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농협중앙회장에 거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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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농협중앙회장에 거는 기대
이선신 농협대학교 부총장/법학박사
  • 기호일보
  • 승인 2020.02.13
  •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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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신 농협대학교 부총장
이선신 농협대학교 부총장

지난달 31일 제24대 농협중앙회장으로 이성희 전 낙생농협 조합장이 당선됐다. 조합원 약 210만 명(2019년 말 기준), 자산 445조 원(2019년 3분기 말 기준)의 농협금융지주를 비롯한 28개 계열사를 포괄하는 농협중앙회의 최고책임자라는 중책을 맡게 됐기에 농업계 안팎의 큰 기대와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농산물 시장 개방 확대, 저출산 고령화의 급속한 진전 등으로 농업·농촌·농업인의 어려움이 크게 가중되는 시기이기에 기대가 더욱 크다. 또한 경기도 출신 첫 농협중앙회장이기에 주목을 받기도 한다. 경제사업 활성화, 농업인을 위한 협동조합, 농업경쟁력 강화 등 여러 가지 바람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성희 신임 농협중앙회장의 당선과 취임을 축하하며, 몇 가지 기대 사항을 정리해본다.

첫째, 신임 회장은 (본인의 취임사에서도 다짐했듯이) 재임 기간 내내 농협법 제1조의 내용을 가슴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농협법은 농협의 설립·운영에 관한 근거가 되는 법이며, 농협은 농협법에 의해 설립된 특수법인이다. 

따라서, 국가가 왜 농협법을 제정해 농협의 설립·운영을 지원하는지 그 목적과 취지를 분명히 이해해야 하는 것이다. 농협법 제1조는 "이 법은 농업인의 자주적인 협동조직을 바탕으로 농업인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지위를 향상시키고, 농업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 농업인의 삶의 질을 높이며,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농협의 정체성(Identity)의 근원을 여기에서 찾아야 한다. 

최근 농협의 정체성 혼란이 크다는 지적이 있다. 특히 농협중앙회의 신용·경제사업 분리(일명 신경분리 또는 사업구조개편) 이후에 중앙회가 여러 개의 법인들로 분리되고 사업을 상법에 의거 영리적 방식으로 운영하게 됨에 따라 "협동조합은 사라지고 회사만 남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농협법 제1조 정신을 아로새김으로써 협동조합의 근원을 잘 성찰하고 실천해야 한다. 

둘째, 농협중앙회의 설립 목적을 유념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농협중앙회의 설립 목적이 농업·농촌·농협 발전은 물론 농업인의 삶의 질 개선까지 책임져야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농협중앙회가 그 모든 사항을 책임져야 하는 것은 아니며, 책임질 수도 없다. 그러한 포괄적인 책임은 정부에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농협중앙회의 설립 목적은 (농협법 제113조에서 규정하고 있듯이) ‘회원(지역조합, 품목조합, 품목조합연합회)의 공동이익 증진과 그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다. 

따라서, 중앙회는 조합의 역량 강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조합은 조합원을 위해, 중앙회는 조합(회원)을 위해"라는 프레임이 농협법 전반을 관통하는 기본 콘셉트라는 점을 항시 유념해야 할 것이다.   

셋째, 조합과 중앙회의 상생협력 관계 강화 및 조합 자율성 확대에 노력할 필요가 있다. 특히 오랫동안 관례적으로 시행해 온 중앙집권적 운영 방식을 과감히 탈피해야 하고, 조합 운영에 대한 중앙회의 과도한 통제는 마땅히 지양해야 한다. 협동조합 운영의 핵심적 가치는 바로 ‘자율’이기 때문이다. 지역본부의 대표 기능을 조합장에게 부여하는 방안, 연합회 중심 사업 기능 재편, 중앙회장 직선제 도입 등 본인의 선거공약 사항도 잘 실천해야 할 것이다.

넷째, 경영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지난달 30일 더불어민주당 손금주 의원(나주·화순)이 보도자료를 통해 밝힌 바에 따르면, 농협중앙회의 사업빚이 2015년 이후 연평균 약 5천억 원씩 늘면서 2019년 기준 13조4천200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이처럼 부채 규모가 커지는 상황 하에서는 농협중앙회가 그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 경영 개선을 통해 부채 규모를 감축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다섯째, 선거 후유증을 조속히 해소하고 균형인사·탕평인사를 시행해야 한다. 종래 농협중앙회 임직원 인사가 지역 편향성을 띤다는 비판이 있었다. 앞으로는 능력·성과 위주의 합리적 인사운영이 정착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조합에 대한 지원도 선심성이 아니라 합리적 기준에 따라 차별 없이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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