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연 인천문인협회장
김사연 인천문인협회장

도대체 바이러스가 무엇이고 얼마나 무서운 것이기에 요즈음 온 세상이 떠들썩한가? 오래전, 고대 무덤을 발굴하던 인부들이 갑자기 사망하면 고인의 저주를 받은 탓으로 여겼다. 그러나 사망 원인은 바이러스 때문이었고 인간에게 그 균에 대한 저항력이나 치료제가 없어서였음이 훗날 밝혀졌다. 이런 이론을 토대로 쓴 공상과학 소설 중엔 다른 행성에서 침입한 외계인을 지구의 바이러스로 멸망시킨다는 작품도 있다. 1983년 발견된, 녹색 원숭이로부터 감염된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인 AIDS(후천성 면역결핍증)는 성관계를 하는 인간이 가장 두려워하는 바이러스 질병이다. 

1976년 콩고민주공화국의 에볼라강에서 최초로 발견됐으며 2014년 서아프리카에서 많은 희생자를 낸 ‘에볼라 바이러스’는 과일박쥐가 숙주이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혈관을 통해 모든 장기로 옮아 출혈을 일으켜 감염 후 일주일 이내에 50~90%의 치사율을 보였다. 2002년 11월, 중국 광둥성에서 발생한 ‘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의 바이러스는 박쥐에서 발원해 사향고양이를 통해 인간에게 전염됐으며, 1년간 32개국에서 774명이 사망(10%)했다. ‘메르스’는 2012년 4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발현한 중동 호흡기 증후군으로 박쥐와 낙타를 통해 인간에게 감염돼 25개국에서 479명이 사망(30%)했다. ‘코로나19’는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발현한 폐렴 바이러스로 말굽박쥐에서 뱀을 통해 인간에게 감염됐으며 치사율은 2.48%로 약하나 감염률이 매우 높다. ‘모든 병에는 치료제가 있기 마련이다’라는 신념으로 인류는 약품 개발을 통해 질병과 싸워왔다. 하지만 치료제 개발이 매번 순탄한 것은 아니다. 특히 바이러스 감염 치료제 개발은 쉽지 않다. 바이러스가 인간의 세포에 비해 크기가 매우 작기 때문이다.

감기 바이러스의 대명사로 불리는 ‘리노 바이러스’의 직경은 30㎚(나노미터)로 8㎛(마이크로미터)인 인간 적혈구의 270분의 1 크기이고, 90㎛(마이크로미터)인 머리카락 굵기의 3천 분의 1에 불과하다. 이 작은 바이러스가 치명적인 것은 인체 속으로 침투한 후부터다. ‘코로나19’는 호흡기를 통해 숙주인 인간 세포에 침투한 후 세포 조직을 통해 자신을 복제한다. 복제된 바이러스는 세포를 터뜨리고 나와 순식간에 폐 조직에 기생해 호흡곤란을 일으킨다. 인체 세포 외부에 감염된 세균은 살균소독이나 항생제로 세균 세포벽을 터트려 치료가 가능하지만 바이러스는 세포 내에 자리 잡고 있어 항생제보다 더 강력한 약물을 투약하거나 다른 방법, 즉 역전사효소 억제제나 단백질 분해효소 억제제로 바이러스의 증식에 필요한 영양 공급을 차단해 아사(餓死)시킨다. 

다행히 ‘코로나19’ 감염증 치료제로 ‘인터페론 베타’, 단백질 분해효소 억제제, RNA(리보핵산) 종합효소 억제제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인터페론 베타’는 계란에서 생산되며 만성 B형 간염 바이러스, 박테리아 종양, 유방암, 자궁 경부암 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전에 ‘에볼라 바이러스’ 치료제로 개발되던 ‘렘데시비르’는 RNA 종합효소 억제 기전을 응용한 약물로 미국은 일본 크루즈선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된 환자에게 임상시험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인류가 생명을 유지해 온 것은 한 가지 항생제로 여러 질병을 치료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발된 바이러스 치료제는 일부 특정 바이러스에게만 효과가 있다. 바이러스만이 아닌, 감염된 세포를 바이러스와 함께 사멸시키는 약물 치료법이 성공하면 항생제처럼 여러 종류의 바이러스를 퇴치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신약을 개발해 실용화하려면 2년 이상이 걸리며 설상, 치료제를 개발해도 그때는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로 돌연변이가 돼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코로나19’ 역시 신종이기 때문에 여기에 대비해 준비해 놓은 100% 맞춤형 치료제가 없어 에이즈 치료제인 ‘칼레트라’와 말라리아 치료제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임시방편으로 사용하고 있다. 해서, 현재로선 다중 모임을 피하고, 흐르는 비눗물로 30초 이상 손 씻기, 기침할 때 옷소매로 입과 코를 가리기, 상대방과 대화 시 마스크 착용 등 사전 예방이 훨씬 더 중요하다. 그러나 지금 바이러스보다 더 무서운 것은 아직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잠적해 코로나19 전수검사에 비협조적인 모 교회 신도들, 의료 전문가의 제안을 묵살하고 코로나 난국을 정쟁에 이용하려는 일부 정치인들의 경거망동임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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