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효성 국제PEN한국본부 인천지역부회장
신효성 국제PEN한국본부 인천지역부회장

사람의 존엄성과 인격은 상처받지 않아야 한다. 정의·평화·생명의 세계를 이루는 일에 손잡고 함께하자는 목적으로 모인 여성단체에 발을 디딘 지 20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긴 세월의 퇴적에 안심이 될 만큼 역할을 했는지는 자신할 수 없다. 그래도 모태의 여성성이 갖는 생명의 바람으로 세상을 향해 민들레 홀씨 하나는 퍼뜨리지 않았을까 자문해 본다.

여성 남성의 역할을 이분법으로 나누는 시대는 지났다고들 한다. 남성과 여성의 사회적 제도적 차별과 평등을 논할 때면 여전히 예민한 논제가 되고, 성의 역차별이라고 남성 쪽에서 반기를 들기도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성차별과 성평등에 관련한 이야기가 불편해지는 것을 차별과 불평등을 겪은 세대이기 때문이다. 

50년 전 고정된 불평등 의식을 깨울 합리적 신념을 가진 여성들이 인천 YWCA 단체를 만들었다.

초창기 회장을 하셨던 분들은 고인이 되셨고 그분들의 애쓰심이 반석이 돼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이했다. 성별이 아닌 사람 대 사람으로 성숙도를 키워온 세월이 헛되지 않았고 성과가 많았다. 증경 회장 두 분을 인터뷰하고 초창기 인천YWCA 회원들의 활동 역사를 들으면서 가슴 벅찼던 기억이 있다.

인터뷰 했던 두 분은 몇 해 전에 영면을 하셨다. 그분들이 지펴놓은 불씨를 타오르게 한 반세기의 역사에는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열정으로 활동한 회원들의 힘이 있어서다. 

정신분석가이자 사회사상가인 에리히 프롬이 「사랑의 기술」이란 책에서 "모성은 무력한 자에 대한 사랑이다. 어머니와 아이의 관계는 본질적으로 불평등한 관계이며, 이 관계에서는 한쪽은 도움을 요구하고 또 한쪽은 도움을 준다. 모성애를 최고의 사랑, 모든 감정적 유대 중 가장 거룩한 것으로 여겨 온 것은 이러한 이타적이고 비이기적인 성격 때문이리라" 고 했다. 

그래서 동등한 자들 사이의 사랑이 아닌 여성이 가진 모성애는 여성성의 자발적 발현이라 할 수 있다. 50년 성장을 북돋운 세월 속에는 품어서 다독이는 부드러운 듯 강한 모성애가 역할을 했다고 본다. 

회원 2천300명이면 인천시 인구에 비해서는 회원 수가 많지 않다. 적은 수의 회원이지만 실무자들과 손잡고 세상에 퍼져나갈 민들레 홀씨 하나에 희망을 실어 날리고 있다. 

인천YWCA에서는 ‘생명의 바람, 세상을 살리는 여성’을 모토로 한 다양한 운동을 전개해 오고 있다.

생명운동의 일환으로 탈핵과 지구환경을 지키려는 노력을 꾸준하게 전개해 재앙으로 닥친 기후변화 속에서 생명의 보존과 미래를 고민하며 환경운동을 위한 연대활동을 하고, 평등하고 주체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한 성평등운동으로 차별과 편견의 물길이 바르게 흐르도록 물꼬를 트고, 우리 민족의 지상과제인 평화통일을 위해 다양한 평화통일 교육과 평화행사를 진행해 통일 미래를 준비하고, 미래의 주역인 청소년의 성장을 지원하는 리더십 함량 교육과 공동체 의식 고취를 지속적으로 펴 나가고 있다.

이러한 활동의 성과를 위해 소비자단체협의회, 청소년단체협의회, 기후환경네트워크, 환경교육네트워크, 인천에너지전환네트워크, 성평등정치네트워크, 시민정책네트워크 같은 연대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더불어 여성과 어린이와 노인과 저소득층 지역주민과 다문화가족 등 무력한 이들을 품어줘 정의로운 사회를 위한 변화를 이끌어 세상을 변화시키는 맑은 바람이 되겠다는 각오로 희년을 맞이했다.

조촐한 기념식을 준비하면서 자축의 기록을 남기기로 했다. 책자와 영상에 50년의 역사를 담아 앞으로의 50년을 준비하는 틀을 세웠다. 세상 사람의 역할을 남성성 여성성으로 간단하게 나눌 수는 없지만 인천YWCA가 쌓아온 기틀은 충분한 의미와 가치를 가진다고 생각한다. 50주년이면 적지 않은 세월이다. 반백년 다져온 세월의 연륜이 빛이 돼 여성기독단체로서의 역할을 오래도록 이어나가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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