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도 너무 다른 두 사람이 있다. 조용히 혼자 식사하는 것을 즐기는 한 사람과는 달리, 한데 어울려 여럿이 음식을 나누는 것을 선호하는 이가 있다. 클래식 음악을 듣고 연주하는 것에 익숙한 사람과는 대조적으로 대중음악이 듣기 편했다. 원리·원칙을 고수하는 보수주의자는 사사건건 변화와 개혁에 가치를 두는 진보주의자와 부딪혔다. 그러나 취향과 이념이 판이한 두 사람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포용했다. 이는 2005년 즉위했지만 2013년 스스로 사임한 베네딕토 16세 교황과 뒤이어 선출된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야기로, 영화 ‘두 교황’은 두 사람의 신념에 기초해 영화적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한 분도 아닌 두 교황을 다룬다는 점에서, 특정 종교의 지도자를 내세웠다는 점에서, 영화를 보기 전부터 지나치게 무겁거나 진지한 종교영화가 아닐까 하는 편견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전반적으로 경쾌한 분위기로 가득하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서거 후 차기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는 라칭거 추기경(베네딕토 16세)을 차기 교황으로 선출한다. 2005년 베네틱토 16세가 이끄는 교회는 이전보다 더 보수화됐을 뿐만 아니라 각종 추문에 휩싸이게 된다. 이에 많은 신도들이 가톨릭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아르헨티나 추기경 베르고글리오(현 프란치스코 교황)는 이런 교회에 실망해 바티칸에 여러 번 사직서를 내지만 회신을 받지 못한다. 직접 교황을 찾아간 베르고글리오는 며칠간 그와 함께 지내며 신앙적인 이야기뿐 아니라 인간적인 고뇌 등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원칙의 고수와 변화·타협, 리더십과 책임 등에 대해 서로 다른 견해로 논쟁을 펼친 두 사람은 가슴속 묻어 왔던 서로의 아픔을 고백하는 단계에 이른다. 약점을 털어놓는 순간, 이들은 나약한 인간이지만 더 나은 존재로 나아갈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신 앞에서 가장 인간적인 진솔함을 털어놓은 두 사람, ‘두 교황’에 대해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감독은 "사람과 사람이 어떻게 변할 수 있는지를 그린, 관용과 용서에 관한 영화"라고 소개했다. 그 말처럼 영화 속에서 주고받는 두 교황의 대화는 상대방의 실수에 진심 어린 위로를 건네는 구원의 과정을 담고 있다. 

메시지적인 측면 외에도 영화적인 매력도 충분한 이 작품은 우선 실물 크기로 재현한 시스티나 성당의 모습이 압도적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작품으로의 몰입을 이끄는 핵심은 두 교황을 연기한 조너선 프라이스와 앤소니 홉킨스의 명품 연기일 것이다. 두 거장의 연기 호흡은 보는 것만으로도 벅찬 감동을 준다. 게다가 실존 인물과의 싱크로율도 높아 마치 실제 교황을 보는 듯하다. 

영화는 교황의 인간적인 모습을 담아내기 위해 노력한 만큼 관객에게도 어렵지 않게 다가간다. 2시간 후 크레딧이 올라갈 때 즈음이면 정화된 것 같은 잔잔한 평화를 맛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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