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희 시인
최영희 시인

우리나라 도시의 주거환경이 세련되고 편리한 주거환경으로 변해 간 지 오래다. 공동주택지 개발 붐을 타고 우후죽순 들어차는 아파트 때문이다. 거기에 편리성을 더한 주상복합 주거단지와 홀로 족을 위한 오피스텔 등이 늘어나면서 도시의 모습은 예전에 비해 무척 달라졌다. 

상가시설이나 편의시설, 그리고 교육시설과 교통시설까지 겸비하면 주거단지로는 최상의 조건으로 여겨 그 가치가 더 높아진다. 

교육과 생업을 목적으로 도시인구 비중이 늘어나면서 지역 간 불균형의 문제점은 아랑곳없이 도시는 점점 발달하고 진화한다.

최근 인천지역에서 각광을 받는 곳은 송도국제도시다. 40층을 넘는 고층아파트가 즐비하고 개성 있는 고층빌딩과 녹지공원이 많아 세련된 도시 이미지를 자랑한다. 교육 인프라는 물론 편의시설과 확 트인 도로망까지 쾌적한 주거환경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사람들이 송도국제도시에 거주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10년 정도다. 현재 인구는 15만 명을 넘어섰다. 앞으로 몇 년간 새로 입주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테니 머지않아 20만 명을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신도시의 마을문화도 기존 아파트 지역과는 많이 달라졌다. 아파트 단지 안에 각각의 문화시설과 공간이 있다. 국공립 어린이집은 물론 노년을 위한 시니어 하우스, 놀이터와 미니수영장, 엄마들을 위한 맘스타운도 있다. 실내골프시설과 헬스장, 사우나 시설까지 있으며 작은 도서관을 비롯해 평생학습을 위한 다목적 공간도 있다. 마을공동체 활동을 통한 커뮤니티가 활성화되는 기반이 마련된 셈이다. 낯선 사람들이 새로 입주해 생활하는 공간이다 보니 서로 알고 지내며 공유할 수 있는 필요한 시설들이다. 나름 문화 행사도 치른다. 바자회나 벼룩시장, 그림 그리기대회 등 아파트 주민을 위한 배려다. 

좋은 일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긍정의 힘만 있는 것일까 반문해 본다. 소통과 화합이라는 유익한 마을문화를 만들어가는 반면 큰 틀에서 보면 아파트문화를 중심으로 사회적 단절을 불러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한 시설과 문화에 합류하거나 이용하는 주민도 사실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사회적 안정성을 이유로 아파트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체크가 시작된다. 주차통제는 물론 출입로와 커뮤니티 시설을 이용할 때도 아파트 주민임을 먼저 확인받아야 한다. 아파트 내에서 활동이 이루어져 편리하다 보니 한 블록만 건너도 낯선 동네처럼 여겨지고 별다른 관심도 없다. 필요한 물건이나 음식도 택배나 배달로 주문하니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된다. 주차장을 통해 엘리베이터를 타면 곧바로 본인 집에 들어가니 이웃을 만날 일도 없다. 

개인주의가 발달한 현대사회에서는 그러한 상황들에 익숙하다. 서로 자기중심적으로 살아가는 문화를 편리하게만 생각한다. 새로 이사 온 주민이 떡을 해서 돌리면 부담스러워 하거나 거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사 오면 떡을 나누며 인사하는 일은 사라졌다. 기성세대의 어린 시절 문화를 회상하게 만든다. 예전엔 호연지기를 강조했다. 넓은 들판에 나가 마음껏 뛰어 놀며 푸른 내일의 꿈을 키우자고 했다. 마을 사람들과는 문턱 없이 알고 지내며 소통했다. 주변을 둘러보며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상황과 다양한 조건을 경험하며 살아왔다. 그것은 보이지 않는 교육이었다. 

우리의 정신과 문화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 아쉬움이 생긴다. 인터넷문화가 발달하고 자동화 시스템이 발달하는 현대인들이 적응해 가야 할 부분이지만 향후 인공지능 시대가 도래할 때 우리 인간은 어떠할까. 인생이 무엇인지, 인간다움이 무엇인지 우리의 문화를 한 번 반추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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