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최고의 지휘자 중 한 사람인 토스카니니는 원래 오케스트라의 첼로 연주자로 거짓말을 잘 못하고 도덕적 의식이 강한 사람이었다. 동시대를 살았던 거장 지휘자 빌헬름 푸르트뱅글러와 라이벌로 두 사람은 음악성도 생애도 대조적으로, 20세기 전반 지휘계를 음악적으로뿐만 아니라 인간적으로 양분하고 있다. 

토스카니니는 가난한데다 바람둥이인 재봉사의 아들로 태어나 먹을 것조차 곤란한 어린시절을 보냈는데 "어릴 적에 어머니의 키스 한 번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다"고 회고했다. 

그는 불행하게도 아주 심한 근시여서 연주 때마다 앞에 펼쳐 놓은 악보를 잘 볼 수 없어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한 번은 악보를 몽땅 외워 버렸는데, 그 이후 그것이 습관이 됐고, 오케스트라의 조화를 위해 항상 다른 파트 악보까지 모조리 외웠다. 그러던 어느 날, 중요한 연주회 직전 지휘자가 갑자기 병원에 입원하게 돼 부득이 대원들 가운데 한 사람이 지휘할 수밖에 없었다. 그 많은 오케스트라 단원 중 곡을 전부 외우고 있는 사람은 토스카니니뿐이었다. 그래서 그가 임시 지휘자로 발탁돼 지휘대 위에 서게 됐는데, 그는 주저 없이 지휘를 시작해 무사히 연주를 마쳤다. 그때 그의 나이는 스무 살이었는데, 바로 세계적인 지휘자 토스카니니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그 거침없는 지휘에 넋이 나가서 청중들은 기립 박수를 쳤다고 하는 꿈 같은 이야기로 기껏해야 스무살 첼리스트가 지휘봉을 들고 암보로 오페라를 죄다 외워 술술 지휘했다니!

훗날 토스카니니는 "나쁜 시력이 나를 명지휘자로 만들어 주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인생을 살면서 우리는 여러 번의 위기를 만나는데 보통 사람들은 중도에 포기하고 말지만 성공하는 사람들은 원하는 결과를 얻을 때까지 의지를 갖고 참고 또 참으며 노력한다.

원래 그저 첼리스트가 되는 것이 꿈이었던 토스카니니처럼 인생의 결점을 장점으로 만들어 반전 드라마, 그 드라마의 주인공인 20세기 최고의 지휘자 중 한 사람이 됐다. 토스카니니가 자신의 불행을 이겨내듯 인생의 위기에서 의지를 갖고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한다면  각자 주어진 곳에서 명지휘자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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