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대한 경계심이 커지면서 감염병을 다룬 대표 소설 「페스트」를 찾는 독자들이 급격히 늘었다.

15일 교보문고 브랜드관리팀에 따르면 현재 서점가에서 시판 중인 소설 「페스트」는 20여 종이다. 코로나19가 본격 확산한 지난 2월 1일부터 3월 12일 사이에 이들 「페스트」 소설은 3천500부나 팔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18.2배나 판매량이 증가했다.

심지어 가장 많이 팔린 민음사 페스트(2011년 출간)는 3월 첫 주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소설 부문 8위에 오르기도 했다. 고전 명작 시리즈가 이른바 역주행을 통해 신간이 지배하는 베스트셀러 순위에 재진입하고 판매량이 폭증하는 사례는 매우 이례적이다.

이런 현상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 캠페인으로 외출을 자제하면서 집에서 책 읽을 기회가 자연스레 많아진 것과 함께 최근 tvN 독서 프로그램에서 「페스트」를 집중적으로 소개했기 때문으로 교보문고는 풀이했다.

프랑스 대문호 카뮈의 「페스트」는 흑사병 확산으로 봉쇄된 도시 안에서 재앙에 대처하는 인간 군상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 준다. 이를 통해 잔혹한 현실과 죽음의 공포 앞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고 부조리와 맞서는 것만이 진정한 인간성임을 이야기한다. 이런 모습이 현재 한국 대도시들의 우울한 상황과 맞물리면서 공감을 일으킨 측면도 없지 않아 보인다.

외신에 따르면 「페스트」 다시 읽기 현상은 우리뿐 아니라 이웃 일본, 카뮈의 나라 프랑스, 유럽에서 코로나19 타격을 가장 크게 받은 이탈리아 등지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났다. 가장 인기 있는 판본은 이미 거론한 민음사 판이다. 한국불어불문학회장을 지내는 등 권위를 인정받는 김화영 고려대 불문과 명예교수가 옮겼다. 문학동네 판본(2015)이 판매량 2위를 차지했다. 역자 유호식 서울대 불문과 교수는 프랑스 파리10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3위는 열린책들 판본(2014)이다. 프랑스 파리7대학 박사 출신으로 가톨릭대에서 강의 중인 최윤주가 번역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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