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축제의 날 ‘Tomorrow Land’ 포스터.
성남축제의 날 ‘Tomorrow Land’ 포스터.

성남문화재단이 지난해 대폭 축소해 열린 성남 축제의 날 ‘Tomorrow Land’ 정산에서 계약금액 대비 87%에 이르는 예산을 계약업체에 지출하기로 해 예산 낭비 논란<본보 3월 9일자 18면 보도>이 일고 있는 것과 관련, 성남시와 재단의 안이한 대처가 이러한 결과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시와 재단 등에 따르면 지난해 가을부터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 우려에 따라 전국의 지자체가 추진 중인 행사 대부분을 취소했고, 극히 일부만 축소 운영했다. 당시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는 행사 3일 전에, 용인시는 첫 행사 시작 6일 전에, 고양호수예술축제는 행사 9일 전 등 도내 지자체들도 9월 중 행사 취소 입장을 밝혔다. 양돈농가가 없거나 그 수가 적은 광주시는 같은 해 9월 25일에, 오산시는 10월 1일, 안산시도 10월 2일에 취소 내용을 발표했다.

하지만 성남시는 이들 지자체보다 뒤늦은 같은 해 10월 4일과 5일 이 행사의 취소 여부 회의를 가졌고, 축제 이틀 전인 10월 7일에서야 취소(축소) 입장을 공개했다. 이마저도 재단 측에서 은수미 시장에게 행사 강행을 요구하면서 하루 더 회의를 거듭한 끝에 결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전국적인 사태에 빠른 판단으로 예산 절감 등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서 관내 양돈농가가 없다는 이유로 신속히 대응하지 못한 결과다.

시 관계자는 "빨리 결정했으면 사후 정산에 유리한 측면도 있었겠지만, 양돈농가가 없는 지역 특성상 행사 취소에 대한 반대 의견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라며 "그러다 보니 취소 결정했다가 또다시 일부 취소·축소로 바뀌면서 조금 더 늦어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이 행사가 다른 지자체의 취소(축소)된 행사와 비교해 지급액도 높을 수밖에 없다. 취소된 안성맞춤 남사당바우덕이축제는 11억5천여만 원 중 8억5천여만 원(74%)을, 축소된 고양호수예술축제는 2억9천만 원 중 2억500만 원(71%)과 취소된 공연은 단 38% 정도만 지급됐다.

광주남한산성문화제도 취소돼 시비 4억8천만 원 중 애초 2천500만 원(5.2%)만 지급했다가 영세 업체들의 어려움에 따라 수차례 추진위원회 회의를 거쳐 추가로 2억2천500만 원(47%)을 지출했다. 특히 광주시는 계약서에 ‘국가 비상사태’라는 구체적 단어를 명시, 취소(해지) 시 손해배상 등 일체 비용을 요구할 수 없도록 못 박은 반면, 재단은 각종 지침을 따른다는 통상조항 외에 어떠한 예외 규정도 두지 않았다.

행사 특성상 다른 곳과 차이가 있다지만 취소(축소) 발표 당일 선금 7억여 원을 ㈜SM컬처앤콘텐츠에 지급했고, 시의 늑장 대처와 재단의 미흡한 계약서류는 이후 정산에서 불리한 상황을 자초할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재단 관계자는 "행사가 다른 만큼 하나하나 살펴봐야 하고, 선금도 때마침 신청돼 날짜에 맞춰 집행한 것"이라며 "당시 상황이 우리 의지보다는 발주처에 의해 못하게 됐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행사를 진행하려고 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성남=이강철 기자 iprokc@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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