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에게 명사의 꿈이 아닌 동사의 꿈을 키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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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에게 명사의 꿈이 아닌 동사의 꿈을 키우자
전재학 제물포고 교감
  • 기호일보
  • 승인 2020.02.17
  • 1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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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학 제물포고 교감
전재학 제물포고 교감

 요즈음 우리는 자주 청소년들이 꿈이 없다는 안타까움과 함께 깊은 탄식을 한다. 꿈을 상실한 청소년! 이는 상상할 수 없는 비극이다. 그런데 실제로 우리의 초·중등학교 아이들은 꿈이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상당수가 꿈이 없다고 답하거나 또는 꿈을 꾸기가 두렵다고 말하기도 한다. 도대체 무엇이 우리의 청소년들에게서 꿈을 빼앗아 갔을까? 인생의 여정에서 꿈꾸기를 특권으로 내세울 나이에 이런 청소년들과 함께 살아가는 현실은 그저 암울할 뿐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꿈을 간직한 청소년들도 단지 무엇이 되고자 하는 직업만을 꿈으로 간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컨대 의사, 변호사, 연예인, 교사 등 이른바 명사의 꿈을 간직할 뿐이다. 이는 어떻게 살 것인가의 과정은 무시하고 무엇이 될 것인가라는 결과만을 중시하는 우리 교육이 낳은 참담한 현실에서 연유한다. 

 필자는 이에 우리의 청소년들에게 저마다 아름답고 가치 있는 행동으로 실천하는 동사적 꿈꾸기를 교육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는 구체적으로 어떤 가치관과 철학을 갖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과정을 일깨우는 교육이다. 오늘날 우리 청소년들이 명사의 꿈을 꾸는 것은 결코 그들의 잘못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사회가 그런 사회이기 때문이다. 잠시 우리의 모습을 성찰해보자. 우리는 자녀들이 부와 명예, 권력을 가진 특정한 직업인이 되기만을 강조한다. 

예컨대 어린 청소년들의 눈에 멋있게 보이는 사람, 돈을 많이 벌어 잘사는 사람, 많은 인기를 얻어 각종 TV 매체에서 활동하는 사람, 뛰어난 업적으로 인정을 받는 전문직종의 사람, 전통적으로 사회적인 높은 지위를 가진 특정 직업군의 사람만을 꿈의 대상으로 지칭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배워서 힘없는 약자 위에 군림하고 우월하게 살아가기만을 선호하는 것이다. 정작 그들이 어떻게 가치 있고 의미 있게 행동하는 직업인으로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등한시하고 있다.

 필자의 20대 삶을 들어보자. 대학에서 영어교육을 전공해 교사가 되고자 했다. 하지만 정작 원어민과의 의사소통에 불안을 느껴 고민을 하던 중에 우연한 기회가 대학 졸업반 시기에서야 찾아왔다. 이른바 주한미군에 배속된 한국 증원군(KATUSA)에 지원한 것이었다. 26개월의 복무에 영어로의 의사소통에 대한 두려움과 회화 역량을 극복하고 고등학교에 첫 발령을 받았다. 당시 유행은 영어로 하는 수업을 권장하던 시기였다. 이에 자신 있게 매시간 영어를 구사하는 수업 능력으로 인해 학생들과 교사의 부러움과 칭찬을 받고서 필자는 비로소 영어교사로서 동사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 즉, 다양한 실용영어 지도를 통해서 학생들의 의사소통 능력(Communicative Competence)을 향상시키자는 구체적인 꿈을 갖게 됐던 것이다.

 요즈음 고등학생은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꿈이 없으면 안 된다. 학생부 종합 전형, 이른바 학종이라 불리는 입학사정관 전형에 지원하려면 어릴 적부터 꿈을 꾸고 그것을 위해서 어떤 활동을 했는지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고등학생 시기는 일반적으로 꿈을 탐색하는 시기다. 이미 꿈을 정해서 그와 관련된 활동을 하고 인생을 설계해 나가기에는 다소 시기상조다. 왜냐면 성인이 된 지 한참 후에야 비로소 꿈을 찾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이다. 이것을 청소년들에게 강요하는 것은 다소 가혹하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우리의 청소년들에게 이제는 어떻게 살고 싶은지에 대한 구체적인 행동을 물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판사, 의사가 돼서 무엇을 어떻게 하며 살고 싶은지 묻지 않는다. 즉, 청소년들에게 동사의 꿈을 물어야 하는데 단지 명사의 꿈만 듣고 그것으로 끝이다. 그러니까 청소년들은 거기까지만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자라면서 꿈을 잃어버리게 된다. 이제 교육을 통해서 구체적으로 동사의 꿈을 꾸는 청소년을 키워야 한다. 그런 청소년이 많으면 많을수록 우리 사회는 더욱 건강하고 보다 나은 세상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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