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심리학
로버트 치알디니 / 웅진지식하우스 / 3만3천 원

사회심리학은 한 사람의 생각과 감정, 행동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영향받는지 과학적으로 탐구한 학문이다. 자아상 관리부터 관계 맺기, 설득, 동조와 복종, 이타적 행위, 차별과 폭력, 집단생활 등 각 장에서 다루는 논제들은 하나같이 우리의 실생활과 직결되는 것들이다. 

 책 「사회심리학은」은 연구 경력 총합 130년에 이르는 사회심리학 거장들이 머리를 모아 고전 연구부터 학계의 최신 동향까지 빠짐없이 아우른다. 

 이 책은 총 14장으로 구성됐다. 1장에서는 사회심리학을 소개하고, 2장에서는 개인과 사회적 상황에 대해 살펴본다. 3장부터 13장까지는 사회심리학의 주요 논점을 살핀다. 각 장에서 다뤄지는 14가지 주제들은 우리의 실생활과 직결되는 것들이다. 남들의 호감을 사는 법(4장), 입장의 변화를 부르는 설득 메커니즘(5장), 성적 매력 어필과 짝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8장), 도움 행동과 공격적 행동이 나타나는 이유(9·10장), 집단의 속성과 유능한 리더의 조건(12장) 등이다. 본문 중간마다 배치된 박스에서는 여러 실험 내용을 현실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보여 준다. 

 다양한 논제를 폭넓게 다루고 있는 만큼 이를 뒷받침하는 이론과 연구자료도 탄탄하다. 개인의 생각과 행동이 주변 사람의 생각과 행동에 의해 정반대로 바뀐다는 걸 밝힌 솔로몬 아시의 동조 실험, 인간이 권력을 갖게 되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잔인해질 수 있음을 입증한 필립 짐바르도의 공격성 실험 등은 사회적 존재로서 인간이 얼마나 타인에게 영향받는지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사회심리학은 전쟁과 경제난, 국가 간 갈등으로 점철된 격동의 시기를 관통하며 현대사회의 문제들을 해결할 실마리를 제공해 왔다. 공격성, 편견, 자기도취적 이기심 같은 부정적인 사회적 행동에 동기를 부여하는 힘을 과학적으로 증명해 냈다. 이 같은 점은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도 중요한 통찰을 건넨다. 

 구체적인 지식과 탁월한 스토리텔링, 탄탄한 구성으로 사회심리학의 100년 연구를 집대성한 이 책은 심리학 전공자뿐 아니라 입문자들에게도 ‘사회적 존재’ 인간의 심리와 행동을 깊고 폭넓게 이해하게 해 주는 통찰을 건넬 것이다.

바닷마을 인문학
김준 / 따비 / 1만7천 원

귀농만큼은 아니어도 귀어를 꿈꾸거나 이미 실행한 이들이 점점 늘고 있다. 그렇지만 도시생활에 익숙한 이들에게 어민의 삶과 어촌의 질서는 낯설다. 바다와 갯벌은 누구 한 사람이 소유할 수 없는 것이기에 바닷마을에는 바닷마을 나름의 삶의 방식이 있다. 

이 책은 바닷마을에 사는 사람들을 위해서도, 바닷마을을 오랫동안 즐기기 위해서도 바다를, 갯벌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1부에서는 바다를 배경으로 살아가는 삶을 이해하는 키워드로 먼저 물때와 바람, 물길과 갯벌을 든다. 사람이 어느 정도는 인위적으로 일구고 조작할 수 있는 농사와 달리 갯일은 순전히 자연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2부에서는 바다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삶의 방식에 대해 이야기한다. 바다와 갯벌은 개인의 소유가 아니라 공동이 가꾸는 마을어장이다. 논밭에서 물 주고 김매듯 함께 갯닦이를 하고 갯밭을 가꾸고 수확한 것을 나눈다. 함께 모여 제를 지내며 물고기를 부르고 조개를 부른다. 3부 역시 이런 환경과 역사 속에서 전해진 전통적인 어업 활동을 다룬다. 

마지막 4부에서는 어촌의 지속가능성을 강조한다. 바다와 갯벌은 사람 이전에 물고기와 해초, 물새와 조개들의 터전이다. 바다·갯벌이라는 공간이 사라진다면 어촌의 정체성 역시 사라질 수밖에 없다. 

어느 날 장벽이 무너진다면
한나 쇼트 / 뜨인돌어린이 / 1만2천 원

독일은 한국보다 빠르게 통일의 기적을 경험했다. 이 동화에는 그 기적 같은 순간들이 낱낱이 담겨 있다. 월요일마다 평화시위가 열렸던 동독의 라이프치히, 서독으로 넘어갈 수 있는 국경이 개방되던 날, 시내를 가득 메운 시민들, 주인공이 처음으로 서독 땅을 밟은 날까지. 믿기지 않는 일들이 연거푸 일어난 1989년의 독일. 아이의 눈으로 통일의 순간을 본다. 

나라의 변화를 직감하기 이전에 아이들은 자신의 일상에서 간접적으로나마 분단의 갈등을 느낀다. 어른들보다 한층 낮은 눈높이로 바라보는 세계지만 아이들의 눈에도 혼돈과 분란의 실상은 여실히 느껴진다. 

주인공 프리치는 점차 자신도 주변 어른들과 함께 목소리를 내고 싶어 한다. 엄마가 매주 나가는 월요 시위가 궁금하고, 시위대의 행진에 끼고 싶고, 자신의 의견을 담은 현수막도 시위 현장에 내보이고 싶어 한다. 프리치처럼 장벽이 무너지기까지 아이들 또한 역사의 현장에 발걸음을 내디뎠다. 어른의 의사가 아닌, 주체적으로 목소리를 낸 프리치의 자세는 또래 아이들에게 강한 영감을 선사한다.

평화롭게 평화를 일궈 낸 독일 통일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평화로운 통일을 이루기 위해선 어떤 자세가 필요할지를 엿볼 수 있다. 이 책은 가치관도, 문화도 모든 것이 정반대가 돼 버린 남과 북이 앞으로 가져야 할 태도는 무엇일지 다시금 생각해 볼 기회가 될 것이다.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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