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국내 사망자가 10명을 넘어서고 대구·경북지역의 확산과 함께 국내 확진자도 1천 명을 훌쩍 넘어서며 코로나19 포비아가 전국을 뒤덮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의료진 감염도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데, 현재 대구·경북 지역 의료진을 포함해 20명 이상의 의사, 간호사가 감염됐고 격리 조치된 의료진은 260여 명인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방치하면 의료진이 부족해 증상이 나타나도 치료를 받을 수 없게 되는 의료대란이 올 수 있다. 우리나라 병원 노동자들의 1인당 담당 환자 수는 평소에도 다른 나라보다 많은데 코로나19로 환자가 몰려드는 상황을 얼마나 더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코로나19가 대구·경북을 넘어 전국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의료진이 사투를 벌이는 가운데 군의관과 공중보건의, 전문의 등 전국에서 의료진 200명가량이 자발적으로 이 지역의 각 병원에 투입돼 일하고 있다. 또한 방역당국은 24일 저녁 모집을 시작한 이후 25일 오전 10시까지 불과 몇 시간 만에 의사 6명, 간호사 32명, 간호조무사 8명, 임상병리사 3명, 행정직 10명이 지원을 신청했다고 밝혔으며 지금 이 시간에도 지원이 이어지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확진자가 머물었던 곳은 물론이고 공공장소 출입과 외출 자체를 꺼리는 상황에서 자원해서 확진자가 많은 곳으로 찾아간다는 것은 숭고한 헌신이다. 현재 대구·경북지역은 의료 인력뿐만 아니라 병실과 의료장비, 물품도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라고 한다. 이제는 정부 차원에서 체계적 지원 대책을 세워야 할 때이다. 확진자가 천명이 넘고 전국 각지에서 확진자가 시시각각 늘어나는 현재 상황에서 코로나19를 단기간에 종식시키기 어렵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 됐다. 지금은 정쟁을 벌이고 있을 때가 아니라 조속히 추경예산을 편성해 우선 의료대란을 막는 것이 시급하다. 

‘각자위정(各自爲政)’이란 말이 있다. 사람이 저마다 자기 멋대로 행동한다는 말로 전체와의 조화나 타인과의 협력을 고려하지 않으면 큰일을 그르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코로나19 확산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으나 4·15 총선을 앞둔 가운데 이 사태를 해석하는 자세는 그야말로 각자위정이다. 정치인들은 대구·경북으로 향하는 의료진들의 ‘살신성인(殺身成仁)’ 정신을 보고 각성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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