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일상 속에 공연 일정을 미리 확인하고 티켓을 구매하는 문화가 경기도에 뿌리를 내린다.

경기도문화의전당은 올해 공연 시즌제를 처음으로 도입했다. 1991년 개관 이후 30년 만이다.

공연 시즌제는 한 해 공연 일정을 미리 정하고 티켓을 사전 판매하는 제도다. 공연단체 입장에서는 특정 기간의 공연 일정과 주제에 의미를 담아 일관성 있게 구성할 수 있고, 공연자 역시 일정에 따라 연습에 집중할 수 있다. 관객은 연간 공연 일정을 보고 티켓을 미리 구매할 수 있다. 장르별·공연단체별로 구성된 패키지 티켓을 구매하면 최고 50%까지 저렴하게 공연 관람이 가능하다.

도문화의전당 이우종 사장은 "탁월한 예술성을 갖추고 보편적인 문화예술 가치를 국민에게 전파하는 공공 예술단체가 되기 위해서는 능력 있는 공연장이 돼야 한다"며 "그 해답이 레퍼토리 시즌이고, 우리는 그 가치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 봄·가을 시즌, 31개 작품 125회 공연

도문화의전당 시즌제는 봄 시즌과 가을 시즌으로 나눠 운영된다. 2월부터 12월까지 경기필하모닉, 경기도립극단, 경기도국악단, 경기도립무용단 등 4개 예술단의 31개 작품이 125회 공연된다.

시즌제의 첫 시작을 알리는 2020 레퍼토리 시즌의 키워드는 ‘Hello’다.

이 사장은 "‘Hello(안녕)’라는 단어에는 경기도만의 특색 있는 작품을 만들어 공연계 전체의 레퍼토리를 풍성하게 하겠다는 출발의 의미가 담겼다"고 설명했다.

경기도립극단
경기도립극단

# ‘변화’하는 경기도립극단

"연극은 무대에 남아 있지 않는다. 오직 남겨야 할 곳은 관객의 마음과 그 신경의 끝, 이것이 곧 변화의 시작이다."

도립극단이 새로운 예술감독 한태숙 감독과 함께 변화를 꾀한다.

도립극단은 사회의 구조적인 모순과 폭력을 꼬집는 ‘브라보, 엄사장’(3월 5~15일 도문화의전당)으로 시즌의 문을 연다. 극단 골목길의 박근형 연출이 참여한 이 작품은 성폭력 이슈에 관한 비판과 풍자를 담았다.

이어 퓰리처상을 수상한 미국 배우 겸 극작가 샘 셰퍼드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감독이 연출을 맡은 ‘파묻힌 아이’(5월 21~31일 도문화의전당)는 진정한 가족의 의미에 관해 무거운 질문을 던진다.

한국과 러시아 수교 30주년을 맞아 선보이는 시즌 특별기획 ‘오네긴’(9월 10~20일 도문화의전당)은 러시아 최고 권위의 황금마스크상 수상자인 콘스탄틴 보고몰로프가 연출을 맡았다. 러시아의 대문호 푸시킨의 운문소설을 국내 최초로 연극으로 올린다.

11월에는 한 감독과 정복근 작가가 만나 어쩔 수 없는 운명에 휩쓸려 상처 입은 개인에 대한 연극 ‘저물도록 너, 어디 있었니?’(11월 19~29일 도문화의전당)를 선보인다.

경기도립무용단
경기도립무용단

# 도약과 전진의 또 다른 이름, 도전… 경기도립무용단

한국 춤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우리 춤의 근거지, 경기도립무용단이 색다른 장르에 도전한다. 김충한 예술감독과 함께 한국 춤의 대가들이 틀을 깨고 나와 컨템포러리부터 플라스틱드라마까지 다양한 장르를 시도한다.

전통 한국무용에 기승전결이 뚜렷한 각본을 덧입혀 완성한 댄스컬 ‘률律’(3월 25~28일 도문화의전당, 4월 18일 성남아트센터) 등이 찾아온다.

‘춤-ON’은(4월 10~11일 도문화의전당)은 2019년 대표 레퍼토리 ‘련’의 성공적인 반응으로 한 번 더 만나 볼 수 있게 됐다.

한중 수교 특별기획 ‘오네긴’(5월 21~24일 경기도문화의전당)은 러시아 신예 연출 세르게이 제믈랸스키가 연출을 맡는다. 격정적인 사랑과 운명의 아이러니를 국내 최초로 비언어극인 플라스틱드라마로 선보인다.

한성준으로 시작해 조택원으로 끝나는 ‘무림(舞林)’(9월 25~26일 도문화의전당)도 무대에 오른다.

장르와 경계를 허무는 기발한 상상, ‘본(本)’(11월 26~29일 도문화의전당)도 찾아온다. 컨템포러리 작품으로 유명한 안무가 노정식과 고블린파티가 혜원 신윤복과 단원 김홍도를 주제로 도립무용단과 특별한 컬래버레이션을 선보인다.

