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가 아니라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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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가 아니라 같이
이재훈 겨레문화연구소 이사장/전 인천 남부교육청 교육장
  • 기호일보
  • 승인 2020.03.11
  • 1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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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훈 겨레문화연구소 이사장
이재훈 겨레문화연구소 이사장

코로나19 확진자가 계속 나오고 있다는 보도를 보면서 언제나 이 사태가 멈추게 될지 걱정이 크다. 방역 당국과 지자체들이 전력을 다해 확산 방지에 주력하고는 있다지만 국민들의 불안한 마음은 여전하다. 집단감염 예방을 위해 ‘사회적 거리 두기’가 권장되고 외출도 잘 하지 않는 시민들의 일상이 예전과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다른 곳과 달리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대구와 경북지역은 물론 지역마다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는 방역 공무원들과 의료진의 노고는 상상 이상일 것이다. 소상공인을 비롯해 일용직과 임시직 노동자들의 생활고는 말할 것도 없을 것이고, 나라 경제도 직격탄을 맞았다고 한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도 대다수 국민들은 지금의 어려움을 같이 걱정하고 서로를 격려하면서 이겨내고자 노력하고 있다. 방방곡곡에서 온정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각지의 의료인들과 자원봉사자들이 대구와 경북으로 달려가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 온다. 대기업들은 협력업체에 상생의 손길을 내밀고 있고, 소상공인들을 위해 ‘착한 임대료 운동’도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와중(渦中)에도 국민 필수품이 된 마스크를 매점매석(買點賈惜)해 자기 이익만 챙기는 파렴치한 사람들이 있어 국민적 공분(公憤)을 사고 있다. 그러다 보니 매일 천만 장 이상 생산되고 있다는 마스크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 기현상(奇現象)까지 벌어지고 있다. 생산량만 보면 그럴 이유가 없는데도 약국이나 우체국, 편의점을 전전하며 여러 시간 줄 서서 기다려야 겨우 몇 장 살 수 있는 형편이라는 것이다. 정부의 마스크 수급(需給) 조절 실패는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긴 하지만, 세계 각국도 사정은 비슷한 모양이다. 우리나라의 한 마스크 제조업자는 마스크 부족 현상이 벌어지자 오히려 기존 거래처 공급을 전면 중단하고 350만 장에 달하는 생산량을 모두 자기 아들이 운영하는 유통업체에 싼값으로 몰아줘 15배나 폭리를 취했다고 한다. 이들의 행태(行態)를 보면 ‘부전자전(父傳子傳)’이란 말이 틀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아들은 아버지의 뒷모습을 보고 배운다’는 말이 딱 맞아 떨어진다.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 뒤늦은 감이 있긴 하지만 국세청은 최근 현장 점검과 정부 합동단속 결과를 바탕으로 매점매석을 일삼고 있는 마스크 판매상과 유통업체 수십 곳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검경(檢警)도 즉시 이들을 의법처단(依法處斷)함으로써 터무니없는 마스크 품귀 현상을 즉각 해결해야 할 것이다. 일부 언론이나 몰염치한 정치인과 종교인, 그리고 수준 낮은 유튜버(YouTuber)들의 행태도 그들 악덕 상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들은 초유(初有)의 국가적 재난을 극복하기 위해 힘을 모으기는커녕 선동적인 말과 극단적인 주장으로 사회를 분열과 갈등으로 몰아가는데 더 골몰하고 있는 듯 보인다. 이런 모습들이 오히려 코로나19보다 우리 사회에 더 큰 해악(害惡)이 된다는 말까지 나오는 이유다. 새삼 ‘모럴 해저드(Moral Hazard)’라는 말이 떠오른다. 도덕적해이(道德的解弛)라고도 하는 이 말의 의미처럼 ‘권한과 지위에 상응하는 책임은 지지도 않고, 법과 제도적 허점을 이용해 사적 이익이나 집단적인 이기주의’를 일삼는 행태를 대다수 국민들은 어떤 생각으로 바라볼까? 

한국기자협회는 최근 "국론 분열을 선동하는 보도와 인권 침해, 사회적 혐오, 불안, 그리고 과도한 공포를 유발할 수 있는 자극적인 보도를 자제해 달라"며 "코로나19로 사회가 분열되는 현상이 심화되지 않도록 냉철한 이성으로 국난 극복에 힘을 쏟자"는 긴급 호소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방역 당국의 대응 미숙이나 의료기관의 부실 대응 여부는 이번 사태가 진정되고 난 뒤에 책임을 가려도 늦지 않을 일인데도 그들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다. 오히려 가짜뉴스와 다를 바 없는 주장으로 감염병 예방에 사활을 걸고 있는 방역 현장을 흔들어 코로나 대응을 어렵게 만들고 있는 모습이다. 

부산의 한 선별진료소에 익명을 요구한 한 여성이 김밥 50인분과 우유를 두고 갔다고 한다. 새벽부터 손수 김밥을 만들었다는 이 여성은 "친정이 대구인데 부모님께 가보지 못하고 안부만 전하고 있어 너무 가슴 아프다"며 "코로나19 사태가 빨리 끝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슴 뭉클한 모습은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는 일부 시민의 감상적(感傷的)인 겉치레가 아닌 국난을 늘 같이 이겨낸 우리 민족의 참모습이다. 온 나라가 ‘따로가 아니라 같이’하고 있다는 따뜻하고 값진 응원의 메시지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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