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어서 끝까지 읽는 한중일 동물 오디세이
박승규 / 은행나무 / 1만7천 원

‘동물이 없이는 역사도 없다.’

이 책은 한국·중국·일본 3국은 물론 주변 아시아 국가의 역사, 문화 속에서 동물이 어떻게 극적인 변화를 가져왔는지, 역사의 장면 장면에 얽힌 흥미로운 동물 이야기를 담았다. 

많은 국가와 사회를 치명적 위기에 빠뜨렸던 의외의 동물부터 역사의 결정적 장면에 틈입해 사건을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끈 동물들을 소개한다. 인조반정을 성공시킨 일등공신인 한국의 호랑이와 고래 때문에 강제 개항한 일본, 참새 때문에 대기근을 맞으면서 마오쩌둥이 정치 2선으로 물러난 중국까지 역사를 바꾼 동물들이 등장한다.

전쟁의 역사도 곧 동물의 역사였다. 동물은 때로는 식량으로, 때로는 이동 수단으로, 때로는 무기 발명에 커다란 영감을 줬다. 

중국 송나라 때 소수민족 10여만 명이 규합해 반란을 일으키자 송은 인근 산에서 원숭이 수십 마리를 잡아와 원숭이 등에 횃불을 묶어 풀어줬다. 원숭이가 뜨거워 날뛰자 불은 순식간에 반란군 진영을 태웠고, 이 혼란을 틈타 반란을 진압했다. 탱크가 없던 시절 코끼리는 적의 견고한 방진을 뚫는 역할을 했고, 전쟁 후 바닷속 숨겨진 기뢰나 적 잠수요원을 찾아내는 특수 임무에는 잘 훈련된 돌고래가 이용됐다. 

나라 간 외교사절단에 빠지지 않던 동물들은 그 나라의 환경과 생태를 보여 주기도 한다. 세력을 확장하던 발해가 당의 산둥반도를 침공한 733년을 전후해 신라는 당나라에 과하마 다섯 필과 개 한 마리를, 당은 개 세 마리와 흰색 앵무새 한 쌍을 포함해 오색 비단 등의 예물을 보냈다. 나라 간 동물 선물은 적대 관계를 종식하고 새로운 관계를 여는 징표가 됐다. 

책 「재밌어서 끝까지 읽는 한중일 동물 오디세이」에는 한중일 3국의 전통문화·정신문화의 원형을 만든 신화 및 설화 속 동물, 용과 봉황, 기린, 해치 같은 환상 동물들까지 그 어디에서도 들어본 적 없는 동물에 관한 흥미진진하고도 유익한 이야기가 풍성하게 펼쳐진다. 

이 밖에도 유교 문화권 국가에서 여우가 유독 천대받은 이유부터 조선시대 제주도에 원숭이가 살게 된 사연, 다람쥐 수출을 위해 만든 다람쥐 섬, 대검찰청과 사법연수원에 해치 석상을 둔 까닭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을 흥미롭게 소개한다.  

자유로운 휠체어
질 로시에 / 한울림 스페셜 / 1만5천 원

사람들은 장애인을 배려하고 도우려고 한다. 대개는 장애인의 의사를 묻지 않고 돕는다. 예를 들어 목발을 짚고 가는 장애인이 갑자기 비를 만나면, 그가 원하든 원치 않든 상관없이 다짜고짜 다가가서 우산을 씌워 주는 식이다. 그렇다면 그 장애인은 어떤 기분일까? 그 행동을 고마워할까? 만약 화를 낸다면 어떨까? 

그래픽노블 「자유로운 휠체어」는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 토니오와 그를 걱정하며 그의 주위를 맴도는 비장애인 친구의 우정을 보여 주며 우리에게 이 같은 질문을 던진다. 

장애가 있는 토니오는 괴팍하고 냉소적인 사람이다. 아무한테나 시비를 걸고 제멋대로 굴어 사람들은 그를 골칫덩이로 여긴다. 토니오가 남은 다리마저 자를 예정임을 알게 된 친구는 그를 걱정한다. 휠체어를 밀어 주고, 함께 실없는 농담을 하고, 기분 전환을 위해 토니오를 바다에 데려간다. 그럴수록 토니오는 친구를 멍청이, 배신자라고 부르며 불평한다. 

한쪽으로 기울어진 이 우정은 결말에 이르러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한 관계의 이면을 드러낸다. 친구의 배려 넘치는 태도가 토니오 입장에서는 오히려 그가 장애인이며 약자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만든다는 걸 짐작하게 된다. 

이 책은 때로는 냉소적으로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장애인을 대하는 우리의 상식을 뒤집는다. 둘의 우정을 통해 독자들에게 장애인을 배려하고 돕는다는 게 어떤 건지, 그들과 함께 한다는 게 어떤 것인지를 생각해 보게 한다.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
정재찬 / 인플루엔셜 / 1만6천 원

「시를 잊은 그대에게」로 15만 명의 독자들에게 시 읽는 기쁨을 돌려줬던 정재찬 교수의 신작이 나왔다.

책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은 인생의 무게를 오롯이 견디며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를 위해 고단한 어깨를 보듬는 열네 가지 인생 강의를 담았다.

저자는 밥벌이, 돌봄, 배움, 사랑, 관계, 건강, 소유 등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에 대해 시에서 길어낸 지혜와 깊은 성찰을 들려준다. 

그가 펼치는 시 강의는 박목월, 신경림, 이성복, 황동규, 문정희, 나희덕, 김종삼 등의 60여 편에 달하는 주옥같은 시 작품들뿐 아니라 인문학, 영화나 가요 등의 대중문화에 이르기까지 풍요로운 콘텐츠로 가득하다. 그 안에는 세상에 널린 갈등과 혐오와 경쟁의 말들 속에서도 여전히 뜨겁게 사랑하고, 가족을 꾸려 서로를 돌보며, 밥벌이를 위해 종일토록 수고하고 땀 흘리며 살아가는 ‘우리’가 있다. 숱한 결함에도 불구하고 사랑할 수밖에 없는 나와 가족, 그리고 이름 모를 타인들에 이르기까지. 

책 속에 담긴 시들이 독자들에게는 서로의 숨결을 느끼고 공감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이 될 것이다.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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