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승 21세기안보전략연구원 원장
강석승 21세기안보전략연구원 원장

우리나라는 시조인 단군(檀君) 이래 반만년에 달하는 유구한 역사와 통일신라 이후 1,300년에 이르는 찬연한 전통을 자랑하고 있는 국가이다. 비록 지난 20세기 초 일본에 의해 30여 년간 식민통치를 당했지만, 삼천리 방방곡곡에는 지금도 이런 역사와 전통의 족적(足跡)이 남아 있어 우리 모두에게 민족적 자존심과 함께 자긍감을 느끼게 하고 있다.

그러나 벌써 70여 년에 이르는 분단의 질곡(桎梏)과 상흔은 155마일에 이르는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상존하고 있으며, 여기에 정치이념과 체제 차이까지 더해 날이 갈수록 이런 역사와 전통을 빛바래게 하고 있으니, 안타까운 마음을 감출 수 없다.

2020년 새해가 밝아온 지 2개월이 거의 다 돼 가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동족(同族)인 남과 북은 이렇다 할 접촉과 교류, 협력을 하지 못한 채 갈등과 분열, 반목과 대립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니 이처럼 가슴 아픈 일이 또 있겠는가?

이런 가운데 남북의 헌법에서는 제각기 ‘평화통일’과 ‘조국통일’을 규정하고 있으면서도, 특히 북한에서는 ‘우리민족끼리, 민족공조’ 등을 강조하면서도 우리 정부와의 접촉과 교류는 애써 외면하면서 미국과의 관계 개선만을 도모하는 이른바 ‘통미봉남(通美封南) 정책’을 견지하고 있으니 이를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하기만 하다.

바로 이런 안타까운 현실과 관련해 이 글에서는 남북한이 가까운 시일내에 ‘다시 하나로 통일될 그날’을 준비하는 과정의 일환으로, 또한 우리 국민들이 북한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을 가져야 ‘통일’에의 전도(前途)가 밝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희망을 담아 필자가 경험한 북한에 대한 진단(診斷)을 해보고자 한다.

우선 국내외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북한은 과연 법치주의 국가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答)을 내려보고자 한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법치주의’란 "국민의 의사를 대표하는 국회에서 만든 법률에 따르지 아니하고는 국가나 그 권력자가 국민의 자유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지울 수 없는 근대 입헌국가의 정치원리"를 의미한다. 

즉 법 앞에서는 모든 사람이 그 지위나 빈부귀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평등하다는 원리가 법치주의인데, 과연 북한도 우리나라와 같은 법치주의 국가로 볼 수 있을 것인가가 요체이다.

우리 사회에서 모든 행위의 시시비비(是是非非)가 법에 의해 가려지듯이 과연 북한에서도 ‘법’이 우리와 같은 역할과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가?

이에 대한 답은 "그렇다"이다. 즉 북한에서도 ‘법 중의 법’ 최고규범인 헌법을 비롯해 그 하위 법률인 형법이나 민법, 가족법, 형사소송법, 민사소송법 등이 엄연하게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 헌법의 경우 우리보다 1개월 여가 늦기는 했지만, 1948년 9월 8일 최고인민회의 제1기 1차 회의에서 ‘인민민주주의헌법’이라는 제하(題下)로 제정된 이래 24년간 시행해 오다가 1972년 12월 27일 최고인민회의 제5기 1차 회의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사회주의헌법’으로 개정됐다.

이로부터 20년 후인 1992년 4월 9일 최고인민회의 제9기 3차 회의에서 대폭 개정했으며,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개정해 현재에 이르기까지 총 14차례에 걸쳐 개정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살펴볼 때, 북한의 헌법이 갖고 있는 특성은 우리의 경우처럼 개정 절차가 국민투표 과정을 거치지 않고 당(黨)의 결심에 따라 이뤄진다는 점, 즉 정권 자체의 존립과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최고인민회의의 고유권한, 엄밀하게 얘기하면 추인(追認) 과정을 통해 이뤄진다는 점이 우리와 다르지만, 적어도 외형적으로 보기에는 ‘법치주의’ 원리에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우리나라와 같이 헌법을 비롯한 모든 법규(法規)가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국민에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오직 ‘인민’에게만 엄격하게 적용된다는 특성을 갖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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