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조에게 아들만 스무 명이 넘었는데 그 중 변 부인 출생의 조비와 조식, 둘이 대표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조식은 ‘입만 열면 시구가 줄줄 나온다(出口成章)’고 할 만큼 시인으로서 자질이 뛰어났다. 조비는 협량했다. 경쟁자였던 동생 조식에 대해 깊은 앙금이 있었다. 어느 날 조식을 불러 단호하게 말했다. 

"너는 그동안 시구를 읊는데 능하다고 했다. 나는 다른 이의 글을 빌려다가 우쭐대는 걸로 생각했다. 오늘 일곱 걸음 걷는 동안에 시를 지어 읊으면 살려줄 것이다. 그렇지 못하면 용서하지 않겠다." 

조식은 일곱 걸음 걷는 사이에 시 한 수를 읊었다. ‘콩을 삶는데 콩깍지로 불을 지피니 / 콩은 가마솥에서 우는도다 / 본디 한 뿌리에서 함께 생겨났는데 / 서로 삶는데 어찌 이리 서두르는가.’ 

이 시를 듣자 조비는 눈물을 흘리며 조식을 용서했다. 조비와 조식. 형제라기보다 정치적 맞수로 회자되던 두 사람의 이야기는 오늘날에도 정치나 재벌, 소위 잘 나가는 집안 후손들 사이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삼국지리더십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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