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명분으로 취한 한국발 입국자에 대한 입국제한 조치가 한일관계에 새로운 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다. 일본은 지난해 7월 우리 대법원의 강제 징용 피해자 위자료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로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를 기습적으로 발표해 한일관계를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게 만들었다. 양국은 지난해 12월  중국 쓰촨성에서 개최된 한중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잠시 관계 복원의 실마리를 찾아가던 중이었으나 일본의 이번 조치로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는 지난 5일 코로나19 대책회의를 통해 한국 및 중국발 입국자에 대해 2주간 격리하고 일본 내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말도록 하는 검역 강화를 발표했다. 특히 한국인에 적용 해온 90일 이내 무비자 입국도 일시 중단한다고 한다고 발표했다. 기존의 비자 효력이 정지되면서 일본을 방문하려면 비자를 새로 발급받아야 하는 것은 물론 2주간 격리를 각오해야 하는 상황으로 이는 사실상 입국 금지나 다름없는 조치다. 일본의 이런 조치에 우리 정부도 일본인에 대한 비자면제 정지와 함께 이미 발급된 비자의 효력을 중단하는 조치로 맞불을 놨다. 청와대는 NSC를 소집해 일본에 ‘상호주의에 입각한 조치’로 대응키로 방침을 정한 뒤 정부가 대응조치를 발표한 것이다. 

일본 정부의 이번 조치는 대단히 유감스럽다. 세계가 우리 정부의 과학적이고 투명한 방역체계와 적극적 방역 노력을 평가하고 확산 방지 노력이 성과를 보이는 시점이었고, 특히 이웃 나라의 어려움을 헤아리지는 못할망정 한국 정부와 국민이 분투하는 상황에 이런 조치를 취한 데 대해 우리 국민은 서운함을 넘어 분노마저 치민다. 설령 방역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라고 해도 일본의 이번 조치 내용은 너무 과했다. 외교갈등으로 비화하면서까지 사전 협의도 선전포고하듯 전격적으로 발표했어야만 했는지 아베 정부에 묻지 않을 수 없다.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한국과 일본 정부가 사전 협의를 통해 효율적이고 합리적으로 이동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았어야 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감정의 골이 더욱 깊어져 외교 갈등이 경제적 피해로 증폭되기 전에 양국의 당국자들이 하루빨리 만나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상생 방안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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