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1월 19일 첫 번째 확진자가 나오고, 한 달 후 51명(2월 19일)으로 불어났던 누적 확진자가 최근 10일 만에 3천150명(2월 29일)이 됐다. 사망자도 0명에서 17명으로 늘었다. 주목할 부분은 확진자의 86%를 넘어선 대구·경북지역 증가 추이다. 초동 대처에 실패한 신천지교회와 청도 대남병원의 영향이 크다. 사실 이 정도면 국가 방역대책 관점에서 특정 지역·장소·모임에 대한 특단의 조치를 검토하는 것도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다. 

헌법 제72조에 의하면 대통령은 내우외환·천재지변 등 급작스러운 위기가 닥쳤을 때 국가의 안전보장 또는 공공의 안녕질서를 위해 긴급조치·처분명령을 내릴 수 있다. 물론 봉쇄 같은 민감하고 중대한 단어가, 관련 지식이 전무하고 방역 책임자도 아닌 여당 대변인 입에서 가볍게 흘러나온 점은 부적절하기 짝이 없었다. 말의 무게와 설득력이 떨어지고 정치적 반감이 생기는 게 당연하다. 중국에 대한 전면적 입국 금지는 시행치 않으면서, 자국민에게만 엄혹한 조치를 내미는 이중성도 문제가 있다. 대문을 열어 놓은 채 모기에 물린 가족들만 독방에 몰아넣고 방문을 걸어 잠그겠다니 동의할 수 없는 것이다. 

결국 이번 사태도 현 정권의 다른 정책과 별반 다르지 않다. 경제·국방·에너지 정책에서 그래왔듯 감염관리라는 과학의 영역에 정치적 잣대를 들이밀었다. 대통령은 28일 여야 대표들과 회동한 자리에서 중국인 입국을 전면 금지할 경우 우리 사례가 다른 나라에 치환돼, 우리나라도 금지 대상국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게 당연한 것이다. 오히려 세계 인류의 안위를 위해 우리 스스로 비접촉·격리·봉쇄하는 게 도리일 것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다루는 방역을 외교와 동일 선상에 올려놓고 고민하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 백신과 치료제가 없는 전염병을 막는 방법은 경로를 차단하는 것뿐이다. 이것이 (정치적 고려로) 초기에 올바르게 수행되지 않았기에 참사가 난 것이다. 그래서 한국인 입국을 금지·제한하는 국가가 71곳(2월 29일)까지 늘었고, 이 숫자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정치적 고려’를 묻어야 한다. 중국 눈치 보지 않고 정권과 총선이라는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국민의 생명과 안위라는 관점에서만 살펴야 문제를 풀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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