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가 올해도 전국 지자체 가운데 최대 규모인 145억 원을 들여 ‘성남형 교육’ 지원사업을 진행한다. 수혜 대상은 성남지역 모든 초·중·고·특수학교 156개 교 학생 10만3천316명이다.

이는 ‘같은 출발, 다양한 성장’을 목표로 부모의 소득·지위와 관계없이 공평한 배움의 기회를 통해 사교육비 부담을 덜고 창의적인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것이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가장 먼저 보는 창조도시로서 학부모들의 경제·사회적 부담을 나누고, 미래에 대한 가치 투자라는 시의 판단에서다.

지난해 3월 은수미 성남시장과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김선미 성남교육지원청 교육장이 혁신교육지구 간담을 갖고 있다.
지난해 3월 은수미 성남시장과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김선미 성남교육지원청 교육장이 혁신교육지구 간담을 갖고 있다.

# 전문가가 설계하고 다양한 교육주체가 소통하는 ‘성남형 교육’

올해부터 경기도내 31개 시·군을 비롯한 전국 대다수 지자체가 혁신교육지구를 선언하고 교육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실상은 예산 지원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교육 분야의 전문성 때문이다. 교권침해를 우려한 일부 보수 교육단체의 반발이 만만치 않은 것도 현실이다.

그 대안으로 시는 ‘성남형 교육지원단’을 주축으로 외부 전문가집단을 통한 교육사업 기획과 학교 연계를 추진하고 있다.

시는 2014년 도교육청과 혁신교육 업무협약 후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전직 교사와 문화예술, 진로 등 각 분야 전문가 15명에게 교육사업 일체를 일임했다. 수십 년간 일선 학교에서 근무한 전직 교장과 교사들이 교육청 연계와 사업 기획을 맡았고, 문화예술교육은 단무장과 학교 예술강사 경력자들로 구성돼 있다.

여기에 교육의 3대 주체인 학부모와 학생, 교사의 활발한 참여도 사업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교육사업을 총괄하는 자문위원회에는 초·충·고교 교장과 교사들이 포함돼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한다. 운영위원회와 학부모회를 대표하는 학부모 6명과 교육시민단체 4곳도 참여한다. 또 각 중·고교 학생회장이 교육정책 기획단계부터 참여해 의견과 대안을 제시한다.

지자체가 회의를 주관하지만 외부 전문가인 단장이 당연직으로 지정돼 있고, 전체 위원 26명 중 17명이 교육계 인사다. 시 소속은 산하기관 포함 4명뿐이다.

성남형 교육이 교육계로부터 인정받으며 전국 최고로 평가받는 이유다.

지난해 7월에 열린 성남형 교육 포럼.
지난해 7월에 열린 성남형 교육 포럼.

# 성남지역 전체가 교육 현장, 지역 인프라 총동원해 사업 지원

성남시청사에 가면 언제나 학생들을 만나 볼 수 있다.

시에 재학 중인 초등학교 3학년 학생이라면 누구나 시청을 비롯한 행정기관을 방문한다. 초교 3학년 사회과목 ‘우리고장’ 단원 정규 수업으로 인정되는 교육활동이다.

이를 위해 시는 종합홍보관과 재난상황실, 시의회 본회의장 등 청사 곳곳을 교과서 내용에 맞는 콘텐츠로 재구성하고 교육전담인력을 배치했다. 시청사 전체가 커다란 교실이 된 것이다.

또 식물원과 생태학습원, 성남FC 등이 학생들의 체험학습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청소년재단은 수련관 내 수영장과 목공소를 성남형 교육에 우선 배정하고, 문화재단은 공연과 전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특수학교는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학교로 찾아가는 수업을 운영 중이며, 학교 밖 청소년과 학업 중단 위기 학생들에 대한 강좌도 운영된다.

이 밖에도 국가기록원과 KOICA 지구촌체험관, 잡월드, CGV 등 외부 기관 협조를 이끌어 내면서 시 전체가 학생들의 학습 현장이 되고, 지자체의 모든 인프라가 학교로 투입되는 교육 거버넌스를 구축했다.

지역특성화 ‘성남e드림’ 사업에만 11개 기관 22개 시설에서 자체 강사 126명이 지원된다. 이는 연인원 31만 명의 학생이 참여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로, 단위사업으로는 전국 최대 규모다.

지난해 7월에 열린 성남형 교육 포럼.
지난해 7월에 열린 성남형 교육 포럼.

# 지역 강점을 활용하다, 아시아실리콘밸리를 주도할 미래형 진로교육 추진

옥스퍼드대학의 칼 프레이·마이클 오스본 교수는 ‘고용의 미래’라는 논문에서 2033년까지 현재 직업의 47%가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인공지능(AI)의 발달로 로봇이 사람의 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취업은 불확실하고 하루하루가 경쟁의 연속인데, 이제 AI까지 뛰어든 현실에 아이를 바라보는 부모들은 한숨만 나온다.

지금까지 학교에서 이뤄지고 있는 진로교육은 적성검사나 활동지 작성, 영상 시청 등으로 대동소이하다. 예산이 있어도 인력과 인프라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운신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시는 성남교육지원청으로부터 진로·직업체험지원센터를 위탁받아 체험처를 발굴, 학생들에게 제공했다.

은수미 시장의 핵심 공약인 아시아실리콘밸리 성남을 통해 가장 먼저 IT업체와의 연계에 힘을 실었고, 그 결과 네이버와 스마일게이트, SK하이닉스, 포스코ICT 등 국내 유수의 기업들이 합류했다. 사회공헌사업의 일환으로 사업비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4억2천만 원 상당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었다.

지난해 9월에는 정보통신산업진흥원과 업무협약을 갖고 국내 최신 시설의 ICT 문화융합센터가 학생들의 진로체험장소로 제공되고 있다.

여기에 한국나노기술원과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 등이 국가지원사업의 중점센터로 선정되면서 용인과 광주·하남 등 경기남동권을 대표하는 진로교육 메카로 자리잡았다.

23개 사업에 매년 학생 2만4천여 명이 참여하지만 시 부담 비용은 7천800여만 원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시가 발굴한 640여 개 체험처에서 모든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성남=이강철 기자 iprokc@kihoilbo.co.kr

사진=<성남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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