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6천693명의 자가 격리자와 186명의 환자, 38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메르스로 국가 전체가 위기를 겪은 지 5년이 돼 간다. 당시 실패를 교훈으로 담은 백서가 출간됐고, 방역 체계를 ‘업그레이드’ 했다는 소식도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대한민국은 초라할 정도로 ‘다운그레이드’ 돼 버렸다. 중국발 유입을 초기에 단호하게 막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전염이 시작됐을 때 중국과 연결된 하늘·바다 길을 일단 봉쇄한 상태에서 문제를 풀어가야 했었다. 그러지 못했기에 국민들이 대가를 치르고 있다. 3월 8일까지 7천313명의 환자와 50명의 사망자를 기록 중이다. 이번 피해는 집단적 감염이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8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국내 확진환자의 79.4%가 ‘집단발생’과 연관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런데 인천만은 예외다. 인천은 국제공항과 항만은 물론 여기에 연결된 육로·철로가 전국으로 이어져 있다. 중국인 등 외국인의 거주 비율이 매우 높으며, 신천지교회도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껏 집단 확산 사례는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구조적으로 가장 취약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도 불구하고, 인구 10만 명당 0.3명(전국 평균 14.1명)으로 전국 도시 중 가장 낮은 발병률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세 가지가 눈에 띈다. 우선 시는 확진환자가 발생하기 전부터 다중이용 시설들을 휴관 조치하고, 타 지역으로부터의 유입을 차단하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과도하게 선제적 대응을 한 것이다. 마을공동체와 주민자치조직은 자율방역활동으로 힘을 보탰다. 

‘부개3동 주민 자율방재단’은 지금도 20L 살균소독제 장비를 메고 밀집장소에 대한 방역활동을 하고 있다. 

높은 시민의식이 집단 발생 제어에 한몫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엄중식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인천에서 첫 확진환자가 나오면서 시민들의 경각심이 높아졌고, 스스로 손 씻기와 마스크 착용 등 기본 수칙을 잘 지킨 것이 지역 확산을 막은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전염을 막는 방법은 전파 경로를 차단하는 것(비접촉·격리·봉쇄 등)이다. 집회와 모임, 시민의 동선이 이러한 원칙에 입각해 ‘감염 차단’돼야 한다. 인천시와 지역단체, 시민들은 이 기본원칙에 충실하고 있다. 종료 순간까지 그렇게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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