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유신 사회3부
안유신 사회3부

인류가 진화하고 발전을 거듭할수록 모든 일에는 순기능과 역기능이 공존해 왔다. 이 중 하나가 인간이 만든 편리함이 가져온 쓰레기 문제다. 갈수록 늘어만 가는 생활폐기물 배출과 처리 방식은 일선 지자체의 큰 ‘난제’라 할 수 있다. 

수년 전 포천시는 경기도의 공모사업에 선정되며 소흘읍 고모리에서 시범사업 형태로 ‘생활폐기물 배출표기제(일명 쓰레기 실명제)’를 실시해 왔다. 하지만 이 제도는 현재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 효과성이 어느 정도 검증됐음에도 불구하고 ‘바코드로 인한 개인정보 유출 우려’, ‘경기도 사업비 확보 문제’ 등으로 중단과 확산의 딜레마에 놓여 있다. 

생활쓰레기 배출표기제는 전국 최초로 고모리에서 실시되며 관련 부서 공무원들과 주민들의 창의적인 발상과 협업으로 상당히 호평을 받아 왔다. 비록 시범사업이었지만 모범 사례로 인정받으며 경기도내 확대는 물론 전국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었다. 

시행 초기에는 마을 이장과 상인회, 주민을 중심으로 습관이 되지 않아 힘든 점도 많았다. 그러나 정착된 지금 주민들이 ‘쓰레기 실명제’에 대해 갖는 자부심은 대단히 크다. 따라서 이 제도가 중단됐을 경우 지역주민들의 실망감은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생활폐기물 처리 문제는 어느 지자체나 갖고 있는 공통의 문제이며, 주민들의 의식 수준과도 밀접한 사안인 것은 틀림없다. 신선한 발상으로 시작된 이 제도가 효과성을 어느 정도 인정받으며 지속과 확산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기에 경기도 관련 부서의 소극적인 태도와 포천시의 대응이 더욱 실망스러운 모양새다. 

최근 이 제도에 대해 포천시 내부적으로는 폐기 단계를 검토 중이라는 소문도 흘러나온다. 이대로라면 선한 취지로 추진됐지만 더 이상 지속적인 추진과 확대는 없을 것으로 예견된다. 참으로 안타까운 상황이다. 주민들과 담당 공무원들이 머리를 맞대 제안해 만들어 놓은 좋은 시책이 ‘소극적인 탁상행정’으로 인해 폐기될 위기에 놓인 것이 말이다. 

고모리의 생활쓰레기 배출표기제가 최종 중단된다는 포천시의 공식 발표는 아직 없다. 하지만 앞으로 생활쓰레기 배출대책은 시가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이고, 꼭 경기도내 확산이 아니더라도 미비점 보완을 통해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할 뜨거운 감자다. 앞으로 이 제도에 대해 소극적인 것으로 알려진 경기도와 딜레마에 빠진 포천시가 어떠한 결정을 내리게 될지 매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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