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훈 인천지방법무사회 부회장
김경훈 인천지방법무사회 부회장

우리나라에서는 부동산 유무가 빈부격차 출발점이자 그 격차를 심화시키는 가장 중요한 사회적 문제이다. 열심히 살아도 1억 원 모으기 어려운 서민들은 3.3㎡에 1억 원이라는 아파트값 폭등 뉴스에 부동산 투자 또는 투기의 막차라도 타야 할 것 같은 유혹에 쉽게 빠져들게 한다. 역대 정부는 부동산 투기를 차단하기 위해 각종 행정절차와 세금, 등기를 통해 규제를 가하고 있으며 특히, 미등기 전매 행위에 대해서는 엄격히 규제하고 있으나 당장의 이익이나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이를 위반해 적발되는 사례가 아직도 있는 것 같다. 최근 법원의 민사 조정위원으로 접한 사례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수도권 어느 지역에 개발 소문이 돌자 당사자도 어느 땅을 3배가량 비싼 가격에 매수하고 대금도 지급했다. 그런데 당사자는 주위 사람들로부터 가격이 더 오를 것이니 미등기 전매를 해보라는 권유를 받고 매도인과 협의해 소유권 이전 등기를 하지 않고 다른 투자자를 찾기로 했고, 담보 설정된 대출금에 대해서는 사실상 이를 인수해 대신 이자를 납부했다. 그러나 대내외 경제 여건이 악화되고, 부동산 시장도 식어가자 땅을 매수하겠다는 사람은 없고 매매가격 역시 폭락하는 상황이 됐다. 

더군다나 매도인의 사업이 어려워져 당사자의 땅이 가압류되는 사태가 발생했는데 당사자는 자신의 존재를 감추기 위해 해당 땅에 가등기나 근저당권 설정 등기도 해 놓지 않아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하게 됐다. 이에 당사자는 매도인이 해결을 못하자 대출금 이자를 지급하지 않았으며, 결국 경매절차가 진행돼 제3자에게 형편없는 가격에 낙찰됐고 당사자는 매매 대금도 회수하지 못하는 손해를 보게 됐다. 당사자는 매도인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나 매수인이 소유권 이전등기를 하지 않아 발생한 문제이고 본인은 배상할 의사도 능력도 없다고 강변해 결국 조정은 불성립됐다. 

당시 당사자는 자신의 매매대금, 매도인을 대신해 납부한 이자 등을 손해 보게 됐는데 어찌 법이 이를 보호해주지 않느냐며 오히려 항변했다. 민법 제186조는 "부동산에 관한 법률행위로 인한 물권의 득실 변경은 등기해야 그 효력이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당사자가 실제 대금을 완납하고 해당 땅을 인도받아 실소유자 행세를 했더라도 본인 명의로 소유권 이전 등기를 하지 않았기에 다른 사람들에게 소유자임을 인정받을 수 없는 것이다. 또한 부동산등기특별조치법 제2조는 대가(잔금)를 지급한 후에는 60일 이내 소유권 이전 등기를 신청해야 함을 강제 규정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고 제3자에게 미등기 전매할 경우에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벌칙도 규정돼 있다. 

아울러 지방세법 제20조는 취득한 날(보통 잔금 지급일)로부터 60일 이내 등기 신청 여부와 관계없이 취득세(지방교육세, 농어촌특별세 포함 시 매매가액의 4.6%)를 신고 납부해야 하며 이를 위반해 미등기 전매한 경우에는 같은 법 제21조 따라 원래 세금에 80%를 가산해 추징하도록 돼 있다. 만약 당사자가 원래 목적대로 미등기 전매를 했고 그에 따라 시세 차익도 보았다면 취득세와 양도소득세를 포탈한 것이 돼 엄청난 세금, 과태료를 부과받을 것이고 부동산등기특별조치법상 형사 처분도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당사자는 이전 등기는 하지 않았으나 매매대금을 전액 지급해 실제 취득한 것으로 간주돼 취득세 불신고 및 미납부에 따른 제재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재판 결과 매도인으로부터 손해배상 판결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이미 도산으로 매도인 명의의 재산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당사자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과거 미등기 전매 방식으로 이익을 보고 세금도 내지 않았다는 주변의 얘기에 현혹돼 정당한 투자가 아닌 투기를 하고자 한다면 정당한 재산권마저 보호받지 못하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으며, 설사 목적이 실현됐다 하더라도 언젠가는 관계기관에 적발돼 이익 이상의 금전적 손해와 명예를 훼손당하는 상황이 초래될 것이니 독자분들도 유념하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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