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이지데이’라는 인터넷 카페에 실린 글에서 눈이 멈췄습니다. 어느 가수에게 가장 존경하는 분이 누구냐고 묻자, 그녀는 초등학교 시절 자신이 전학을 갔던 미국의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이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당시 그녀는 영어를 잘하지 못해 급우들에게 무시를 당하며 지냈었는데, 어느 날 교장 선생님이 조회시간에 그녀에게 칠판에 ‘Hi!’를 한국말로 써보라고 했고, 그녀가 ‘안녕하세요’라고 쓰자, 그는 학생들에게 이 말을 읽어보라고 했습니다. 물론 미국 학생들은 읽지를 못했지요. 그러자 교장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여기 이 학생은 한국어를 쓸 줄도 알고 읽을 줄도 아는 학생입니다. 그런데 또 다른 언어를 배우기 위해 이 나라까지 온 겁니다. 여러분이 많이 도와주길 바랍니다."

그녀는 이 일을 계기로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고, 훗날 가수가 돼 성공한 다음에도 교장 선생님을 가장 존경하게 됐을 겁니다. 이렇게 말 한마디가 한 사람의 삶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곤 합니다. 

치우칭지엔의 「지혜 이야기」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비 내리는 날, 프랑스 파리의 어느 선술집에 한 청년이 혼자 쓸쓸히 술을 마시고 있었습니다. 가난 때문에 가족의 부양은 고스란히 그의 몫이었습니다. 회계직원으로 채용됐지만, 월급이 적어 새 옷을 살 엄두가 나지 않자, 그는 스스로 지어 입곤 했습니다. 다행히도 옷감을 재단하는 일이 무척이나 흥미로운 일이었습니다. 

‘어떻게 살아야 하나?’를 고민하며 술을 마시던 그때, 화려한 옷을 입은 어느 부인이 다가와 그가 입고 있는 옷을 어디서 샀냐고 물었습니다. 스스로 만들었다고 하자, 그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놀랍군요. 당신은 앞으로 백만장자가 될 거예요."

이 말 한마디가 청년의 움츠러든 어깨를 펴게 했고, 자기 이름을 내건 매장을 열게 했습니다. 그리고 1974년 12월, ‘피에르 카르뎅’이라는 이름의 이 청년은 「타임」지의 표지 모델로 자신의 성공을 증명했습니다. 

브라이언 카바노프는 자신의 책인 「꿈꾸는 씨앗」에서 미국의 전설적인 야구선수인 베이브 루스의 일화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714개의 홈런을 치고 선수로서의 마지막 경기를 할 때, 그는 실수를 연발했습니다. 공을 놓치고 제대로 던지지도 못했습니다. 그의 실수로 한 이닝에서 무려 5점이나 내주고 말았습니다.

그가 삼진 아웃을 당한 뒤 선수 대기석으로 걸어오자 관중석에서는 야유가 쏟아졌습니다. 그때 한 소년이 관중석을 뛰어넘어 그에게 달려가 다리를 붙들고 펑펑 울었습니다. 루스는 침착하게 소년을 일으켜 세운 뒤 꼭 안아주고는 소년의 머리를 쓰다듬었습니다. 순간 관중석은 조용해졌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최고의 선수였던 자신이 패배의 원흉이 돼버렸으니 참담했을 겁니다. 그런 그를 향해 손가락질하며 비난하는 것은 쉬운 일일 겁니다. 그러나 소년처럼 비통해하는 그에게 다가가 함께 울어주는 일은 쉽지 않은 태도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런 모습에서 감동합니다. 자신을 위해 울어준 소년과 이 소년을 가슴으로 안아준 베이브 루스의 태도가 분노와 실망으로 마음의 문을 굳게 닫은 관중들의 마음을 열어젖힌 겁니다.

비난은 쉽습니다. 그러나 공감은 어렵습니다. 비난하는 마음은 ‘내가 옳다’는 태도가 전제돼 있지만, 공감은 ‘너도 옳다’는 헤아림이 전제돼 있습니다. 그래서 비난하는 사람들끼리 만나면 늘 다툼과 갈등이 깊어지지만, 공감하는 사람들끼리 만나면 조화와 감동을 만들어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국민 모두가 힘겨워하고 있습니다. 이 시점에서는 시시비비를 가린다며 어느 한쪽을 비난하는 일만큼은 사태가 해결된 이후로 접어두고, 방역과 예방 그리고 치료에 헌신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감사함과 힘겹게 버티고 있는 환자들을 걱정해주는 한마디 격려의 말이 더욱더 절실합니다. 위기는 늘 아픔을 동반하지만, 그 아픔을 이겨냈을 때는 오히려 성장의 발판이 돼줄 겁니다. 모두 힘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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