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의 소중한 추억은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귀중한 것입니다. 소중한 추억을 담은 졸업앨범을 지원하는 사업에 우리 조합이 함께 할 수 있어서 보람과 긍지를 갖고 있습니다."

2012년부터 9년째 도서지역 소규모 학교 졸업생들의 무료 졸업앨범 제작 지원사업을 하고 있는 임웅재(59)인천사진앨범인쇄협동조합 이사장의 말이다. 

임웅재 인천사진앨범인쇄협동조합 이사장이 지난 26일 인천시 미추홀구에 위치한 조합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며 앨범제작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임웅재 인천사진앨범인쇄협동조합 이사장이 지난 26일 인천시 미추홀구에 위치한 조합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며 앨범제작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인천사진앨범인쇄협동조합은 2012년 4월 18일 푸르미가족봉사단, 기호일보 등과 함께 도서지역 소규모 학교 무료 앨범 제작 협약을 맺은 후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인천시 강화군과 옹진군 지역 도서 및 섬지역 등에 위치한 소규모 학교들은 졸업앨범 제작에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졸업앨범을 만들 때 인건비 등 앨범 제작에 투입되는 비용 대비 단가를 맞추기 위해서는 졸업생이 최소 50∼60명 이상은 있어야 한다. 하지만 도서지역의 소규모 학교들은 졸업생이 20명도 채 안 되는 곳이 많아 졸업앨범의 제작단가는 몇 배로 치솟는다. 그마저도 섬지역 학교들은 선뜻 출장 촬영을 나서려고 하는 사진작가가 드물다. 이 사업이 시작되기 전에는 학생 수가 너무 적어 졸업앨범 없이 졸업식을 치르는 학교들도 많았다고 임 이사장은 말했다. 

소규모 학교의 안타까운 사정을 알게 된 조합은 협약식 이후 70여 조합원들이 하나가 돼 무료 앨범 제작에 참여했다. 졸업생이 20명이 넘지 않는 학교로부터 신청을 받아 2012년 21개 교로 시작했다. 

처음 사업을 시작했을 당시 학교 현장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컸다. 무료 앨범이라는 말에 되레 품질이 떨어지는 것은 아닐까 불신의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첫 번째 앨범 전수식에서 정성 들여 만든 졸업앨범을 받아 본 후 불신의 목소리는 모두 사라졌다. 이제는 오히려 입소문이 나 2013년 27개 교, 2014년 30개 교, 2015년 36개 교, 2017년 39개 교, 2018년 38개 교, 2019년 34개 교 등 매년 꾸준히 신청하는 학교가 많아지고 있다. 2012년부터 현재까지 무료 앨범을 받은 졸업생은 총 2천784명에 달한다. 

사업을 시작하며 방문한 섬지역은 조합원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환경이 열악했다. 대부분 학교의 졸업생은 많아야 20명을 채 넘지 못하고 10명 안팎에 그쳤다. 여태까지 제작을 지원한 학교 중 졸업생이 1명뿐인 학교도 2곳이나 있었다. 

겉표지가 양장으로 돼 있는 졸업앨범은 최소한 12장 이상은 돼야 제본이 가능하기 때문에 학생 수가 적으면 앨범 제작자의 고민도 깊어진다. 그래서 소규모 학교의 졸업앨범은 이색적인 부분이 눈에 띈다. 학생들의 사진 크기와 비율이 일반 학교에 비해 커지고, 교사와 교장 등 다른 교직원들의 사진도 늘어난다. 학생 수가 두세 명밖에 되지 않는 학교는 학생 개인 사진을 재미있게 연출해 12장까지 찍는 경우도 있다. 학교의 특징을 반영해 다양한 구성이 나오는 만큼 소장 가치는 더 높아진다. 

임 이사장은 "앨범 제작이 가능한 만큼의 분량을 만들기 위해서 다른 학년의 선생님들 사진도 넣는 등 촬영 단계부터 앨범 구성을 위한 시나리오를 머릿속에 그리고 있어야 하는데, 우리 조합원들은 모두 경력 20∼30년 이상의 전문가들이라 가능하다"며 "소규모 학교의 경우는 다른 학년 학생들과도 형제자매처럼 유대관계가 깊어서 사진이 무척 다채롭게 나온다"고 말했다. 

인천사진앨범인쇄협동조합에 전달된 학생들의 감사 편지.
인천사진앨범인쇄협동조합에 전달된 학생들의 감사 편지.

