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돼지저금통이라 쓰고 희망이라 읽는다
상태바
작은 돼지저금통이라 쓰고 희망이라 읽는다
이용범<인천시의회 의장>
  • 기호일보
  • 승인 2020.03.16
  • 11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용범<인천시의회 의장>
이용범<인천시의회 의장>

지난 12일 WHO(세계보건기구)가 코로나 19 팬데믹을 선언했다. 코로나19가 세계적 대유행 상태에 들어섰음을 공식적으로 선언한 것이다.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가 코로나 바이러스 공포로 고통과 혼란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어려운 시기이지만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마음이 서로를 향하고 있다. 

 얼마 전 갈산2동 주민센터에 거주하는 시민 한 분이 5년간 모은 작은 돼지 저금통과 편지 한 통을 주민센터 직원에게 주고 홀연히 사라지셨다는 기사를 봤다. 코로나19 환자가 늘어나고 사회취약계층의 마스크 구매가 어렵다는 기사를 보며 가슴이 아파서 돼지저금통을 두고 가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한다는 내용이었다. 확진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대구 시민을 응원하며 자신은 마스크를 단 한 개도 구입하지 않았다고 하며 적은 금액이지만 마스크 구입에 보탬이 됐으면 한다는 손 편지와 쌈짓돈을 남기고 간 70대 어르신 등 자발적으로 마음을 내어준 분들이 늘어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인천의 3번째 확진자는 스스로 증세를 느낀 뒤부터 자가격리를 유지하며 하던 문화유산해설사 일을 중단하고 타인과 접촉을 피하기 위해 도보로 이동하고 집안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하는 등 예방수칙을 철저히 지켜 동거하는 노모를 비롯한 접촉자 23명 전원이 감염되지 않도록 했고, 꼼꼼하게 일지를 기록해 동선 및 접촉자 파악도 신속하게 이뤄지게 하는 등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주는 모범사례가 됐다. 

 또한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들의 임대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건물주가 한시적으로 임대료를 인하해 주는 전주에서 쏘아 올린 착한 임대료운동이 인천에서도 자발적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현재까지 착한 임대료 운동에 동참한 건물주의 점포는 전통시장과 일반상점 등 367개에 이른다. 용현시장 내 22명의 건물주가 코로나19 상황 종료 시까지 임대료를 20~30% 인하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시장 내 30개 점포 상인들은 임대료 부담을 덜게 됐으며, 이들 외에도 10여 명의 건물주가 동참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구월·간석자유시장과 논현동·간석동 상가 임대사업자들도 상가 임대료 인하 상생협약을 맺고 착한 임대료 운동에 참여하는 등 임차인의 안정적인 영업활동과 피해 최소화를 위한 고통 분담에 동참하고 있다고 한다. 

 마스크 자국이 깊게 패인 채 하루 17시간을 근무한다는 의료진에게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저희는 괜찮습니다"라며 환하게 웃는 그들의 노고에 가슴이 뭉클해진다. 

 어려울수록 더 빛이 나는 시민의식과 자발적으로 서로에게 희망이 되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숙연해진다. 미국의 칼럼니스트 조쉬 로긴은 워싱턴포스터에 ‘한국의 민주주의가 코로나 바이러스에 맞서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제목의 기고를 했는데, 한국의 무기는 검사를 빠르게 확대한 것이고 이로 인해 사례가 급증하지만 치사율은 낮다고 하며 한국 시민의 자발적인 협력을 극찬했고, 해외 주요 언론은 한국의 코로나19 최대 검사 능력은 2만 건에 달하며 간편하게 검사받을 수 있는 드라이브 스루 시설도 전국 50여 곳에 설치해 공격적이고 지속적인 검사가 바이러스와 싸우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라는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고 말했고, WHO 사무총장도 한국을 모범 사례로 꼽았다. 12일 중앙방역대책본부 통계자료를 보면 한국은 23만4천998건을 검사했고 확진율은 3.35%이고 사망률은 0.84%라고 한다. 코로나19 주요 발생국인 이란, 일본, 중국, 이탈리아, 미국의 평균 사망률이 3.99%인 점을 감안하면 우리는 분명 빠르게 증상자를 찾아내고, 빨리 검사를 해서 사망률을 낮추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지나친 낙관론과 방심은 금물이겠지만 우리는 어려울 때일수록 하나가 돼 국란을 극복한 저력이 있고 이 저력을 만들어가며 축적된 희망은 분명 코로나 19를 극복하는 커다란 힘이 될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흩어져 지내는 우리가 실은 얼마나 촘촘히 연결돼 있는지, 연결돼 사는 개개인이 서로를 향해 내어주는 온정의 마음이 얼마나 선한 영향력으로 널리 퍼져나가는지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다. 선한 영향력이 뿌리 깊은 곳에는 반드시 희망이라는 꽃이 피어난다. 희망은 절대 홀로 만들어낼 수 없다.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고 격려해주며 안아주는 마음에 코로나 극복의 희망이 있다. 그리하여 작은 돼지저금통에서 시작된 온정의 마음이라고 쓰고 희망이라는 이름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읽어본다.

기호일보, KIHOILBO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