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익 태영이엔씨 고문
이상익 태영이엔씨 고문

역사적으로 조선말까지 우리에게 부동산이라는 용어 자체가 없었다. 대신 토지와 가옥으로 불렀다. 법률 용어로 부동산은 1905년 을사조약 후 공식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일본 통감부에서 조선시대의 봉건 토지제도를 붕괴시키면서 토지의 개인 소유권 확립하는 부동산 등기제도를 확립하는 과정에서 비롯됐다.

작금 부동산 이슈가 문재인 정부의 최우선 국가적 해결 과제이자 경제 정책의 핵심을 이루고 있지 않은가 하는 착각마저 불러일으키고 있다. 아파트 가격 안정화 이슈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지나간 날이 없으니 하는 말이다.

하기야 대통령 취임 3년에 불과함에도 불구하고 서울 강남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고 무려 18번의 부동산대책이 발표됐으니 그럴 만도 하리라. 평균 2개월에 한 번씩 새로운 정부 정책이 발표된 셈이기 때문이다.

사실 과거 정부에서도 부동산 가격안정을 위해 다양한 정책과 대책이 시행됐다. 주택공급을 통한 가격 안정책으로는 전두환 정부의 주택 500 만 가구 건설, 노태우 정부의 1기 신도로 상징되는 주택 200 만 가구 건설, 노무현 정부의 행정수도 이전과 2기 신도시 건설 등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반면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침체된 건설경기 부양을 위한 주택 촉진 정책을 추진했다. 성공한 정책도 있고 실패한 정책도 있음은 물론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부동산 시장이 늘 불안정하고 불확실하며 시장의 자율조정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시장의 효율성과 형평성이 이뤄지지 않는 대표적인 시장의 실패 사례라 하겠다.

현실 경제에서 정부가 민간경제에 개입하는 이론적 근거는 바로 이러한 시장의 실패론이다. 시장의 자율적인 가격조정 기능이 정상 작용되지 못하고 바람직한 결과를 낳지 못할 경우 정부가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해 바로잡아야 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정부 개입의 당위성은 차치하고 정부의 역할이 제대로 작동해 기대했던 성과를 거뒀는가는 별개의 문제라 하겠다. 시장의 실패 못지않게 정부의 실패 또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중요한 대목이라는 점이다.

최근 한국 부동산 시장의 특성을 살펴보자. 먼저 지난 2018년 한국은행 조사결과 발표에 따르면 2008년~2017년 주식, 채권 등 각종 투자 자산들과 비교한 결과 부동산의 누적 수익률이 무려 25.7%p나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에서는 부동산 투자가 재테크 수단으로 널리 선호되고 있다는 의미다. 

두 번째로는 서울 지역 아파트 선호 경향이 갈수록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교통인프라 집중, 경제, 교육, 취업, 문화·관광 등 모든 분야에서 우월적인 지위를 점유하고 있다. 이는 주택 수요의 증가와 공급 억제책이라는 상반된 현실로 나타나 주택가격을 폭등시키고 있는 요인이 되고 있다.  

세 번째는 끊임없이 쏟아지는 부동산가격 안정화 대책이 오히려 서울, 수도권 그리고 지방 간 양극화 현상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부와 소득의 불평등과 불균형을 초래하고 소득 계층 간 위화감, 상대적 박탈감을 초래하는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모름지기 정부의 정책은 거시적 접근 방법과 문제의 근원을 치유한다는 목표 하에 추진돼야 한다. 이를 위해 올바른 현실 진단과 정확한 자료에 기초한 타당한 분석, 정책 수립 과정의 투명성과 정확성, 정책 결과의 예측 가능성, 정책의 효과성 분석이 전제돼야 함은 물론이다.  

그런 측면에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총체적으로 매우 박한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본다. 선악이라는 이분법적 틀에 갇혀 반시장적인 부동산 규제를 남발함으로써 역기능과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자본주의 근간을 흔드는 실질적인 주택거래허가제, 초법적인 금융규제, 징벌적 세금정책 등은 또 다른 시장의 실패를 원인이 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의 과도한 시장개입이 실물 시장을 이길 수 있다는 발상은 큰 오산이다. 시장의 실패보다 정부의 실패를 무서워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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