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매일 밤 꿈을 꾼다. 하지만 기억나지 않을 때가 더 많다. 더러 기억난다 하더라도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되는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에 매번 그 꿈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특별한 꿈도 있다. 태몽이나 돼지꿈이 대표적이다. 그런 꿈을 꾸면 앞일에 대한 기대가 생긴다. 반면 깨고 나면 찝찝한 꿈도 있다. 기분 나쁜 꿈을 생생하게 꾼 경우 우리는 최대한 그날 하루를 조심하려 애쓴다. 이렇듯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꿈에 영향을 받으며 살아간다. 영화 ‘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는 무의식의 영역인 꿈으로 연결된 남녀의 이야기를 다룬다. 서로 같은 꿈을 꾸는 사람들의 소통과 교감을 그린 신비로운 영화를 소개한다. 

눈 내린 설원에 수사슴 한 마리가 서 있다. 이윽고 암컷도 조용히 모습을 드러낸다. 두 사슴은 눈 쌓인 숲 속을 고요히 걷고 있다. 이어 화면은 소 도축장을 보여 준다. 소들은 고개를 들어 눈부신 태양을 올려다본다. 그 햇빛을 안드레도 즐긴다. 하지만 마리어는 햇살에서 한 발 물러서 그늘에 몸을 감춘다. 영화는 시작부터 사람과 동물, 빛과 그림자의 세계를 겹치듯 보여 준다. 이는 이후 꿈과 무의식의 영역까지 확장돼 이 세계는 모든 것이 연결된 원형의 세계임을 강조한다.

한쪽 팔을 못 쓰는 안드레는 대형 도축장의 재무이사로 근무 중이다. 4년 전부터 모든 것에 의욕을 상실한 그는 권태롭게 매일을 살아간다. 얼음공주라는 별명으로 통하는 도축장의 품질검사원 마리어는 별명처럼 냉기가 도는 사람이다. 교감 능력이 떨어져 타인과 소통하지 못하는 그녀는 무표정한 모습으로 혼자 지내는 것에 익숙하다. 

직장 동료라는 것을 제외하면 별 다른 연결고리가 없던 두 사람은 회사에서 실시한 직원상담프로그램에서 사슴이 등장하는 같은 꿈을 꾼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된다. 의외의 사실을 알게 된 두 사람은 서로에게 궁금증이 생긴다. 그리고 건조했던 삶에 작은 활기가 돈다. 매일 아침 서로의 꿈을 이야기하는 두 사람은 정확히 똑같은 꿈을 꿨다는 사실에 놀라워한다. 하지만 성향이 다른 이들이 쉽게 가까워질리 만무했다. 서로에 대한 호기심이 커져갈수록 허물어야 하는 자신만의 성벽 또한 두꺼웠기 때문이다.

고요하지만 강렬한 영화 ‘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는 묘한 그리움으로 가득한 작품이다. 꿈속에서 사슴이 된 두 사람은 눈 속을 헤집어 가며 싱싱한 풀을 찾고 시냇물로 목을 축이다 우연히 코가 맞닿기도 하지만 꿈속에서 경험한 따뜻한 그 느낌은 현실에선 찾을 수 없었다. 고독과 결핍 속에서 보낸 하루하루가 익숙해진 두 사람이 소통하기 위해서는 견고한 알을 깨트려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야만이 타인이 들어올 자리가 생긴다. 이처럼 자신을 허물어트려야 상대방과 진실한 교감이 가능하다는 전제는 그들의 직장이 도축장이라는 데에서 그 의미를 강화하고 있다. 

이 작품은 전반적으로 차분한 호흡으로 전개되지만 소소한 웃음과 미세한 제스처를 통해 내성적인 남녀의 성장 로맨스를 완성하고 있다. 진심 어린 한 발짝으로 타인과 소통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을 재발견하는 모험의 여정을 섬세하게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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