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송원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
김송원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

새해 벽두부터 해묵은 현안 해결사를 자처하고 나선 박남춘 시장이 이를 수행할 행정기구 개편에 돌입했다. 지난 2월 21일, 교통·환경 및 체육시설 분야에 대해 행정부시장을 보좌할 ‘교통 환경 조정관’을 두겠다며 행정기구 설치 조례 시행규칙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조정관은 지역 최대 현안인 국가·도시철도망 확충과 수도권매립지의 2025년 사용 종료 및 대체매립지 조성, 소각장 설치를 비롯해서 재편된 건강·체육 분야도 감당해야 하기에 2급 상당의 전문임기제공무원으로 보하고 결재권까지 부여할 요량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일선 행정을 무시한 옥상옥이라고 우려한다. 엄존하는 교통국과 환경국, 건강체육국 등 기존 조직이 허수아비로 전락해 일반직 공무원의 사기는 떨어지고 의사결정은 늦어질 거라고 비판했다. 일례로 균형발전정무부시장과 보좌역인 ‘원(原)도심재생 조정관’이 제물포구락부를 세계맥주 판매장으로 활용하겠다고 떠들었다가 개망신당한 일이 선하다. 몰역사적 행정의 상징처럼 전파돼 당시 발표된 ‘더불어 잘사는 균형발전 방안’은 추진 동력을 상실했다. 시정을 왜곡시킬 수 있는 조정관 운영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 전문임기제 조정관 남발, 옥상 옥 

 임기 반환점을 도는 박 시장은 올해 시정운영 방향을 "도시 기본을 튼튼히 하는 사업과 갈등 구조 때문에 진척이 없는 여러 해묵은 현안들을 해결하는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그 다짐이 교통환경조정관 신설로 이어졌다. 우선 교통국 현안은 버스노선 조정과 광역철도망 구축, 트램 설치 등이다. 시는 정부의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2021∼30년)’에 7개 노선을 반영코자 한다. 환경국은 정부와 서울·경기, 인천의 10개 군·구가 갈등하는 수도권매립지와 소각장 문제를 연내에 푸는 거다. 하지만 남은 임기에 성과 내기가 만만찮다.

 결국 친위조직을 동원해 목전에 닥친 현안을 해결하려는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에 1호 공약인 원도심 활성화의 성과가 없자 ‘정무’기능을 빼고 도시재생에만 전념할 균형발전부시장을 선임했다. 한데 역풍만 맞았다. 또한 4억 원가량 용역비를 들인 ‘개항장 문화지구 문화적 도시재생’ 사업구상도 또다시 역사·문화계의 호된 비판에 직면했다. 덩달아 조정관 무용론도 도마 위에 올랐다. 사태가 이 지경인데 교통국과 환경국의 특정현안을 독립사업단으로 꾸려 이를 통할하는 조정관을 두겠다는 거다. 누가 올지 몰라도 엇박자 날 게 뻔하다.

# 책임행정 통해 ‘현안 해결사’ 돼야 

 문재인 대통령은 ‘제왕적 대통령제’를 종식시키겠다며 책임총리제·책임장관제 시행을 공약했지만 이내 역대정부와 매한가지로 ‘청와대 정부’라고 비판받았다. 진보 정치학자 박상훈은 ‘청와대 정부’를 "대통령이 자신을 보좌하는 임의조직인 청와대에 권력을 집중시켜 정부를 운영하는 자의적 통치체제"라고 규정했다. "‘거대한 청와대’가 내각과 국회와 같은 민주주의의 여러 요소를 무시할 가능성"을 지적한 거다.

 민선 7기 들어 선거 후 논공행상 차원의 고위 개방형직제가 대폭 늘어난 가운데 2급 상당의 전문임기제공무원도 증가 추세다. 문제는 시장의 관심사인 특정현안에 대해 결재권을 행사하는 조정관의 모임이 청와대와 다를 바 없다는 거다. 책임행정은 간데없고 정치적 대응만 난무할 수 있다. 이는 박 시장이 자처한 ‘현안 해결사’가 아니다. 조정관을 해결사로 세울 게 아닌 이상, 시장이 행정과 호흡하면서 해묵은 현안을 직접 풀어야만 시민적 지지를 온전히 받을 수 있다. 정치성 이벤트보다 현장 행정과 시민에게 감동을 주는 시정을 펼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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