경기도립국악단
경기도립국악단

# 국악의 미래를 이야기할 경기도립국악단… 국악의 22세기를 그리다

국악계의 유일한 한 사람, 원일 예술감독이 경기도립국악단과 함께 2020년 국악의 새로운 미래를 이야기한다. 전통의 색채를 온전히 간직한 도립국악단이 이 시대 국악계의 선구자로 불리는 원일 예술감독을 만나 22세기의 국악을 제시한다.

도립국악단은 새로운 음악운동 ‘시나위’ 선언을 통해 올해 시즌을 꾸민다. ‘신(新), 시나위’(3월 12~13일 도문화의전당)는 고정된 선율 없이 즉흥적으로 연주되는 공연이다.

국악관현악의 진정한 마스터피스를 선보일 ‘역(易)의 음향’(4월 17~18일 도문화의전당)에서는 전통 장단과 서양음악의 화려한 협업 무대를 선보인다.

가정의 달 5월에는 ‘세상에 하나뿐인…’(5월 8~9일 도문화의전당) 공연이 준비돼 있다. 현재 가장 핫한 작곡가인 장영규와 라예송이 국악오케스트라를 위한 작품들을 ‘21세기 작곡가 시리즈’(9월 11~12일 도문화의전당)에서 공개한다.

10월 한글날을 맞아 한글미디어아트 ‘ㄱ의 순간’(10월 8~17일 도문화의전당)도 공연한다.

흥미로운 스토리부터 국악을 위한 뮤지컬 음악, 현대적인 감각으로 꾸민 ‘들리지 않는 소리’(11월 4~14일 도문화의전당)에서는 과거의 음악이 아닌 현재의 음악을 연주한다.

# 경기필하모닉, 이제는 ‘도약’

경기필은 상임지휘자 마시모 자네티와 함께 한 단계 더 도약할 준비를 마쳤다.

올해는 ‘앤솔러지(anthology)’ 시리즈를 론칭한다. 명문의 선집이라는 사전적 정의처럼 고전부터 후기낭만까지 폭넓은 시대를 아우르는 명곡들로 클래식 음악 팬들을 만난다.

경기필하모닉
경기필하모닉

첼리스트 다니엘 뮐러 쇼트가 함께 하는 ‘앤솔러지 시리즈Ⅰ’(2월 27일 고양아람누리, 28일 롯데콘서트홀)에서는 체코 작곡가 드보르자크의 첼로 협주곡과 북유럽의 상징적인 작곡가 시벨리우스의 교향곡 5번을 연주한다.

‘앤솔러지 시리즈Ⅱ’(3월 6∼7일 도문화의전당)는 한국을 대표하는 피아니스트 백건우와 함께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7번,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선보이고, ‘앤솔러지 시리즈Ⅲ’(4월 10일 도문화의전당)에서는 피아니스트 김다솔이 협연자로 나선다.

‘앤솔러지 시리즈Ⅳ’(7월 18일 도문화의전당, 19일 예술의전당)는 경기필 2020년 공연의 하이라이트로, 말러의 대규모 교향곡 3번이 연주된다.

‘앤솔러지 시리즈Ⅴ’(9월 4∼5일 도문화의전당)에서는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음악가 정명훈과 김선욱이 만나 베토벤·드보르자크 작품을 무대에 올리고, ‘앤솔러지 시리즈Ⅵ’(10월 9일 고양아람누리, 10일 도문화의전당)는 이탈리아 음악에 정통한 마시모 자네티가 베르디의 레퀴엠을 준비한다.

‘앤솔러지 시리즈Ⅶ’(12월 20일 도문화의전당, 22일 롯데콘서트홀)은 발레음악과 왈츠곡으로 구성돼 있다.

한편, 5월에는 경기필의 스테디셀러 레퍼토리 ‘키즈콘서트’(5월 1~2일 도문화의전당)와 ‘청소년음악회’(5월 30일 도문화의전당)가 각각 준비된다.

# 레퍼토리 시즌 2020 패키지 티켓

도문화의전당은 레퍼토리 시즌 2020을 맞아 관객들을 위한 패키지 티켓을 구성했다.

‘프리픽(50%)’은 시즌 전체 작품 중 10개 이상을 선택해 50%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원하는 작품을 골라 구성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패키지 티켓 중 할인 폭도 가장 크다.

‘시즌픽(40%)’은 봄 또는 가을 시즌 작품 중 4개를 선택해 40%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봄 시즌(2~7월)과 가을 시즌(9~12월)으로 나뉜 연간 일정 전부를 계획하기 어렵고 10개 이상 작품을 고르는 것이 부담되는 고객들을 위한 구성이다.

‘마니아픽(40%)’은 장르별 마니아를 위한 특별 구성 패키지로 40% 할인 혜택이 주어진다. 극단 마니아픽(4개), 무용단 마니아픽(5개), 국악단 마니아픽(6개), 경기필 마니아픽(8회), GGAC기획 마니아픽(7회)으로 구성돼 있다. 

‘오네긴픽(35%)’은 2020년 시즌 한정 패키지로, 무용단(5월)과 극단(9월)의 ‘오네긴’ 두 작품을 선택하면 35%의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패키지 상품은 도문화의전당을 직접 방문하거나 전화(☎1544-2344)로 예매 가능하다.

박광섭 기자 ksp@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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