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용인지역 첫 코로나19 확진자로 판명된 A(27·여)씨가 본인의 주장과는 달리 16일 대구 본가에 머물렀던 것으로 확인됐다.

용인시는 A씨가 16일 아버지와 할머니가 사는 대구 본가 앞에서 아버지 승용차에서 내리는 모습을 폐쇄회로(CC)TV를 통해 확인했다고 25일 밝혔다.

A씨는 질병관리본부가 신천지 대구교회와 관련한 31번 환자(61·여·대구 서구)의 접촉자로 용인시에 통보한 22일부터 줄곧 시와 역학조사관에게 자신은 신천지 대구교회에 간 적이 없었다고 주장해 왔다.

16일은 31번 환자가 신천지 대구교회에서 예배를 본 날로, 질본이 신천지로부터 이날 예배 신도 명단을 넘겨받아 명단에 있던 A씨가 거주하는 용인시에 이 사실을 22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지구보건소는 23일 오전 11시 A씨 검체를 채취해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에 검사를 의뢰했고, 이날 오후 4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시는 A씨의 동선 파악을 위해 31번 환자와 접촉 여부 등을 캐물었으나 A씨는 그날(16일) 대구에 간 사실 자체가 없다고 부인해 왔다. A씨는 설 연휴를 맞아 1월 24일 대구 본가를 방문했을 때 발열 증세(39℃)를 보여 집 안에만 머물렀을 뿐 신천지 교회에는 가지 않았으며, 이후 증상이 좋아져 27일까지 대구에 있다가 용인으로 올라와 28일부터 기흥에 있는 회사에 출근했다고 진술했다.

시는 A씨의 말과 검사 결과를 토대로 23일 오후 5시 30분 긴급브리핑을 열어 첫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소식을 전파했다. 그러나 A씨의 말을 믿을 수 없다고 판단, CCTV를 분석해 16일 대구 본가 앞에서 A씨와 아버지, 할머니가 있는 모습을 확인했다. 그러나 A씨는 여전히 신천지 신도 여부에 대한 확인을 거부하고 있고, A씨 아버지도 "나는 신도가 맞지만 딸은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는 게 시의 전언이다.

시 관계자는 "A씨가 신천지, 대구와 관련해 말을 안 해 이동 동선 파악 등에 어려움이 많았다"며 "아무래도 상황이 긴박하고 (신천지가)지탄의 대상이 되다 보니 말을 아끼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시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A씨는 대구에서 할머니, 아버지와 살다가 올해 초 용인시 수지구 풍덕천동 소재 원룸으로 옮겨와 기흥구 보정동 소재 회사에 다니고 있다. A씨의 아버지는 16일 신천지 대구교회 예배를 마친 뒤 어머니(A씨 할머니)와 함께 승용차로 A씨 집으로 이동해 함께 거주하고 있다.

A씨는 확진 판정을 받기 전날인 21일 아버지 승용차로 회사에 출근했고, 이날 상현동 소재 다경식당에서 회사 동료 8명과 점심을 먹었다. 당시 식당에는 다른 손님은 없었다. A씨 아버지와 할머니는 23일 검체검사 결과 모두 음성으로 판정됐으나 잠복기를 감안해 자가격리된 상태다. 함께 식사한 8명 중 타 지역 거주자 6명을 제외한 2명과 식당 주인 등 3명도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시는 A씨가 사는 원룸 건물 전체와 골목길, 상가, 아버지·할머니가 이용한 풍덕천동 일대 마트와 제과점, 청과점을 소독했다. 또 A씨 근무회사와 다경식당을 폐쇄하고 방역소독 한 뒤 A씨와 3층에서 근무한 9명을 자가격리시켰고, 1∼2층에서 근무한 23명은 능동감시자로 분류해 관리 중이다.

용인=우승오 기자 bison88@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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