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6천 명을 넘어서는 등 사태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다. 마스크 품귀 현상으로 마트나 약국마다 마스크를 사려는 줄이 늘어서고, 개학과 개원이 미뤄져 맞벌이 부모들은 돌봄 문제 해결을 위해 분주하다. 다중이용시설은 무기한 휴관에 들어갔고, 경조사 자리도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천시가 ‘인구 10만 명당 코로나19 발병률 최하위 도시’를 유지하고 있다. 관문도시라는 특성 상 감염병 확산 우려에 항상 노출돼 있을 수밖에 없지만, 그만큼 모든 행정기관과 시민들이 협력해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중이다. 특히 예방수칙 준수 등 시민들의 의식과 선제적 의료체계는 타 지역에 모범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선학경기장에 설치된 드라이브스루 선별검사센터가 3월 2일부터 가동되고 있다.
선학경기장에 설치된 드라이브스루 선별검사센터가 3월 2일부터 가동되고 있다.

# 인구 대비 코로나19 확진 환자 가장 적은 도시

인천은 공항과 항만이 위치한 관문도시다. 내·외국인의 입출국이 잦아 감염병 유입 우려도 타 지역에 비해 높다. 이에 따라 시는 지난 1월부터 중국 우한(武漢)시 입국자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인천국제공항공사를 비롯한 국립인천검역소, 인천출입국·외국인청, 인천지방해양수산청, 인천항만공사 등의 기관과 신속하고 선제적인 대응을 실행해 왔다.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 환자는 1월 2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려던 중국인 여성 A(35)씨다. A씨는 공항검역소에서 곧바로 인천의료원으로 격리 이송됐지만, 시는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발생한 만큼 즉시 10개 군·구와 함께 지역재난안전대책본부를 꾸렸다. 시는 본부를 24시간 가동하는 긴급업무체계를 갖춰 이번 사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자 했다.

우선 시와 인천시교육청, 인천소방본부, 공항·항만공사, 지역 내 의료기관 등 유관기관은 24시간 철통 방어체계를 가동했다. 1월 31일에는 민간병원 감염관리실장 등 전문가가 참여하는 ‘감염병 관련 민관 합동추진체계’를 구축해 ▶사태 장기화에 대비한 의료기관 인력 및 격리병동 확충 ▶1차 선별진료소와 확진 환자 진료시설 구분을 통한 의료기관별 역할 분담 ▶선별진료소 손 소독제 및 마스크 추가 지원 방안 등을 논의했다.

전국적으로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급증해 지역사회 감염 위험이 높아지자 시는 지난달 20일 정부보다 먼저 감염병 위기경보 단계를 ‘심각’으로 가정했다. 당시 인천에는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없었지만 상황 발생 시 즉시 시행할 수 있는 대응태세를 갖추고자 한 것이다.

교통시설 방역활동 모습
교통시설 방역활동 모습

시는 진료 역량 강화 및 격리병실 확대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대규모 환자 발생에 대비해 인천의료원 등을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했다. 감염병 전담병원은 경증환자 치료 및 유증상자 격리를 위해 병원 또는 병동 전체를 비워 병실을 확보하는 역할을 하도록 했다. 결국 지난달 22일 인천에도 코로나19 확진 환자(대구시민)가 발생했지만, 시의 이러한 조치 덕분에 신속한 대응이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그 결과, 중앙방역대책본부가 집계한 인천지역 확진 환자는 5일 기준 총 9명으로, 국내 전체 확진 환자의 0.15%에 불과하다. 인구 10만 명당 코로나19 발생률은 0.3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적은 수치다. 여기에 인천의료원 음압병동에 격리돼 치료를 받던 A씨와 인천지역 세 번째 확진 환자(57·미추홀구) 등 2명은 완치 판정을 받아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 선제적이고 전략적인 의료대응체계 가동

지난달 말부터 인천에도 시민들의 감염이 나타났다. 대부분 타 지역에서 넘어온 신천지 신도, 타 지역 직장인 등이었다. 이에 따라 시는 효율적인 중증 확진 환자 치료와 지역사회 확산 차단을 위해 의료대응체계를 ‘안심과 집중’ 투트랙으로 운영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시는 지난달 23일부터 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 운영 의료기관인 인천의료원, 길병원, 인하대병원 등 3곳은 선별진료소 기능을 중단하고 확진 환자 치료에 집중하도록 했다. 대신 검사 속도가 빠르고 감염 위험이 없는 드라이브스루 안심진료소 2개소를 설치했다. 확진 환자 치료 의료기관을 제외하고 드라이브스루 안심진료소 2곳, 의료기관 18곳, 보건소 10곳 등 총 30개소의 선별진료소를 운영하는 체계로 전환했다.

