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턱은 한옥에서 안방과 대청마루를 구분 짓는 경계다. 문턱 안쪽과 바깥쪽은 어느 쪽에서 바라보든 확연히 다른 세상이다. 물은 온도가 낮아지면 0℃에서 얼고, 0℃보다 높은 온도에서는 액체 상태다. 끓는점인 100℃를 넘어서면 기체상태로 변한다. 99℃까지는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던 물이 100℃가 되면 끓기 시작한다. 

어떤 값을 기준으로 상태가 달라질 때 그 값을 문턱값(threshold value) 또는 임계값( critical value)이라고 한다. 물이 얼어 얼음이 되거나 끓어 수증기가 되는 현상에서 온도의 문턱값은 각각 0℃와 100℃다. 

문턱값은 이처럼 갖가지 자연현상에서 쉽사리 찾아볼 수 있고, 각종 유행에서도 나타난다. 물론 유행에서의 문턱값은 개인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어떤 이는 한 명만 핫팬츠를 입어도 금세 따라 입는 반면, 또 다른 이는 적어도 500명 정도는 핫팬츠를 입어야 옷가게를 찾기도 한다. 이때 유행의 문턱값이 ‘1’인 사람도 있고, ‘500’인 사람도 존재하는 것이다. 문턱값이 500인 사람은 499명이 핫팬츠를 입을 때까지 평소에 즐겨 입던 청바지만 고집한다. 어떤 값이 문턳값보다 작을 때와 클 때 사람들의 행동은 불을 발명하기 전과 후의 인류의 삶만큼이나 다르다. 

어떤 상황에 대한 반응도 개인의 문턱값에 따라 각양각색이다. A는 사소하기 짝이 없는 일에도 버럭 화를 내 주위를 당혹스럽게 만들기도 하고, Z는 언제까지 참을 수 있는지 시험이라도 하듯 제 아무리 약을 올려도 얼굴 한번 찌푸리지 않는다. 당연히 화를 내는 문턱값이 달라서다.

화를 예로 들어서 그렇지 무턱대고 문턱값이 낮다고 나쁜 것도, 높다고 좋은 것도 아니다. 오만가지 상황에 대한 자신만의 행동 변화 문턱값을 정확히 인식하고 사회생활을 하는데 지장을 초래할 정도라면 사안에 따라 이를 높이거나 낮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을 뿐이다. 물리(物理)가 사물의 이치를 의미한다는 것밖에 모르는 기자가 뜬금없이 물리학 용어를 꺼낸 이유다.

문득 아무 쓰잘머리 없는 생각이 스친다. 제21대 총선이 4월 15일 치러진다. 이날이 우리나라 정치사에 큰 변혁을 가져오는 계기가 된다면  ‘415’라는 숫자 또한 한국사에서 하나의 위대한 문턱값으로 기억될 것이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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