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차고지.(위 사진은 해당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 = 기호일보 DB
버스 차고지.(위 사진은 해당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 = 기호일보 DB

인천시의 시내버스 한정면허 폐지 방안에 따른 운수종사자들의 고용 불안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시의 계획보다 빨리 폐선한 903번 종사자들은 실직 상태가 된데다, 나머지 종사자들의 고용승계 계획도 모호하기 때문이다.

시는 지난 15일 서구 월드아파트에서 미추홀구 롯데백화점까지 약 20분 간격으로 총 11대가 운행하던 903번(한정면허) 노선을 폐선했다고 26일 밝혔다.

시는 지난해 4월 버스 준공영제 개선 방안 발표 당시 올 7월 말 노선 개편을 하면서 한정면허 8개 업체(16개 노선)를 폐지하고, 한정면허 운수종사자 379명은 준공영제 버스로 고용승계한다는 구상이었다. 903번은 이 같은 계획을 6개월 앞두고 업체의 경영난으로 우선 폐선이 결정됐다.

903번 종사자들은 폐선으로 일자리를 잃게 된 18명의 고용승계를 시에 요청했다. 시 계획에 비해 폐선 시점이 몇 개월 빨라졌을 뿐이지 종사자들의 고용 단절과 준공영제에 인력을 충원해야 하는 상황 자체는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12명의 인력이 부족한 D운수를 비롯해 일부 준공영제 운영업체의 인력난을 예로 들며 지금도 충분히 고용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시는 903번 운수종사자들은 고용승계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정면허를 폐지하기로 한 7월 말 이전에 운수회사가 경영 악화로 먼저 면허를 반납했다는 것이다. 또 종사자들 대부분이 65세 이상 고령으로 타 회사 채용이 쉽지 않은데다, 시가 인력 충원 계획을 세운 이유였던 주 52시간제 유예 등의 상황 변화도 이유로 설명했다.

운수종사자들은 고용승계에 대한 시의 의지를 의심하고 있다. 이들은 운수종사자들이 고령인 것은 남은 13개 노선(141대)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한다. 주 52시간 유예 역시 시가 고용승계를 미루려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무엇보다 운수종사자들은 시가 전체를 고용승계할 것처럼 발표했던 당초 계획과 달리 규모나 방식에 대해 명쾌한 답변을 못하는 점을 지적했다.

903번 종사자 A씨는 "시에서 7월까지 일하면 다른 회사로 승계해 준다고 해서 그것만 믿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됐다"며 "시가 한정면허 노선을 빨리 폐선시키고 다른 노선을 운영하려고 동조한 것 같고, 고용승계 약속도 말뿐이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다.

시 관계자는 "903번은 면허기간이 남아 있는데도 운수회사의 경영 악화로 반납한 것이라 현재로서는 대안이 없다"며 "어떤 기준에 의해 몇 명을 고용승계할지는 아직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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