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
89분 / 범죄, 드라마 / 15세 관람가

한국을 떠나고 싶은 전과자 출신의 남한 청년과 한국사회에 정착하려는 탈북 청년. 서로 다른 모습의 두 청년이 날개 없이 비상을 꿈꾸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영화 ‘비행’은 불안하고 파괴적인 청춘의 초상을 냉혹한 시선으로 바라본 작품이다.

 이들이 꿈꾸는 비상은 그리 거창한 것이 아니다. 지금의 암울함을 벗어나 단지 조금 더 나은 현실을 살아내기 위함이다. 두 청년의 비상은 결국 ‘돈’이 중심에 있고, ‘돈’ 때문에 이들은 ‘비행’을 하게 된다.  

 생존을 위해 목숨을 걸고 탈북을 감행한 ‘근수(홍근택 분)’는 밑바닥 인생을 탈출하고픈 남한 청년 ‘지혁(차지현)’과 더럽게 엮여 괴롭힘을 당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지혁은 근수가 필로폰 운반책이었음을 알게 되고, 수억 원의 마약을 함께 빼돌리자고 종용한다.

 오직 돈만이 새로운 삶으로의 비행을 허락한다고 믿는 두 청춘. 시가 20억 원에 달하는 마약으로 근수와 지혁은 인생 역전에 성공할 수 있을까?

 이 작품에서 두 청년이 삶을 살아내는 방식은 어설프기만 하다. 올바른 선택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취약한 환경에 놓여 있다는 것도 이들의 ‘비행’에 큰 몫을 한다.

 ‘근수’와 ‘지혁’ 캐릭터 대비는 영화를 끌어가는 힘이 된다. 돈 때문에 마약 배달에 가담하게 된 탈북 청년과 이익을 챙기기 위해 동행하는 남한 청년은 매우 다른 캐릭터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다른 극이 전개되면서 서로 다른 이 둘도 결국 하나의 캐릭터로 겹쳐진다.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달리 뾰족한 수가 없기 때문이다. 

 둘은 앞에 놓인 현실을 닥치는 대로 풀어갈 뿐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는 여력이 없다. 영화 ‘비행’은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의 세계를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다. 좀 더 나은 삶을 꿈꾸는 것조차 사치인 환경 속에서 이들이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지 관심이 모아진다. 영화 ‘비행’은 19일 개봉한다.

    우제성 기자 wjs@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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