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실 대한결핵협회 인천시지부 회장
김실 대한결핵협회 인천시지부 회장

한동안 평생직장으로 다니던 교육 현장을 떠나면서 아쉬운 마음도 있었지만 그동안 취미로 하고 싶었던 이런저런 건강 스포츠나 컴퓨터 등에 관심을 갖고 평생교육기관에 다니면서 배우는 재미가 있다. 퇴직 전 직장에서 가졌던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대놓고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소~’ 하고 제대로 입을 열지 못했다. 이젠 10년이 지나면서 알 만한 옛 친구들이 다 알고 있기에 자랑 아닌 나 자신으로 스스럼없이 말하는 경우도 있다. 평소 ‘건강이 무너지면 큰일인데∼ 더욱이 제대로 걷지 못하면 산목숨이 아니지’ 하면서 다른 사람 몰래 구청이 운영하는 체육 강좌 뒷줄에 서서 댄스 스포츠를 숨어 배웠다. 그동안 배우는 장소를 바꿔 인천에서 가장 많은 어르신이 모이는 인천노인종합문화회관에 다니면서 생각지 못하고 잊고 지내던 옛 동료들을 만나 일주일에 2~3회 함께 점심 식사를 나누며 서로의 건강을 묻고 가정 이야기를 나눌 정도로 더 가까워지게 됐다. 많은 어르신이 본인이 희망한 수강 과목에 탈락해 마음의 아픔을 점잖게 말할 때 나름대로의 속앓이겠지만, 어르신 세계에도 또 다른 삶의 의욕이 있어 가끔은 열기 넘치는 또 다른 세계를 보게 된다. 꼭 하고 싶은 수강 과목이 있지만, 일부 강좌는 희망자가 너무 많아서 탈락이 일상화돼 1년에 3번 수강 신청을 하는데도 1~2년 동안 희망 수강 과목 당첨을 기다렸다는 하소연을 듣기도 한다. 

친구 따라 희망 강좌 찾아 회관을 처음 찾아왔을 때보다 더욱 붐비는 현실은 점심시간에 몰려드는 어르신들의 길게 늘어선 식당을 보면 더욱 실감이 난다. 회관에 들어서면 시도 때도 없이 넘쳐나는 어르신들이 현관 출입구 소파에서 자리가 빌 사이가 없이 앉아 TV 시청과 커피매점 앞은 늘 기다리고 만나는 정겹고 반가운 장소가 되고 있다. 물론 생각지 못한 큰소리가 있고 또한 무리 지어 움직이는 어르신이 있는 것도 어르신들의 삶의 의욕이 그만큼 넘치기 때문이다. 꼭 수강하고자 하는 강좌에 용케 당첨될 수도 있다. 그러나 어려운 걸음으로 회관을 찾아오는 것은 그리 쉽지는 않다. 특히 제대로 걷지 못하는 어르신에게는 더욱 그러리라고 생각한다. 

처음 수강 당첨돼 첫 시간에 생각지 못한 기존 수강생들의 텃세로 밀려나는 어르신도 있고, 일부는 이제까지 수강신청이나 수강강좌 당첨과는 관계없이 염치 없이 자리 잡고 버티며 나중에는 주인 행세하며 앞줄에 서는 파렴치한 수강생이 활동하는 건강강좌를 보게도 된다. 처음에는 잘도 넘어가지만 이런저런 이야기로 뒷말이 무성해지며 일부 수강생이 민원 제기도 하지만 질서유지를 위해 사무실 직원이 어렵게 나서면, 일부 튀는 수강생이 목소리를 높여 "좋은 게 좋은데 무얼 그렇게 말하냐, 자리 비고 당신도 손해 없고 그 누구도 피해 없는데, 왜 젊은 직원이 어르신 자리에 나타나냐"라고 소리 칠 때는 정말 난감하고 어르신의 속마음이 전부 같을지 묻고 싶을 때도 있다. 끼어드는 어르신, 거드는 어르신, 못 본 척 넘기는 어르신 모두 불편하지만 그보다 강사의 떳떳하지 못한 어정쩡한 자세는 더욱 마뜩지 않다. 사회에서 어르신은 후배들에게 옳고 그릇됨을 말할 수 있고 잘못된 것에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할 텐데, 극히 일부의 염치없고 잔재주 부리는 기득권을 누리려는 일부 동아리 무리가 있어 강좌 자체에 대한 염증으로 발걸음을 돌리는 경우가 가끔은 있고 이런저런 뒷말이 많아지고 있다. 신임 관장이 시정하려고 노력하지만 워낙 뿌리가 깊어 어르신을 상대하는 젊은 관리직원의 한계도 있지만 점차 바람직하게 바뀌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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