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선거가 58일 앞으로 다가왔다. 아직 선거구 획정조차 안 됐지만, 정당별 이합집산과 관심을 끌 만한 빅매치 성사 등 총선 시계는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이번 선거에선 새로운 규칙이 적용된다. 지역구 의원 253명, 비례대표 의원 47명을 선출하는 점은 지난 선거와 동일하다. 하지만 비례대표 의원을 정하는 방식이 바뀌었다. 기존방식으로 17석, 새로운 방식으로 30석이 채워진다. 이 30석(준연동형비례대표)에 대한 계산 방식의 복잡성과 위헌성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단순한 것이 진실일 가능성이 높다’는 오컴의 면도날 원칙을 무시한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럼에도 (소수당에 유리한 계산법 탓에) 양당 기득권 구조가 다당제로 권력 분점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선 한 번쯤 시도해 볼 만한 가치도 있을 듯하다.

통념과 달리 국회의원선거는 지역 대표를 뽑는 행사가 아니다. 헌법 제46조 2항에 적시된 "국가이익을 우선하여"는 ‘국민 전체의 대표자’ 지위를,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는 법적 자유와 독립성을 보장하는 ‘자유위임’ 지위를 국회의원에게 부여한다. 의원 개개인이 국민 전체를 대표하는 독립된 헌법기관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지역 논리를 넘어 국익을 쫓는 진정한 국민 대표를 뽑으려면 유권자가 깨어 있어야 한다. 

국회의원은 특정 정당을 대표하는 지위도 함께 갖는다. 이번 선거가 집권세력의 국정운영 성적과 야당의 대안적 정치력에 대한 ‘중간평가 의미’를 지닐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정권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면 견제를, 그 반대라고 생각하면 힘을 실어주는 게 맞다.

이러한 이유에서 청와대와 정부는 반드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 이것이 지켜지지 않으면 선거를 치르는 목적과 국민의 뜻이 무력화될 수밖에 없다. 그런 차원에서 대통령이 10일 ‘고용정년 연장’ 검토를 지시한 것은 시기적으로 적절치 못했다. 외교부가 12일 "한일 지소미아 효력을 언제든 종료시킬 수 있다"고 언급한 것도 ‘진영 결집’이라는 오해를 받을 만했다. 오얏나무 밑에선 갓을 고쳐 쓰지 말아야 한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검찰개혁 발언에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여론 흐름의 변곡점이 될 수 있는 결정이나 정책 발표는 총선 이후로 미루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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