려", "지난번 사스보다 6배의 전염속도", "중국은 확진자가 7천 명을 넘어섰다." 이것이 지난 30일 주요 일간지 머릿기사다. 며칠 지난 지금은 사태가 더욱 어렵게 됐을 것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세계를 삼킬 것 같다. 그동안 청정지역이었던 티벳을 포함 유럽 북쪽 끝 핀란드에도 확진자가 생겼다니 그야말로 짧은 시간에 전 세계로 퍼진 것이다. 우리 정부도 초기 미적거림을 버리고 전세기로 우한 교민 국내 송환 그리고 전수조사 등 총력전으로 돌입했다.

 전염병의 시작은 먼 옛날 처음 농업을 시작하면서 사람들이 모여 살게 됐을 때라고 한다. 인구 밀집은 당연히 전염하기 좋은 환경이 됐을 것이다. 더구나 동물을 농업에 활용하면서 동물균이 쉽게 사람에게 전염될 수 있었고 부실한 위생개념으로 파급효과가 더욱 빨랐던 것이다. 

 역병의 악몽으로는 아마 1340년대 말 중세 유럽 인구를 절반으로 감소시켰던 페스트를 들 수가 있을 것이다. 특히 유럽의 농가는 가축과 함께 한집에서 사는 구조여서 쥐가 가축의 균을 쉽게 전염시킬 수 있었고 위생에 무지한 사람들이 간병하다가 대부분 감염돼 죽어 나갔다. 이후 페스트는 무역상을 통해 중국에도 파급돼 그야말로 전 세계로 확산됐다.  

 마땅한 치료방법이 없던 당시에 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 전염자를 격리하거나 피하는 방법이다. 전염된 마을을 철저히 격리시켜 마을을 통째로 굶어 죽이거나 방치해 병에 걸려 죽게 한 것이 처방이라면 처방이었다. 답답한 마음에 민간요법이나 종교에 호소했지만 역병은 가차 없었다. 그래서 천년이 흐른 지금도 페스트의 참혹함에 대한 끔찍한 기억은 우리 머릿속에 남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첨단 정보화 시대 한복판에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 원인은 식용으로 먹은 박쥐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이 박쥐는 2002년 사스와 2012년 메르스 사태에도 원인이었다.  메르스는 지금도 백신이 없다고 하니 갑자기 발생한 신종 코로나에 백신이 있을 턱이 없다. 우리가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보균자를 찾아내고 격리하고 퍼지지 않도록 사람들에게 주의를 주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소위 인공지능이 지배한다는 첨단 정보화 사회에서도 이들 병원균에 대한 대안은 수천 년 전이나 현재에 별로 달라진 게 없다. 

 역사학자 재레드 다이어몬드는 「총.균.쇠」에서 전염병이 과밀한 인구수를 조절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강대국의 침략을 막거나 한 국가를 멸망시키는 등 인류 문명 성쇠에 큰 요인이 된다고 했다. 한번 역병이 지나가면 다시 새로운 문명이 창출되기도 한다.  예전 페스트가 지나간 곳에 일어난 르네상스가 그랬듯이 말이다. 이렇듯 병원균이 인류문명 역사가 시작된 후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면 이제는 공존의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먼저 지난 몇 번의 경험을 토대로 앞으로는 동물로부터 전염병이 발생되지 않도록 조치를 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동물에서 옮아올 수 있는 병을 조사해서 대처 방안을 미리 준비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고, 야생동물에 대한 밀렵 및 섭생 문화에 대해 주위를 환기시켜 피하도록 하는 것도 또한 필요할 것이다. 다시는 이러한 야생동물로부터 발병되지 않도록 제도화해 발병국뿐만 아니라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지 말아야 할 것이다.    

 어쨌든 신종 코로나는 당분간 기승을 부릴 것 같다고 한다.  또 경우에 따라 우려했던 바와 같이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확산될 수도 있고 예전의 사스나 메르스 때처럼 기승을 부리다 곧 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사스나 메르스가 지나간 것처럼 어느 정도 피해는 있겠지만 이미 원인과 증세 그리고 감염 루트 등을 파악하고 있는 이상 그리 오래 지속되지는 않으리라 판단된다. 그래서 우리는 과잉 반응할 필요가 없고 제시된 일반 준칙사항을 이행하면서 일상적인 생활을 하면 될 것이다. 물론 이를 이용해 정치적으로 혹은 프레임을 지어 엉뚱한 짓을 하면 안되겠지만 말이다.  

 이번 신종 코로나 사태로 다시 한 번 우리는 자연 앞에 숙연해진다. 비록 인공지능이 우리 생각을 대신하고 자율자동차가 거리를 메운다 하더라도 보이지조차 않는 전염병에는 무력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첨단 기술 부상과 함께 역병이 함께 융성하니 참 아이러니이다. 인류가 자연을 일궈 문명을 일으키고 새로운 세계를 만드는 것 같지만, 병원균이라는 작은 미물 앞에서도 어찌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인류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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