공무원들이 시청 구내식당에서 한 줄 식사를 하고 있다.
공무원들이 시청 구내식당에서 한 줄 식사를 하고 있다.

대규모 환자 발생에 대비해 경증 환자 치료를 위한 ‘군·구별 생활치료센터’도 마련할 예정이다. 이미 다른 진료를 보려고 병원을 찾는 일반 환자들의 감염 우려 해소를 위해 ‘국민안심병원’도 18곳 운영하고 있다. 국민안심병원은 병원 내 감염 가능성 차단을 위해 호흡기 질환 전용 진료구역을 기타 진료구역과 구분해 놓은 의료기관이다. 지역 내 국민안심병원 명단은 질병관리본부·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확인 가능하다. 

이와 함께 시는 지난달 23일부터 월미바다열차, 각종 노인복지시설, 체육시설 등에 대한 운영 중단 또는 권고를 시행했다. 출퇴근시간대 대중교통에 다중이 밀집돼 감염 우려가 높아지는 것을 막고자 지난달 25일부터 시 산하 전체 기관의 출근시간을 오전 10시로 한 시간 늦췄다. 현재 공사·공단에도 도입을 권고한 상태다.

이 외에도 범종교적 협조로 사찰 및 교회 등에서 종교행사를 자발적으로 중단했다. 시는 지난달 21일 신천지 신도로 인한 지역사회 코로나19 확산을 막을 특단의 조치로 신천지교회 및 시설의 폐쇄를 명령했다. 이들 시설에 대해서는 방역소독을 완료하는 한편, 코로나19 전수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 시, 시민 안전 확보에 사활

시와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모든 역량을 총동원한다는 각오다. 시를 포함한 대응기관 및 협력기관은 시민 안전 확보에 최선을 다한다는 계획이다.

인천교통공사는 차량기지에서 전동차량의 방역 작업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특히 인천도시철도 1·2호선의 승강장과 대합실, 전동차 안에서 코로나19 관련 안내방송을 하고, 행선안내게시기를 이용해 시민들에게 예방법 등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박남춘 인천시장이 지난 2월 말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소산조치된 인천의료원 중환자실을 점검하고 있다.
박남춘 인천시장이 지난 2월 말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소산조치된 인천의료원 중환자실을 점검하고 있다.

공항과 인천항의 방역도 대폭 강화됐다. 검역 단계에서 철저하게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모든 비행기·배 여행객은 출입국 시 발열 측정 및 건강상태질문서 작성 등으로 검역을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이상 증상이 보이면 즉시 격리 조치된다. 평소 입국장에서 이뤄지던 발열 측정도 검역관들이 중국에서 들어오는 모든 배에 탑승해 실시하도록 했다.

시청사와 인천종합버스터미널 등 시민 이용 공간 열감지기 설치도 확대 중이다. 시 차원의 대형 행사는 잠정 연기하고, 연안부두여객터미널과 송도컨벤시아 등 다중이용시설 소독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대응기관 및 협업기관, 학교·노인·장애인시설 등 감염에 노출되기 쉬운 집단시설에는 손 소독제를 비치하고, 아동·노인·장애인·요양병원 등 610개 거주시설에 대한 방역도 완료했다. 

이 외에도 지난달 1일부터 외국인 방문이 많은 경제자유구역청 홍보관을 휴관했고, 공공체육시설 및 공공도서관, 박물관 등 다중이용시설도 휴관 상태를 이어갈 방침이다.

박남춘 시장은 "시민들이 잘못된 정보로 불안해하지 않도록 신속하고 투명하게 관련 정보를 공개하고, 코로나19의 지역사회 확산을 막기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며 "지역사회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해 현장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의료진과 직원들에게도 감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김희연 기자 khy@kihoilbo.co.kr

사진=<인천시 제공>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