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인천시 서구청장
이재현 인천시 서구청장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국가 감염병 위기경보가 ‘심각’ 단계로 격상됐다. 언제 정점을 찍을지 모르는 확진환자 증가에 전국 유·초·중·고 개학 연기, 한국발 입국 제한 등 전례 없는 조치가 이어지고 있다. 신천지 대구교회를 중심으로 확진환자가 급증하면서 의료진이 절대 부족해진 대구·경북에는 이례적으로 신임 간호장교들이 임관식을 마치자마자 긴급 투입됐고, 공중보건의도 조기 임용돼 합류했다. 마스크대란에 공적 공급 의무화, 수출 제한 등 정부의 수급 조치도 연일 이어지고 있다. 구 차원에서도 마스크 수급에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자 총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뉴스속보와 신문 1면은 물론이고, 실검 1위 자리 역시 코로나19가 떡하니 버틴 채 한 달 남짓 사이 우리 일상을 송두리째 바꿔놨다. 

정부 산하 모든 조직이 24시간 긴급 상황실 체제로 전환된 만큼 ‘국가적 위기’임은 분명하다. 업무를 진두지휘하는 총괄부서부터 현장 최전선에서 사투를 벌이는 이들까지 언제 끝날지 모를 전쟁을 치르는 중이다. 서구 또한 인천시와 함께 코로나19 발생 초기부터 모든 행정기관이 공조해 물샐틈없는 방역과 의료체계를 마련하는 등 철저히 대응해 나가고 있다. 우리 서구에도 대구·경북에서 애쓰는 의료진들만큼이나 소명의식을 갖고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현장에서 불철주야 애쓰는 고마운 분들이 있다. 잠깐의 휴식도 허락되지 않는 고난의 시간이지만 이분들은 알고 있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사명감이 앞서야 함을 말이다. 

누구보다 보건소 직원분들이 땀방울을 쏟고 있다. 관내 병원을 포함해 여섯 곳에 달하는 선별진료소 중 가장 많은 인원이 방문하는 곳이기에 그 어디보다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인천시 군·구 중에서도 숫자 면에서 월등히 높은 선별진료를 펼치고 있다. 선제적 조치의 일환으로 1천752명에 이르는 신천지 전 교인을 의심환자군에 포함시켜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국가적 재난 앞에선 오랜 현장 경험 또한 빛을 발하기 마련이다. 2015년 메르스 사태를 몸소 겪으며 익힌 보건소 의료진과 직원들의 과학적이고도 경험적인 역량은 지난번 서구 첫 확진자가 나왔을 당시 유용하게 작용했다. 임시 컨테이너 박스에서 찬바람을 이겨내며 강행군을 이어나가는 이분들의 희생에 진심을 담아 고마움을 전한다. 

현장 최일선에 보건소 직원들이 있다면 바로 뒤에는 추적 관리, 방역 등에 나서는 이들이 있다. 먼저 관내 신천지 교인을 추적해 밀착관리하는 ‘코로나19 전파방지 대응반’의 노고를 빼놓을 수 없다. 63명의 직원으로 구성된 대응반은 일반신도(1천498명)와 교육생(254명)에 대한 1차 전수조사를 단 하루 만에 신속히 마무리했다. 이어 선별진료소 검체 채취 권유와 함께 2주간 매일 유선상으로 능동감시를 실시해 코로나19 뿌리 뽑기에 나서고 있다. 일반 업무를 병행해야 하기에 고되지만 확진환자 증가 추세의 중심에 신천지 교인이 자리한 만큼 빈틈없이 철저히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곳곳에서 방역에 혼신의 힘을 다하는 직원들 또한 큰 희생을 감내하는 중이다. 코로나19 발생 초기부터 관내 지하철역 19곳과 유치원·재래시장·극장 등 다중이용시설에 소독을 실시하는 1차 방역은 물론, 신천지교회 발견 당시처럼 긴급 소독이 필요한 2차 방역에도 어김없이 투입된다. 구석구석 촘촘한 추가방역 역시 이분들 몫이다. 신속 정확한 정보를 전하고자 고통분담을 자처하는 직원들도 있다. 이러한 마음이 더해져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인 ‘잠시 쉼표’ 캠페인 등이 구민들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로 전달되는 중이다. 최전방에서 고군분투하는 선별진료소부터 방역, 신천지 대응, 단체·모임 자제 요청, 생계비 지원 등에 이르기까지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듯 모든 역할이 연계돼 코로나19 사태 해결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많이 답답하고 암울한 시기지만 이 또한 극복하리라 믿는다. 역사적으로 가장 많은 피침략과 위기를 겪은 우리지만 고난을 헤쳐나왔고, 이를 발판 삼아 더 큰 발전을 이뤄냈으니 말이다. 한국에서 15년간 기자 생활을 한 영국인 마이클 브린은 「한국인을 말한다」라는 책에 외국인이 바라본 한국인의 강점을 다수 소개했다. 그 중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세계에서 가장 기가 센 민족’이라는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한국인만의 강한 기를 발휘할 시점이라 생각한다. 무엇보다 전국 각지 현장에서 감염병과 싸우는 모든 분들에게 고개 숙여 감사드린다. 여러분이 우리의 자랑스러운 영웅임을 모두가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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