섬지역 학교는 촬영하는 과정에서 많은 돌발상황이 발생한다. 배를 타고 3시간 넘게 이동해야 하는 백령도와 연평도 등 섬지역에 촬영을 갈 때는 작업을 빠른 시간 내 끝내기 위해 보통 3개 업체가 팀을 이뤄 출장을 가야 한다. 카메라와 야외 프로필용 촬영도구를 모두 챙기고 나면 상당히 무거운데다, 촬영장비가 습기에 취약하다 보니 배를 탈 때는 신경 써야 할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촬영을 무사히 끝내도 변수는 존재한다. 안개와 풍랑 등 날씨가 조금이라도 달라지면 배가 뜨지 않아 섬에 며칠씩이나 고립된 적도 많다. 

임 이사장은 "의외로 섬지역은 식대나 숙박비가 육지보다 비싸서 섬 출장은 시간은 물론이고 경비도 많이 투자해야 한다"며 "하루이틀 정도 할 일을 미뤄 놓고 봉사를 가는 거라 만약 고립돼서 나오지 못하면 그만큼 다른 일정에도 차질이 생기는 건데, 고생을 많이 하면서도 봉사에 적극 참여해 주는 조합원들에게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무료 앨범 제작 지원 신청 문의가 여러 학교에서 들어오고 있지만 모든 학교를 지원하지는 못 해 안타까운 순간도 많다고 한다. 현재 이 사업은 졸업생 수가 20명 미만인 학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졸업생 수가 지원 기준을 조금 넘는 경우에는 소정의 수고비를 받고 제작해 주기도 하지만, 도서지역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 보니 드물게 사업 대상에서 제외되는 학교도 있다.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행정처리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보니 항상 마음이 무겁다. 또한 수년째 계속되는 불경기와 졸업앨범 단가 하향, 학생 수 감소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업체들이 많아서 자비로만 이뤄지는 봉사활동이 부담이 될 때도 있다. 

하지만 여러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이 사업을 9년째 이어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로 졸업앨범을 받고 기뻐하는 학생들이었다. 

졸업앨범 제작에는 보통 반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4월에 의뢰가 들어오면 그때부터 10월까지 학생들의 촬영과 편집 작업을 거친다. 또한 학교에서 한 해 동안 치른 행사 사진을 전달받아 앨범에 모두 반영하고 검수를 마치고 나면 졸업식이 코앞으로 다가온다. 1년 동안 촬영일정을 맞추기 위해 교사들 및 학생들과 연락을 수시로 주고받다 보면 학생들과 정이 들기도 한다. 

임웅재 인천사진앨범인쇄협동조합 이사장이 지난 26일 인천시 미추홀구에 위치한 조합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며 앨범제작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임웅재 인천사진앨범인쇄협동조합 이사장이 지난 26일 인천시 미추홀구에 위치한 조합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며 앨범제작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렇게 완성된 졸업앨범을 받은 학생들에게서 감사의 편지를 받는 순간에는 잊기 힘든 감동을 느낀다. 촬영 당일 학생들이 준비한 선물을 주기도 하고, 초등학교에서 졸업앨범을 받은 학생을 중학교나 고등학교에서 다시 만나 인사를 받는 일도 자주 겪는다. 

또한 졸업앨범 지원사업에 참여했던 학교에서 만족도가 높아 다음 해에도 신청을 하거나 교사들의 응원을 받는 순간에는 큰 자부심이 느껴진다.

임 이사장은 "요즘은 학생들이 무척 활달하고, 재미있고 기발한 소품도 동원해서 포즈도 잘 잡기 때문에 봉사를 하면서 그런 걸 보는 재미도 많이 느낀다"며 "조합원들이 봉사를 하면서 자부심도 많이 느끼고, 한 번 촬영을 다녀오고 나면 이야기보따리가 많아져서 분위기도 화기애애해지니 힘든 점보다 좋은 점이 더 많다"고 말했다.

도서지역 무료 앨범 제작 지원사업은 조합이 존재하는 한 계속될 예정이다. 이 뿐만 아니라 저소득층 노인들을 위한 무료 영정사진 촬영 등 다른 재능기부 사업도 확장할 수 있도록 검토 중이다. 

임 이사장은 "책임의식을 갖고 해마다 앨범의 질을 높여서 섬지역의 많은 아이들이 만족할 수 있는 앨범을 만들 것"이라며 "앨범뿐 아니라 우리가 사진을 통해 할 수 있는 재능기부 사업이 있다면 다른 아이템도 열심히 찾아서 봉사를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김유리 기자 kyr@kihoilbo.co.kr

사진=이진우 기자 ljw@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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