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페이스메이커(경주에서 기준이 되는 속도를 만드는 선수)였던 정재원(19·서울시청)이 주인공으로 우뚝 섰다.

정재원은 9일(한국시간) 네덜란드 헤이렌베인 티알프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9-2020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6차 대회 파이널 남자 매스스타트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7분47초060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해 스프린트포인트 60점을 얻으며 성인 국제대회 첫 우승을 차지했다.

함께 출전한 엄천호(스포츠토토)는 7분47초680으로 5위, 여자 매스스타트 김보름(강원도청)은 8위에 머물렀다.

정재원은 레이스 초반 중위권에 머물렀다. 체력을 비축해 후반부 승부수를 띄우겠다는 전략이었지만 레이스 3바퀴를 남기고 변수가 생겼다. 네덜란드 장거리 간판 요릿 베르흐스마가 갑자기 속력을 끌어올리면서 선두권과 2위 그룹 간 거리가 벌어졌다. 정재원은 있는 힘을 다해 베르흐스마를 따라붙어 마지막 바퀴를 남기고 3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정재원은 무서운 뒷심을 발휘해 체력이 떨어진 베르흐스마를 제친 뒤 미국의 조이 만티아, 벨기에 바트 스윙스와 치열한 선두 싸움을 벌였다. 아슬아슬한 승부의 순간, 정재원은 마지막 힘을 쏟아내 스윙스(7분47초120)를 0.06초 차이로 누르고 결승선을 1위로 통과했다. 정재원은 월드컵 포인트 180점을 얻어 이번 시즌 월드컵 매스스타트 종목 최종 포인트 462점, 세계랭킹 3위로 마무리했다.

정재원이 우승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그는 평창 동계올림픽 만 17세의 나이로 남자 팀추월 은메달을 합작했다. 국내 스피드스케이팅 최연소 올림픽 메달리스트 기록을 세운 건 의미 있었지만 적잖은 논란에 휩싸였다.

정재원은 대표팀 전략에 따라 평창 동계올림픽 매스스타트 ‘페이스메이커’로 나서 이승훈의 금메달 획득을 도왔는데 ‘성적 지상주의’로 인해 희생을 강요받았다는 시선을 받았다. 이러한 풍파 속에 국제대회에서 좀처럼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그 사이 국내 장거리 1인자 자리는 엄천호가 꿰찼다.

정재원은 올 시즌 들어 성장세를 보였지만 월드컵 1차 대회와 4대륙 선수권대회 매스스타트 2위에 오르며 우승 문턱에서 주저앉았다. 그러나 시즌 마지막 무대에서 금메달을 차지해 무관의 아픔을 벗어던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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